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오후 8시10분쯤 개표 시작 전망…확진자 몰리면 지연 가능성도
초박빙 승부, 높은 사전투표율, 확진·격리자 투표 상황 등이 변수
누가 돼도 갈등 치유와 경제·안보 위기 극복 통합 리더십 필요
李 청계광장서 ‘盧추억 어게인’...尹 서울광장서 “제대로 바꿔보겠다”
이·윤·심 모두 사전투표 마쳐...자택서 대기하며 국민선택 기다려
갈등 치유, 경제·안보 위기 극복의 난제를 해결할 ‘대한민국호’의 새 리더십은 누구일까.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고 갈 새 리더십을 결정하는 ‘운명의 날’이 밝았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9일 오전 6시부터 전국 1만464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이날 선거는 지난 3일 이후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가운데 지난 1주일 간의 표심 흐름이 투표장에서 최종 어떻게 반영될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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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오전 비무장지대(DMZ)에서 약 7㎞ 떨어진 경기도 파주시 문산탁구회관에 마련된 문산 제1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까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사이에 ‘초박빙’ 판세를 보였던 터라 과연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 또 양강 후보의 틈바구니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얼마나 약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대선은 여권의 정권 재창출론과 야당의 정권 교체론이 팽팽하게 맞붙은 가운데 역대 최대의 비호감 선거라는 불명예도 남겼다.
누가 새 대통령에 선출되더라도 두 갈래의 극단으로 갈라진 갈등과 혼란을 수습해야 하고 코로나 19 장기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촉발된 경제·안보 위기 상황을 극복해야하는 등 수많은 대내외 도전과제를 안고 출발해야 한다.
이 때문에 새로운 대통령은 화합과 통합의 리더십과 함께 위기 극복을 위한 비전과 돌파력을 가진 리더십이 필요하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정계 개편 시나리오가 본격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 후보는 ‘통합정부론’을 내세운 상태이고, 윤 후보도 당선 시 ‘180석 야당’이라는 전례 없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협치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입장이다.
지난 4∼5일 사전투표가 36.93%의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하면서 최종 투표율이 80%를 웃돌 수 있을지도 관전포인트다.
사전투표율의 기세가 본투표에서도 동반 상승효과를 보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다. 최종 투표율이 높게 나올 경우 어떤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특히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인 부동층 표심이 어디로 향했을지 등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투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진행된다. 일반 유권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코로나19 확진·격리 유권자는 오후 6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투표할 수 있다.
지난달 23∼28일 진행된 재외투표(16만1878명 투표, 71.6%)와 4∼5일 실시된 사전투표(1632만3602명 투표, 투표율 36.93%)를 합산해 최종 당선자가 가려진다.
개표 작업은 이르면 10일 오전 6∼7시께 종료될 것으로 관측된다. 확진·격리자가 대거 몰릴 경우 투표 시간이 길어져 개표 및 마감 시각이 모두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당선자 윤곽은 자정을 넘긴 내일(10일) 이른 새벽께 나올 것으로 전망됐다.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대선 당일 전국 투표소에서는 코로나19 확진·격리자의 투표 공식 종료 시각인 오후 7시30분 이후 투표함을 개표소로 이송하게 된다.
각급 선관위에서 보관 중이던 관내 사전 투표함과 우편 투표함도 함께 개표소로 옮겨진다.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전국 251개 개표소 중 일부에서는 오후 8시 10분께 개표가 시작될 것으로 선관위는 내다봤다.
개표소에서는 봉투가 없는 투표지와 봉투가 있는 투표지로 분류해 개표를 진행한다.
봉투가 없는 투표지는 관내 사전투표, 본투표 순서로 진행된다. 오후 9시에는 관내 사전투표함의 첫 개표 결과가 공표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선관위의 전망이다.
회송용 봉투를 개봉해 투표지를 꺼내야 하는 관외 사전투표와 재외국민·선상·거소투표의 개표는 별도 구역에서 진행된다.
이러한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다음 날 오전 1시 전후에 당선인 윤곽이 나올 것이라는 게 당국의 전망이다.
역대 어느 선거보다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초박빙 승부를 이어가는 상황인 만큼 윤곽이 더 늦게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대선일을 하루 앞둔 8일 여야 대선후보들은 공식 선거기간이 마감되는 자정까지 일분일초도 허투루 쓰지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한 명의 국민의 마음이라도 더 얻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5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귀결된 촛불집회가 열렸던 청계광장에서 대선 마지막 유세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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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8일 저녁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의 꿈이 이재명의 꿈입니다' 서울 집중 유세에서 지지자와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
이 후보는 이곳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극적으로 승리한 2002년 대선의 추억을 소환하며 막판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특히, 이날 유세에서는 김민기의 노래 ‘상록수’를 참가자 모두가 함께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 곡은 2002년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직접 기타를 치며 부르는 모습이 광고에 쓰인 바 있다. 이날 제창에서도 노 전 대통령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후보는 이후 홍대 앞으로 장소를 옮겨 이번 대선 마지막 선거 운동을 젊은이들과 함께했다.
이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이날 하루 수도권에서 중도층 민심공략에 막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위기극복·국민통합 특별 기자회견’으로 마지막 날 선거운동 일정을 시작한 뒤 여의도를 시작으로 고양·파주 등 경기 북부와 인천 청라·계양을 거쳐 경기 광명, 서울 구로를 지나 광화문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마지막 강행군을 벌였다.
