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만도 평택공장 작업중지 해제 ‘불승인’…거버넌스 리스크로 번지는 안전 실패

자동차·항공 / 주영래 기자 / 2026-08-28 09: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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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관리적 대책 적절하지만 MCT 인터락 미흡"…작업중지 해제 제동
정혜경 의원 "원청 책임·안전장치 미설치 엄정 조사"…유족·대책위, 정몽원 회장 고소·고발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HL만도 평택공장 하청노동자 사망사고 이후 내려진 작업중지 명령의 해제가 고용노동부 당국으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회사가 마련한 관리적 안전대책은 적절하지만 머시닝센터(MCT)의 공학적 안전조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사고 재발방지대책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사안이 단순 현장 안전관리 미비를 넘어 회사 전체의 지배구조·ESG 리스크로 번지는 모습이다.


28일 업계와 ‘만도 고 김승모 중대재해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은 HL만도가 제출한 작업중지 해제 신청에 대해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HL만도는 지난 20일께 해제 심의를 신청했고, 평택지청은 21일 작업중지 해제심의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 HL만도 본사 압수수색, 정몽원 회장 처벌 촉구 기자회견 [사진=금속노조]

평택지청은 “관리적 대책은 적절하나 MCT 설비에 대한 공학적 대책인 인터락 설치가 미흡해 충분한 안전조치가 이행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불승인 사유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작업중지 명령은 MCT 설비 내부에서 이뤄지는 유지·보수와 수리 등의 작업을 대상으로 한다. 대책위는 실제 현장에서는 에러 처리와 수리, 유지보수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현행 작업중지 범위만으로 위험 작업을 충분히 통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 쟁점은 안전조치 수준…인터락만으로는 부족, LOTO 병행 요구


작업중지 해제를 위해 어느 수준까지 안전조치를 갖춰야 하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HL만도는 후면 점검구에 인터락을 설치하고 비상정지 버튼에 LOTO(Lock Out Tag Out·잠금·표지)용 덮개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책위 자료 작성 당시 비상정지 버튼 덮개는 대부분 설치됐지만 후면 점검구 인터락은 설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였다.

인터락은 점검구나 설비 문이 열리면 기계가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다. 대책위는 인터락이 1차적인 사고 방지 장치가 될 수는 있지만 이것만으로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설비 전원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는 사람의 실수로 인터락이 해제되거나 제어 프로그램 오류 등으로 기계가 예상하지 못하게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유지·보수 작업 시 메인 전원을 차단하고 작업자가 직접 잠금장치를 관리하는 LOTO 절차를 병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92조도 동력으로 작동되는 기계를 정비·청소·수리·교체하거나 조정할 때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으면 기계 운전을 정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계 정지 이후에는 다른 사람이 임의로 작동하지 못하도록 잠금장치나 표지판 등 방호조치를 하고, 필요할 경우 작업지휘자를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대책위가 제시한 공학적 개선방안은 △후면 점검구 인터락 설치 △메인전원부 LOTO 잠금장치 설치 △비상정지 버튼 덮개 제거 등이다. 관리적 대책으로는 △유지·보수 작업 기준 마련 △작업계획서 및 작업허가 절차 운영 △작업지휘자 배치 △LOTO 작업절차 명문화 △외주작업 안전관리 규정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는 특히 비상정지 버튼 덮개가 다른 사람의 임의 복귀는 막을 수 있지만, 오히려 긴급 상황에서 즉시 버튼을 누르는 것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 반복되는 안전사고 이력…‘일회성’으로 보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

주목할 대목은 이번 사고가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HL만도는 2017년과 2021년 미국 사업장에서 LOTO 규정 위반으로 두 차례 제재를 받았고, 2023년에는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한국인 주재원이 설비에 끼여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국내에서도 2016년 평택공장 부상사고에 이어 지난 7월 협력업체 노동자가 같은 공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진보당은 HL만도에서 과거 32건의 끼임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특별점검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일 유형의 사고가 국내외에서 반복됐다는 사실은 이번 사망사고를 현장 관리자 개인의 과실로 축소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ESG 평가 관점에서는 안전보건 시스템이 조직 차원에서 구조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정치권 “원청 책임 엄정 조사”…지배구조 최상단까지 고소·고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지난달 29일 HL만도 평택공장을 찾아 사고 설비와 작업 동선을 직접 점검했다. 정 의원은 당시 적정 인력 배치와 인터락 등 안전장치 설치·작동 여부, 정비 작업 시 전원차단 절차, 원청의 실질적 지휘·관리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정 의원은 “원청 책임과 2인1조 미준수, 안전장치 미설치 의혹을 신속하고 엄정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동일·유사 설비와 원·하청 안전보건관리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결과를 유가족과 노동자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당은 또 사고 이후 본사와 경영책임자에 대한 수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 대변인단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회의록 작성 문제와 사고 이후 작업 재개 과정 등을 거론하며 HL만도 본사와 경영책임자에 대한 강제수사를 요구해왔다.

지배구조 리스크는 이미 최고경영진 단위로 상승한 상태다. 유족과 대책위는 지난 24일 정몽원 HL그룹 회장과 HL만도 법인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유족 측은 사고가 현장 과실이 아니라 원·하청 안전관리와 작업지휘체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책임자에 대한 직접적인 법적 책임 제기는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 책임 범위가 확정될 경우, 단기적 생산 차질을 넘어 신용평가·기관투자자 ESG 스코어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 노사 협의 중단…원·하청 공급망 책임 문제로 확산

금속노조 만도지부는 전사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통해 공학적·관리적 대책을 포함한 종합적인 재발방지안을 논의하려 했으나 노사 간 이견으로 협의가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HL만도가 인터락 설치 등 보완조치를 마치고 다시 작업중지 해제를 신청하더라도 실제 재가동까지는 추가적인 안전성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망사고의 피해자가 외주 정비업체 소속 노동자라는 점도 짚어볼 대목이다.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이 하청 노동자에게까지 실질적으로 미쳤는지, 작업지휘 및 정보공유 체계가 원·하청 간 제대로 갖춰졌는지가 향후 수사의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이는 대기업 공급망 전반에 걸친 안전관리 책임, 이른바 ‘밸류체인 ESG’ 이슈로 확장될 소지가 있다.

작업중지가 장기화될수록 생산 차질에 따른 재무적 부담과 더불어, 노동조합·지역사회·투자자 등 이해관계자 신뢰 훼손이라는 무형의 손실도 누적될 가능성이 있다. 노동부의 작업중지 해제 심사가 단순히 인터락 설치 여부를 확인하는 데 그칠지, 정치권과 대책위가 요구하는 LOTO와 원·하청 관리체계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볼지가 향후 재가동 여부와 회사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재설계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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