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에 초대형 IB 인가 제동
[메가경제=황동현 기자] 키움증권이 올해 1분기 사상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불거진 오너 리스크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로 김익래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야심차게 준비해온 초대형 투자은행(IB) 추진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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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왼쪽)과 라덕연 씨. [사진=연합뉴스] |
업계 리테일부문(개인영업) 1위를 지켜온 키움증권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7%급증한 2924억원을 거두며 업계 순이익 수위자리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2.4% 상승한 3889억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중단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2차전지 등 일부 업종에 대한 투자가 급증해 주식시장에 진입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수수료 수익이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의 CFD 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성장세에 발목을 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 3월 말 기준 증권사들 중 두 번째로 많은 5576억원 CFD 잔액을 기록하고 있는데 교보증권 6180억원 다음으로 많다. CFD는 투자자들이 손실을 정산하지 못하게 되면 미수채권이 발생해 증권사들이 손실 부담을 떠안게 되는 구조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며 "최근 CFD 사태에 따른 영향으로 개인투자자 비중이 큰 키움증권 또한 미수채권이 발생하고 충당금 전입 영향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자산 건전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키움증권의 고정이하 여신 잔액은 301억원으로 전년도 88억원 대비 242%가 증가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채무보증약정, 미수금, 대출채권 등에서 부실이 증가했다. 추가부실 방지를 위해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키움증권의 가장 큰 불확실성은 오너 리스크다. 지난 4일 김익래 다음키움그룹 회장은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직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다우데이타 주식매각대금 605억원을 사회에 환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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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움증권 본사. [사진=연합뉴스] |
앞서 김 회장은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직전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3.65%)를 블록딜(시간외매매)로 대량 매도했다.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인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는 이번 사태의 배후에 김 회장이 있다고 주장하며 논란이 확산됐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해 전 방위 조사를 벌이고 있다. 라 대표를 구속하고 그 측근 인물 두명을 체포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익래 회장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시세조종 혐의로 처벌을 받게 되면 금융당국의 제재와 함께 증권사 대주주 자격에도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김 회장의 ‘전격 사퇴’에도 성난 여론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개인투자자들이 키움증권 계좌를 타 증권사 계좌로 옮기거나 불매운동을 펼치는 등 반감을 드러내고 있고, 피해를 본 일부 투자자들은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의 허술한 CFD 계좌 관리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키움증권이 올해 중점 사업으로 거론해온 초대형 IB 인가에도 당장 제동이 걸렸다. 현재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4곳이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아 업무를 영위 중이다. 초대형 IB 인가를 받으면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내 키움증권의 초대형IB 인가 신청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금융당국은 키움증권의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 정보를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은 자기자본 4조원을 달성하며 연내 초대형 IB 인가 신청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 또한 보류되면서 자본효율성 저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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