SBI·애큐온 기관경고...건전성 악화 설상가상
[메가경제=황동현 기자] 1조원이 넘는 사기성 작업대출에 연루된 5개 대형 저축은행들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무더기 제재를 내렸다. 샤켓 킷스 맥스 OSB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에게는 '문책경고' 중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금감원은 지난 14일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열고 작업대출을 벌인 SBI·페퍼·OK·애큐온·OBS저축은행 등 5개 저축은행과 임원들에 대해 중징계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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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켓 킷스 맥스 OSB저축은행 대표이사 [이미지=OSB저축은행] |
5개 저축은행 중 샤켓 킷스 맥스 OSB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엔 '문책경고' 중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그는 과거에도 징계를 받은 이력이 있어 가중 제재대상이 됐다. 나머지 4곳 CEO엔 경징계가 내렸다. 그리고 작업대출에 관련한 임원들 상당수에게 중징계인 '문책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일반적 감독책임이 아니라 행위자로서 역할을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감원이 문책경고를 내릴 경우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불가하다.
기관 제재도 내려져 OK·페퍼·OSB저축은행엔 가장 낮은 수위인 '기관주의'를 작업대출 규모가 크고 고의성이 짙은 SBI와 애큐온저축은행엔 중징계인 '기관경고'가 결정됐다. 기관경고를 받은 금융사와 자회사는 향후 1년간 금융당국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 분야에 진출할 수 없다.
이날 처분은 금감원장 전결로 마무리 되며 이후 금융위원회에서 제재와 관련한 추가 심의는 이뤄지지 않는다.
제재심에서는 5개 저축은행이 사업자 주담대 취급과 사후관리를 얼마나 부실하게 했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는데 대출이 이뤄진 뒤에도 용도외 유용이나 사후 증빙서류 진위 여부 확인 역시 부족했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금감원은 작업대출 관련 저축은행의 위법,부당 행위를 엄중 조치한다는 방침이어서 중징계 가능성이 일찍부터 점쳐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 측의 의도 등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누가 봐도 서류가 허위,조작된 것임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작업대출은 대출 차주의 여력이 되지 않는데도 대출을 집행해주거나, 서류를 위·변조해 대출을 받도록 한 뒤 대출금에 대한 수수료를 떼가는 사기 수법이다. 주택담보대출은 개인이 담보물 가격의 40%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게 막아 놨는데 이를 작업대출 조직이 개입해 사업자대출로 90%까지 대출을 받아냈다. 금감원이 SBI, OK, 페퍼, 애큐온, OSB 등 사업자 주담대 금액이 큰 저축은행 5곳을 들여다본 결과, 2020~2021년 이렇게 서류 조작으로 나간 주담대 액수가 1조 2000억 원에 달했다.
업계에선 실적 및 건전성 관리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당국의 제재까지 이어지면서 조직에 변화를 주거나 경영진을 교체하는 등 당면한 위기 극복에 나섰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최근 CEO가 교체됐다. 지난달 이호근 전 대표이사가 임기를 남기고 사임하면서 김정수 애큐온캐피탈 전 디지털금융부문 부사장(CDO)이 대신 자리에 올랐다. 애큐온저축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회사의 전략과 조직을 재정비하여 미래로 나아가고자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달 말일 자로 집행임원 14명이 중도 사임했다. 사임한 임원들은 모두 임기를 못마친 상태다. 페퍼저축은행 측은 “조직개편에 따라 사임한 것이며 직원으로 재채용했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향후 대출 모집 절차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여신심사 사후관리 기반 조성을 위한 제도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류조작을 걸러내는 검증절차를 구축해야 한다"라며 "이번을 계기로 작업대출에 대한 처벌 규정을 명문화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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