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 증류식 소주 재도전'여울'...전작 '대장부' 참패 반복 우려

유통·MICE / 정호 기자 / 2024-10-18 10:26:16
일품진로·화요 겨냥해 출시, 가격 및 인지도 상대적 역부족
크러시 상황 재연, 출시 9개월 지났지만 시장에서 '관심' 밖

[메가경제=정호 기자] 롯데칠성음료가 다양한 주류 기호에 맞춰 프리미엄 소주(증류식 소주) 야심작 '여울'을 내놓았지만 '참패' 역사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앞서 롯데칠성음료는 2016년 증류식 소주 '대장부'를 선보였지만 화요와 일품진로로 양분된 시장 공략에 실패한 바 있다. 

 

18일 주류업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대장부를 단종한 2021년 이후 3년만에 올해 1월 여울을 출시했다. 20~25도 상온에서 두 차례 발효를 거치고 대기압보다 낮은 압력으로 주조된 이 제품은 출시 9개월이 지났지만 증류식 소주 시장에서 인지도를 넓히는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여울.[사진=정호 기자]


◆ 후발주자의 재도전, 화요·일품진로 사이서 '고배' 들다

 

롯데칠성음료가 여울을 출시한 데에는 헬시플레저 문화에 힘입은 제로소주 '새로'의 성공에서 얻은 자신감이 밑바탕으로 깔린다. 새로는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5000만병을 기록했으며 지난 9월까지 총 4억병이 팔려나갔다. 초기 흥행 분위기가 준수한 판매량까지 이어진 셈이다. 

 

단종된 대장부와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대장부의 실패 요인으로는 증류식 소주 시장을 이미 화요와 일품 진로가 양분한 상황에서 유의미한 시장 성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 꼽힌다. 대장부가 출시된 시점은 2016년이다. 처음 25도로 출시된 것과 비교해 도수를 낮춘 21도와 23도 제품을 연이어 출시했지만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결국 사업을 정리했다. 

 

대장부와 달리 제품군과 시장 인지를 높이며 화요와 일품진로는 꾸준히 성장해 왔다. 광주요그룹에서 2005년 출시한 '화요'는 증류주 시장에서 5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요는 2015년 매출 109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지난해 359억원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에서 2006년 4월 출시된 일품진로는 2016년간 누적 200만병 판매기록을 세웠다.  2021년부터는 70%대 성장 폭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6% 하락했지만 다시 30%대로 회복했다. 

 

▲ 대형마트에 진열된 일품진로 이미지.[사진=정호 기자]

도수를 기준으로 할 때 화요는 17·25·41·53·XP 5 등으로 제품군을 나눌 수 있다. 일품진로는 25·오크43(43도)·1924 헤리티지(30도)·고연산(31도) 등으로 각각 19년, 18년간 꾸준히 이뤄진 라인업 확대도 성장에 주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두 증류주의 성장은 증류식 소주 시장 성장을 드러내는 지표로 볼 수 있다. 소주·맥주 등의 주류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4~5배 가격이 높지만 수요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2021년 8000병 한정으로 판매된 일품진로 21년은 16만원이라는 고가에도 완판되며 탄탄한 소비층을 갖춘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국세청 자료를 봤을 때 2013년까지만 하더라도 증류식 소주 출고액은 115억원 남짓이었지만 2021년 646억원, 2022년 1412억원의 출고액을 기록했다. 평균치로 봤을 때 영평균 30% 정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기에 올해는 2000억원 대를 돌파했을 것으로 보인다. 

 

증류식 소주 시장 성장세에 편승해 출시된 여울이지만 아직 시장 평가는 냉담하다. 이제 출시 9개월에 접어들었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는 것으로 정리된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특히 주류를 대상으로 했을 때 성과는 초기에 나타나는 편"이라며 "당장 진로와 새로 등을 봤을 때도 단기간 내 수천만 판매 기록을 세우는 등 성과가 나타나지만 초반 흥행에 실패하는 제품이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키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 '크러시' 따라가는 '새로' 성공 이어 간다 던 야심작...사업 정리 '수순' 밟나?

 

▲ 크러시는 지난해 11월 출시됐음에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사진=롯데칠성음료]

 

여울은 크러시와 비슷한 면을 찾아볼 수 있다. '카리나 맥주'로 불리는 크러시는 지난해 11월 출시됐음에도 괄목할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메가 브랜드로 성장한 새로의 경우 공격적인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과 비교할 때 여울의 성장 전망은 밝지 못하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롯데칠성음료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결기준 크러시를 포함해 맥주 매출은 45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11억원 대비 11.4% 높아졌지만 오히려 코로나19 판데믹 당시였던 2022년 511억원의 반기 매출보다 10.4% 하락했다. 대세 아이돌 중 한 명인 '카리나'를 기용하고 대대적인 리뉴얼에 나섰지만 그 덕을 보지 못한 것으로 정리된다. 

 

올해 1분기 실적에서 롯데칠성음료는 매출 9369억원, 영업이익 424억원을 거둔 1분기 실적에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7.8%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28.5% 줄은 점과도 대비된다.  영업이익 급감 요인으로는 대면 영업과 마케팅 활동 등으로 증가한 판관비가 주된 요인으로 지적됐다.

 

롯데칠성음료는 신규 브랜드인 크러시를 키우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집행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시장 다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출시한 여울은 크러시 대비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들이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롯데칠성음료에서는 소주 제품군에서 '새로'에 대한 마케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미 연 매출 1000억원의 메가 브랜드로 성장한 '새로'의 신규 광고에서는 배우 박지훈과 김혜윤을 기용했다. 지난해 9월부터는 대전, 부산,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미국 진출 1주년을 기념해 유명 클럽 등에서 판촉 등을 이어간 바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모든 제품이 그렇지만 시장에서 소비층 관심이 멀어지면 결국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며 "아직 여울은 출시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제품이지만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 구색 맞추기 증류식 소주 신세되나 

 

▲ 대장부의 실패 요인은 화요와 일품 진로가 양분한 상황에서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나타내지 못한 것이 꼽힌다.[사진=롯데칠성음료]

 

위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여울은 결국 구색 맞추기 식으로 출시된 제품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장부 유통 당시 345ml 제품은 소매가 기준 1만800원으로 거래됐다. 화요와 일품진로의 25도 제품도 최저가로 1만550원에서 1만1000원 사이로 거래되고 있는 것과 큰 차이는 없다. 

 

현장을 살펴봤을 때 서울시 A 대형마트에서는 같은 알코올 도수 25도 제품을 기준으로 화요 1만1280원, 일품진로와 여울 모두 1만55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B 중형 슈퍼마켓에서는 화요 1만3500원, 일품진로 1만2500원, 여울 1만1500원 순이었다. 한 기업형 슈퍼마켓( SSM)에서는 여울의 입고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마케팅적으로도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작인 대장부가 2016년 5월 25도 제품을 출시한 직후 같은 해 6개월 만인 11월에 21도의 라인업을 확장한 것과 비교해도 여울의 마케팅적인 부분은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당장 오비맥주의 경우 한맥이 맥주 시장 점유율에서 10위 안팎으로 밀려났음에도 팝업스토어도 꾸준히 전개하면서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증류식 소주 시장에서 제품만 출시하고 마케팅에는 '뒷전'인 여울의 모습은 크게 대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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