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제도 혁신 ①] 국산화 외치지만 시장선 외국계 기업이 독식…가스공사 초음파 계량 '30년 벽'

공정경제 / 박제성 기자 / 2026-09-21 11: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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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외산 벽에 막힌 국산 SI…인증·실적 굴레에 시장 진입 '제자리'
국산화 외치지만 입찰문은 좁다…가스계량 조달구조 '외국계 쏠림' 여전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한국가스공사(이하 공사)가 사용하는 초음파 계량시스템 시장에서 외국계 기업 중심의 공급 구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업체들이 국제 기준에 맞는 제품 조달 능력과 시스템 통합(SI·Syestem Integration) 기술을 갖추고도 기존 제조사 중심의 입찰 구조 탓에 실제 사업 참여 기회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진=챗GPT4]

 

공사가 국산화와 공급망 다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조달 현장에서는 과거의 진입장벽이 유지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초음파 계량기 자체의 성능을 검증하는 국제 기준과 계량시스템 전체를 설계·구축하는 SI 역량을 사실상 하나의 제도적 관례처럼 보는 관점이 국내 기업의 진입을 제약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공사가 주관한 초음파 계량시스템 조달 시장은 오랜 기간 국제 기준을 충족한 제품을 보유한 해외 제조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약 30년간 이어지면서 신규 국내 기업이 실적을 쌓고 기술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제한됐다고 본다.

 

초음파 계량시스템은 초음파를 활용해 천연가스 등 유체의 유량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설비다. 

 

가스 공급량과 거래량을 정확히 산정해야 하는 만큼 오차 관리와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ISO 17089, AGA Report No.9, OIML R137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과 높은 수준의 품질관리 능력이 요구된다.


◆ 인증 벽에 막힌 국내 SI…"실적 없어서 못 들어가고, 못 들어가니 실적도 없다"

 

문제는 계량기 ‘제품’의 성능을 검증하는 기준과 여러 장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성해 설계·설치·운영하는 ‘사업 수행 역량’은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이 국제 기준을 충족한 계량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고 시스템 설계와 설치·시운전, 유지보수 능력까지 갖췄다면 제조사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사업 참여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 제기가 나오는 이유인 것이다.

 

실제 초음파 계량시스템 사업은 계량기 한 대를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현장 조건에 맞춰 배관과 제어설비를 설계하고 각종 장비를 연동한 뒤 시운전과 유지보수까지 책임져야 한다. 결국 계량기 품질뿐 아니라 SI 사업자의 설계 능력과 시공 경험, 품질관리, 장애 대응 역량이 시스템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리다.

 

업계에서는 기존 사업 실적과 제조사 지위가 입찰 자격으로 다시 작용할 경우 신규 사업자는 처음부터 실적을 만들기 어려운 ‘진입장벽의 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해외 업체 중심의 공급 구조가 장기간 유지될수록 국내 업체는 기술력이 있어도 레퍼런스(수주 성과)를 확보하기 어렵고, 레퍼런스가 없다는 이유로 다시 입찰에서 불리해지는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단순히 특정 업체의 입찰 참여 여부를 넘어 국내 가스 계량산업의 기술 축적과 공급망 다변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흘러 나온다.

 

해외 제조사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장기적으로는 부품 조달과 유지보수, 가격 협상력 측면에서도 발주처의 선택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기준과 안전 기준을 낮추자는 것이 아니라 이를 충족하는 제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시스템 전체에 책임질 수 있는 국내 기업에도 경쟁 기회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며 “기존 조달 구조가 국내 기업의 기술 축적과 실적 확보를 막아온 측면이 없는지 살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음파 계량시스템 국산화의 첫 단추는 해외 제품을 밀어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제품 인증과 SI 수행 능력을 구분해 평가하고 국내 기업이 기술과 책임 능력으로 경쟁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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