이 후보는 청계광장 연설에서 “대한민국의 운명과 우리 국민들의 미래가 달린 이 역사적인 대회전의 장에서 마지막 단 한 사람까지 참여해 '어게인 2002', 승리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 주겠나”라고 외쳤다.
이어 “이곳 청계광장은 우리 국민들께서 촛불을 높이 들어 이 땅의 민주주의를 바로 세운 바로 그 역사적인 공간”이라며 “국민이 주인인 민주 공화국을 지키자는 절박함이었고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간절한 열망”이라고 역사적 의미를 되새겼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께서 주권자의 유용한 도구로 저 이재명을 선택해주시면 김구 선생님이 못다 이룬 자주독립의 꿈, 김대중 대통령이 못다 이룬 평화통일의 꿈을, 노무현 대통령이 못다 이룬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의 꿈, 문재인 대통령이 꿈꾸고 있는 나라 다운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청계광장의 마지막 유세에는 송영길 당 대표와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표,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정세균 전 총리 등도 찬조 연설에 나서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의 마지막 날인 8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마무리 유세를 펼쳤다. 연설 도중 트레이드마크가 된 어퍼컷을 여러 차례 날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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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8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피날레 유세를 하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
이날 그는 정권교체 바람을 봄기운처럼 남쪽에서 전국으로 확산한다는 취지에서 제주도를 시작으로 부산, 대구, 대전을 거쳐 서울로 올라오는 상행선 유세를 펼쳤다.
윤 후보는 서울시청 광장을 매운 지지자들에게 “이제 대장정의 마라톤이 거의 끝나간다. 이제 스타디움에 들어왔다. 여러분의 응원과 압도적 지지로 이제 내일 결승선을 1등으로 끊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 제대로 한번 바꿔보겠다”며 “민주주의가 뭔가. 위정자, 정치인, 공직자가 국민을 주인으로 제대로 모시는 게 민주주의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윤 후보는 마지막 유세에서 민주당 정부의 부동산 실정과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의혹 등을 비판하면서 “그들이 정권 잡아 한 짓은 국민을, 어려운 분들을 고통에 몰아넣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합의 정치 구상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야당과 협치해야 한다”며 “여러분의 압도적인 지지로 정부를 맡게 되면 안철수 대표, 국민의당과 신속하게 합당해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장경제 그리고 안철수 대표의 과학과 미래를 결합해서 국민 여러분을 주인으로 편안히 모시겠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과도 멋지게 협치해서 국민 여러분께 통합을 선사하고 경제발전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후 자정까지 건대입구역과 강남역 일대에서 시민들과 인사하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작년 6월 29일 시작된 253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이날 서울광장의 마지막 유세에는 이준석 대표, 유승민 전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이외에도 배우 김부선씨, ‘굿바이 이재명’의 저자 장영하 변호사,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동국대 석좌교수도 무대에 올랐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공식선거 운동 마지막 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양당 사이에 저 심상정 혼자 남았다”며 “진정한 다당제와 다당제에 기초한 연합정치로 가기 위한 다당제적 투표를 해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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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8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 상상마당 앞에서 열린 피날레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
그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고 중도사퇴한 것과 관련, “결국 거대 정당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라며 “심상정한테 찍는 표만이 '생(生)표'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에서 심상정이 없었으면 아마 성차별과 혐오로 다 달려갔을 것”이라며 “소신 정치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고 소신 정치에 응답하는 소신 투표만이 내 삶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 후보는 이날 고려대, 한양대, 이화여대, 신촌, 홍대 등 대학가를 찾아 ‘2030 프라이드 유세’를 하며 젊은 유권자 공략에 막바지 혼신을 기울였다.
대선 투표일을 하루 앞둔 이날 대선 주자들은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 표심에 호소하며 대선 막바지까지 변수로 꼽히는 2030 여성 유권자를 붙잡기 위해서도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이 후보와 심 후보는 앞다퉈 여성의 날 축하 메시지를 내며 적극적으로 구애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한 발언을 언급하며 “놀랍게도 일부 정치권은 한국사회에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주장으로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국민을 편 가르는 나쁜 정치를 끝내고, 기회와 성장을 모두가 누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심 후보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페이스북에 글을 게재하며 ”어느새 백래시는 대선 주자의 공약까지 점령하고, 여성혐오가 담긴 부당한 주장도 생각해볼 거리로 공유하게 했다고 말했다.이어 “저 심상정이 여성들과 함께 온 힘을 다해 MB 인수위의 여가부 폐지를 저지했었지만, 다시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가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세계 여성의 날에 대한 별도의 메시지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 “여성가족부 폐지”, “여성이 안전한 대한민국. 성범죄와의 전쟁 선포” 등 예전에 올린 짤막한 글을 한데 모은 게시물을 다시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치열했던 선거운동을 마친 이 후보와 윤 후보, 심 후보 등은 이날 투표가 이뤄지는 동안 각자 자택에 머물며 국민의 선택을 기다린다. 이들은 모두 사전투표를 마친 상태다.
이 후보는 성남 자택에 머문 뒤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의 개표 상황실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동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윤 후보도 서초동 자택에 머물다가 당선인 윤곽이 나오면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당 개표 상황실을 찾는다.
심 후보도 경기 고양시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당사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볼 예정이다. <연합뉴스 종합>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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