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김범석, '동일인' 지정 논란…재계·학계 "낡은 규제, 전면 재검토해야"

유통·MICE / 주영래 기자 / 2026-04-28 09:08:56
자유기업원 "1980년대 재벌 규제 틀, 글로벌 플랫폼엔 맞지 않아“
법적 정당성·형평성 논란도…"외국 국적자 지정, 형평성 문제“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공정위가 쿠팡 창업자 김범석 의장의 대기업집단 동일인 지정을 검토하면서, 1980~90년대 재벌 규제 틀에 설계된 동일인 제도의 시대적 타당성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부상과 분산된 지배구조가 일반화된 현실에서 '총수 일가' 개념을 전제로 한 규제가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5월 1일 대기업집단 지정을 앞두고 쿠팡 창업자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친인척과 계열사 범위가 확정되고, 순환출자 금지·일감 몰아주기 금지 등 각종 규제가 부과되면서 창업자가 상당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김 의장은 그동안 국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지 않는 방식으로 동일인 지정을 피해 왔다.
 

자유기업원이 쿠팡 동일인 지정 검토를 두고 합리적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사진=자유기업원]

쿠팡 측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 상장법인 Coupang Inc.가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하고, 김 의장과 친족이 국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거나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며, 미국 증권당국(SEC)의 공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사익편취 방지라는 제도 취지와 무관한 차별적 조치"라고 주장한다. 공정위가 규정한 예외 요건 네 가지를 모두 충족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공정위 동일인 지정 예외 요건으로 ▲ 자연인이 국내 계열사에 출자하지 않을 것 ▲ 친족이 국내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을 것 ▲ 계열사와의 자금·채무 관계가 없을 것 ▲ 기타 실질적 지배력 부재 요건을 들고 있다.

경제·법학계에선 이를 두고 ”1980년대 재벌 규제 틀“이라며 글로벌 플랫폼 규제엔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자유기업원은 최근 논평을 통해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현행 제도는 1980~90년대 총수 일가가 절대적 지배력을 행사하던 시대의 산물"이라며 "플랫폼 기업과 글로벌 자본이 주도하는 오늘날의 기업 생태계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동일인 제도는 1986년 공정거래법 개정 당시 소수 총수 일가가 복잡한 순환출자를 통해 방대한 계열사를 사실상 지배하던 현실을 규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당시와 달리 오늘날의 대형 플랫폼 기업들은 다수의 기관투자자와 해외 주주로 구성된 분산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쿠팡의 경우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Coupang Inc.가 최상단에 있어 SEC의 공시 규율을 받고 있으며, 국내 총수 일가 중심의 지배구조와는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자유기업원은 동일인 지정 방식이 전근대적 지배체제를 고착화하고 실질적 지배력과 무관하게 개인에게 과도한 법적·행정적 책임을 부과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친족의 범위가 핵가족화와 지분 분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실질적 영향력이 없는 친족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점 역시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 법적 정당성·형평성 논란도…"외국 국적자 지정, 형평성 문제“

제도의 법적 정당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행 구조상 동일인에게 방대한 친족·계열사 정보를 제출하도록 강제하고, 누락 시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과도하며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지분율과 실질적 지배력 기준이 불명확해 법적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지적된다.

외국 국적자를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문제도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미국 국적의 김 의장을 지정할 경우, 동일한 사안에서 내국인 총수보다 더 엄격한 의무를 부과하거나, 반대로 국내 총수와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자유기업원은 "외국 국적을 이유로 특정 개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면 국내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외교적 파장 우려…한·미 관계 영향 가능성도

사안은 외교 문제로도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측에서는 김 의장의 법적 안전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한·미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외국 국적자에 대해 한국 공정거래법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국제적으로도 이례적인 조치라는 시각이다.

공정위 내부에서도 동일인 지정만으로는 사익편취를 제재할 규정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정 자체보다 이후 규제의 실효성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외교적 마찰과 외국인 투자 위축이라는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 자유기업원 "자연인 중심 규제 폐지…핵심 법인 중심으로 전환해야“

자유기업원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동일인 제도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체적인 개선 방향으로는 ▲자연인 동일인 지정 규정 폐지 및 지주회사·그룹 최상단 법인 중심으로의 기업집단 범위 재편 ▲규제 대상 친족을 배우자·직계존비속으로 한정해 실질적 경제적 이해관계가 없는 친족 제외 ▲실질적 지배력이 확인된 회사에 한해 계열사로 인정하는 절차 마련 등을 제안했다.

자료 제출 의무와 관련해서도 현실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동일인에게 방대한 친족·계열사 정보를 제출하도록 강제하고 누락 시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보유 자료에 한정한 신고로 완화하고 의무 위반 시에도 과태료 등 행정벌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규제의 비례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기업원은 "공정위가 글로벌 플랫폼 기업을 기존 재벌 규제 틀에 끼워 맞추려 하고 있다"며 "동일인 중심의 규제 체계를 핵심 법인 중심으로 전환하고, 규제의 형평성과 비례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위는 특정 개인에 대한 규제 수단을 활용하기보다, 낡은 공정거래 정책을 시대 변화에 맞게 원점부터 재검토하고 합리화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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