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에도 스미싱 의심 사고
[메가경제=황동현 기자] 케이뱅크에서 허위 서류에 의한 11억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해 내부통제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은행들의 거래 고객수가 급증하면서 금융사기 등에 악용되는 위험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는데 실제 첫 금융사고 대상이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에 걸쳐 ‘허위 소득자료 제출’을 통한 11억 193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케이뱅크의 금융사고 공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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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본점 [사진=케이뱅크] |
사건 개요는 사기꾼 일당이 페이퍼컴퍼니를 인수해 대출이 어려운 청년·고령층 명의로 대출을 받게하는 수법을 동원했다. 페이퍼컴퍼니는 신용대출 진행 시 직장인 근로소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업자등록, 건강보험료납부 등 여건을 확인하는데 이용됐다.
공시에 따르면 일당은 이 사업체를 통해 지난해 10여건의 불법대출로 11억 1930만원의 금융사고를 냈다. 그중 사기 조직의 계좌 정지 등 제반 조치를 거쳐 8억원 가량이 회수될 것으로 예상됐고 손실금액은 3억 9642만원으로 예상됐다.
케이뱅크 측은 "공문서가 위조되어 초기 대응에 어려움이 있었다. 수상한 대출패턴을 감지해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즉시 계좌를 정지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라며"관련자를 고발해 수사기관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원인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재발방지책을 세우겠다. 감시시스템도 고도화시켜 나갈 계획이다"라고 부언했다.
하지만 인터넷거래에 전문화된 시스템을 갖춘 인터넷은행에서 서류 조작만으로 대출사기 금융사고가 발생한 점에서 당국의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사기극이 1년 가까이 진행된 상황에서 감지시스템이 너무 늦게 작동한 것 아니냐는 질타도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금융사기 연루 가능성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지난 3월 금융감독원은 케이뱅크가 고객으로 부터 해킹 의심 신고를 받고도 거래정지 조치를 취하지 않아 고객돈이 무단으로 해외 송금되는 사건이 발생해 내부 통제 체계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케이뱅크 고객인 A씨는 지난 2월 "택배가 잘못 배송됐다"는 문자 메시지에 담긴 링크를 무심코 클릭했는데 스마트폰이 해킹을 당하는 스미싱 피해를 봤다. 이어 케이뱅크로 부터 "본인 휴대폰 번호가 변경돼 안내를 드린다. 변경 사실이 없는 고객은 고객센터로 연락을 달라"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고 케이뱅크 고객센터에 전화해 계좌를 즉시 정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케이뱅크 상담원은 "스미싱 피해 전담 상담원과 연결해주겠다"라며 계좌 정지를 미뤘다가 A씨가 전담 상담원 전화를 기다리던 중 스마트폰은 먹통이 됐고 그사이 A씨의 계좌에서 550만원 가량의 돈이 무단으로 해외 송금됐다.
인터넷전문은행 고객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금융사기에 악용되는 사기이용계좌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신종 금융사기가 대부분 20~30대 젊은층을 대상으로 발생하면서 해당 연령대에서 사용 비중이 높은 계좌들이 금융사기 범죄의 타깃이 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286건에 불과했던 케이뱅크 사기이용계좌는 하반기에는 상반기 대비 약 2.7배 많은 776건까지 늘었다. 특히 지난해 11월과 12월 527건이나 발생하면서 급증하는 추이를 보였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고객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은행들은 각종 금융사기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라며"금융사기 피해 고객 보호를 위한 케이뱅크의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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