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공시,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주주 친화
사외이사 선임여부 등 산적한 현안…대규모 교체 여부 '촉각'
[메가경제=문혜원 기자] 올해 4대 금융지주들이 3월 마지막 주인 25일과 26일 양일에 걸쳐 정기주주총회를 연다. 하나금융이 오는 25일에 정기주총 소집이 예정됐으며, 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 등이 일제히 26일에 예정돼 이른바 '슈퍼 주총데이'가 예고됐다.
이번 주총 시즌에는 금융지주 신임 회장 선임을 비롯해 사외이사 선임, 배당성향 확대 등 금융업권의 큰 변화를 몰고 올 굵직한 안건들이 포함돼 있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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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정기주주총회가 일제히 열릴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주총 핵심 안건에 대한 이슈가 주목되고 있다.[사진= 각 사] |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들은 지난 5일 감사보고서를 동시에 제출하며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됨을 알렸다. 상법 시행령에 따르면 상장사는 정기 주주총회 일주일 전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회사는 감사보고서 수령 당일 거래소에 공시해야 한다.
정기주총을 준비하는 이들 4대 금융지주사들은 주주들에게 서면·전자투표를 권장하고, 주주권환 행사를 위한 대안을 찾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4대 금융지주사들의 주총 시행안건을 살펴보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제도를 추진하는 내용을 공시해 눈길을 끈다. '의결권 대리행사'는 주주가 직접 참석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대리인)이 대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기업 경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주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장치로 여겨지고 있다.
4대 금융지주들은 올 상반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일례로 신한금융은 4000억원 규모, 하나금융은 2700억원 규모의 신종 조건자본증권발행을 결정해 자본 확충에 나섰다. 이는 주총을 통해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실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KB금융의 경우 400억원 규모의 자사주 특정금전신탁을 지난 5일 해지 공시를 올렸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7일 15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이는 벨류업에 사활을 걸었던 KB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들이 주가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면서 자사주 소각과 배당금 확대 등을 통해 주주환원에 나서기 위함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부터 최근 4개월 동안 KB, 신한, 하나,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평균 13% 하락했다. KB금융은 9만6400원에서 7만8600원으로 23% 감소했다. 신한금융도 (-16%), 하나금융도 (-7%), 우리금융도 (-5%) 순으로 각각 주가가 하락했다.
이들 지주사들은 분기배당 관련 정관도 변경한다. 우리금융은 이번 주총에서 자본준비금 관련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익잉여금은 손익거래나 이익의 사내유보에서 발생하는 잉여금으로 주주가 청구할 수 있는 이익이다. 즉 현금배당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본준비금은 3~4조 정도 가능하다.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역시 중간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제고 방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정관상 분기배당 기준일은 (1분기)3월, (2분기)6월, (3분기)9월의 각 말일부터 45일 이내의 이사회 결의로 배당기준일을 정해 분기배당을 할 수 있다.
다른 관심사는 사외이사 교체 폭이다. 최근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이 마무리됐고, 이달 말 열릴 주주총회 최종 선임만 남겨두고 있다.
먼저, KB금융은 지난달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와 김선엽 이정회계법인 대표이사를 추천했다. 기존 KB금융 조화준, 여정성, 최재홍, 김성용 사외이사는 중임으로 추천됐고, 두 신임 사외이사 후보가 이사회 합류하면 총 7명 이사회 체제로 운영된다.
신한금융은 지난 4일 사외이사 감사위원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2명의 신임 사외이사로 양인집, 전묘상 후보를 각각 추천했다.
신한지주 이사회는 이번 달 임기가 만료되는 곽수근, 김조설, 배훈, 윤제원, 이용국 등 5명의 사외이사에 대한 재선임을 추천함에 따라 총 9인의 사외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일본 현지 회계법인에서 감사 업무를 담당하며 회계 재무 전문가로 불리는 전 후보자가 이달 말 주총에서 선임되면, 사외이사 여성 구성이 45%에 달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여성 비율이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27일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서영숙 전 SC제일은행 전무를 추천했다. 이달 임기가 종료되는 기존 사외이사 4명(박동문, 이강원, 원숙연, 이준서)은 재선임 후보로 추천됐다. 하나금융은 총 9인 이사회 체제를 유지 중이다.
우리금융은 6년간 유지해온 지주사와 은행 간 사외이사 겸직 체제를 분리해 독립 운영에 나섰다. 지난달 28일에는 기존 사외이사 7명 중 5명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이영섭, 이강행, 김영훈, 김춘수 이사를 추천했다. 독립적으로 운영될 우리은행 사외이사는 기존 5명에서 6명 체제로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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