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 "원유 수급·맛 고려한 배합 조정"…경찰 명예훼손 '불송치'
부제 3
[메가경제=심영범 기자]서울우유가 제품 경쟁력 강화와 브랜드 통합을 통해 사업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자사 딸기우유의 원재료 배합 변경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원유 대신 정제수와 탈지분유 사용이 늘었다는 소비자 의혹에 서울우유 측이 원유 수급과 제품 특성을 고려한 조정이라고 해명했지만,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를 형사 고소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소비자 소통과 원재료 정보 공개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경찰은 해당 소비자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서울우유는 원유 수급 상황과 제품의 관능적 특성을 고려해 배합비를 조정했을 뿐 원가 절감이나 품질 저하를 목적으로 한 변경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산 탈지분유를 사용했으며, 정제수 역시 분말 형태의 탈지분유를 제품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원료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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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우유가 제품 경쟁력 강화와 브랜드 통합을 통해 사업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자사 딸기우유의 원재료 배합 변경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서울우유 홈페이지 갈무리] |
5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지난해 9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서울우유 딸기우유 관련 게시물에서 시작됐다. 작성자 A씨는 기존 제품과 변경된 제품의 원재료 표시 순서를 비교하며 원유와 정제수의 표기 위치가 달라진 점을 지적했다.
기존 제품에서는 원유가 정제수보다 앞에 기재됐지만 변경된 제품에서는 정제수가 원유보다 먼저 표시됐다. 식품 등의 표시 기준에 따라 원재료는 일반적으로 함량이 많은 순서대로 표시해야 하는 만큼, 표시 순서의 변화는 실제 원재료 배합에 변화가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서가 될 수 있다.
A씨는 이를 근거로 제품에 들어가는 원유 비중이 줄어들고 탈지분유와 정제수 사용이 늘어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원유 대신 탈지분유를 활용하는 방식이 제조 원가를 낮추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게시물에는 기업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다소 거친 표현도 포함됐다.
논란의 핵심은 단순히 탈지분유를 사용했는지 여부가 아니다. 기존 제품과 변경 제품 사이에 원재료 배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변경의 배경이 무엇인지,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품질 변화가 있었는지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우유는 해당 게시물이 확산하자 법적 대응을 결정했다. 기업 측은 물을 타거나 값싼 원료를 사용해 원가를 절감했다는 취지의 표현이 사실과 다르게 확산하면서 제품 품질에 대한 소비자 불신을 키우고 기업 이미지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게시글이 실제 원재료 표시 변경 내역과 관련 언론 보도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작성됐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표현이 과장됐다고 하더라도 게시글 전체를 허위 사실로 단정하기 어렵고, 작성자에게 비방 목적이나 허위 사실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다.
서울우유는 고소 배경에 대해 단순한 소비자 비판이 아니라 사실과 다른 내용이 확산하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물을 많이 탔다', '값싼 탈지분유를 사용했다'는 식의 표현이 온라인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되면서 제품의 제조 방식과 품질에 대한 오해가 커질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해당 논란과 관련해 "단순히 원가 절감을 위해 물을 타고 탈지분유를 사용했다는 식의 표현이 확산하면서 제품 품질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라며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었고 브랜드 이미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법적인 판단을 구하는 절차를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커뮤니티를 통해 왜곡된 내용이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에서 이를 바로잡기가 쉽지 않았다"라며 "대응 과정에서 오히려 논란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무차별적으로 내용이 확산하는 상황을 고려해 법적 절차를 밟았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리면서 기업이 문제 삼은 게시글의 허위성과 작성자의 비방 목적을 형사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온 만큼 법적 대응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 우유 소비 둔화·재고 부담 속 원유 활용 효율성도 변수
국내 흰우유 소비가 급격히 줄면서 낙농산업의 생산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저출생과 인구구조 변화로 전통적인 흰우유 수요가 위축되자 낙농가와 유업계가 음용유용 원유 생산량을 줄이고 치즈와 분유 등 가공유 중심으로 생산 체계를 전환하고 있다. 소비시장 변화가 원유 생산 단계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국내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2021년 26.6㎏에서 2024년 25.3㎏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 22.9㎏까지 떨어졌다. 전년 대비 감소율은 9.5%다. 이는 198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흰우유 소비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는 인구구조 변화가 꼽힌다. 저출생으로 영유아와 학생 인구가 줄어들면서 우유의 주요 소비층이 축소된 데다 1인 가구 증가로 대용량 흰우유를 구매하는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과거 학교 급식과 가정 내 정기적인 소비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요를 형성했던 흰우유 시장이 인구 감소와 소비 형태 변화라는 구조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셈이다.
소비 감소는 원유 생산 체계 개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낙농가와 유업계는 내년부터 음용유용 원유 물량을 기존 194만1000t에서 191만5000t으로 2만6000t 줄이기로 했다.
서울우유는 일반 유업체와 달리 낙농가 조합원이 생산한 원유를 수매하는 협동조합 구조를 갖고 있다. 안정적인 원유 수급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소비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조합원들의 원유 생산과 수매 구조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이같은 시장 환경에서 원유를 어떤 제품에 얼마나 투입하고, 탈지분유 등 가공 원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유업체의 생산 효율성과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원유 수급과 제품별 생산 계획을 고려해 배합을 조정하는 것은 제조업체의 경영 판단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경영 판단이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되지 않으면 원가절감이나 품질 저하 의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 가공유 제조 방식 둘러싼 시각차…원가절감 여부는 별도 검증 필요
가공유의 제조 구조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흰 우유는 원유 자체의 품질과 신선도, 유지방 함량 등이 제품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다. 반면 딸기우유와 같은 가공유는 원유에 과즙이나 향료, 당류 등 여러 원료를 배합해 일정한 맛과 풍미를 구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원유 외에 탈지분유를 활용하는 것은 업계에서 사용되는 제조 방식 중 하나다. 탈지분유는 원유에서 지방을 분리한 뒤 수분을 제거해 분말 형태로 만든 원료다. 보관과 활용이 상대적으로 편리하고, 물을 혼합하면 환원유 형태로 사용할 수 있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제품의 맛과 물성, 원료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원유와 탈지분유의 배합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원유가 들어가면 좋지만 가공유의 경우 맛을 내는 것도 중요하다”라며 “탈지분유와 원유 등을 혼합해 비율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유와 탈지분유 등을 조합하는 방식이 법적으로 저촉되지 않는다. 가공유는 흰 우유와 달리 딸기 등 특정 맛과 향을 구현해야 하는 만큼 원재료의 특성과 배합 비율이 제품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설명했다.
원가 절감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원가 절감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가공유는 맛이 중요하기 때문에 원하는 맛을 내기 위해 원재료를 조합하고 배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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