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불닭소스 생산량 47%↑·제조원가 35.5%↓…매일유업도 제조 AX 기반 확대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인공지능(AI)이 식품회사 사무실을 넘어 생산라인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과거 식품 제조 경쟁력이 ‘좋은 원료와 레시피, 숙련된 생산 노하우’에 좌우됐다면 이제는 누가 더 많은 제조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AI로 얼마나 정교하게 활용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특히 K-푸드의 글로벌 시장 확대와 함께 생산량은 늘리면서도 맛과 품질의 균일성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가 커지면서 AI가 수요예측부터 제품개발, 품질검사, 설비 관리, 생산 최적화까지 담당하는 ‘디지털 생산 관리자’로 진화하고 있다. 정부도 지난 6월 ‘K-푸드 스마트제조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키고 AI를 활용해 수요·생산·품질·위생관리를 통합하는 제조 표준모델 구축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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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품제조업계에서 AI도입이 활발하다. [사진=AI] |
식품업계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AI 활용 범위를 넓히는 기업 가운데 하나는 CJ제일제당이다.
CJ제일제당은 최근 AI 기반 플랫폼 ‘푸드 AI 360(Food AI 360)’을 앞세워 제품 개발 방식부터 바꾸고 있다. AI가 온라인상의 식품 트렌드와 소비자 반응을 분석하고 상품 기획·개발뿐 아니라 출시 이후 소비자 반응까지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국내 사업부에 먼저 적용한 데 이어 올해 6월 미국 도입을 마쳤으며 일본과 유럽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실제 ‘말차 햇반’과 ‘비비고 연어 스테이크’ 등도 이 플랫폼을 활용해 개발됐다.
AI의 역할은 상품기획에 그치지 않는다. CJ제일제당은 생산 현장에서 설비 상태 데이터를 분석해 고장을 미리 감지하는 예지보전과 제조공정·품질 데이터의 실시간 관리 등을 확대해 왔다. CJ그룹의 제조 IT를 담당하는 CJ올리브네트웍스 역시 AI 비전검사와 공정 최적화, 설비 예지보전 등을 결합한 ‘AI팩토리’를 구축하고 있다. 생산량을 늘리는 단순 자동화를 넘어 AI가 불량 가능성과 설비 이상을 먼저 찾아내는 단계로 제조 시스템이 고도화되고 있는 셈이다.
삼양식품은 AI 제조혁신의 효과를 숫자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은 지난 6월 삼양식품 밀양공장 불닭소스 생산라인에 AI와 로봇을 적용한 자율제조 실증을 마쳤다. AI가 생산라인의 온도와 압력, 중량, 로봇 상태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공정 정체구간과 소스 주입량 오차, 설비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구조다. 로봇은 용기 이송과 포장 등 반복 작업을 담당한다.
효과도 뚜렷했다. 하루 불닭소스 생산량은 기존 10톤에서 14.7톤으로 늘어 생산성이 47% 향상됐고 제조원가는 35.5% 줄었다. 식품업계에서 AI 제조 혁신이 단순한 기술 실증을 넘어 실제 원가와 생산능력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삼양식품은 밀양2공장에도 생산실행관리시스템(MES)과 창고관리시스템(WMS), 자동화 설비 등을 적용해 생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설비 예방보전과 에너지 절감, 품질 데이터 관리까지 연결하면서 밀양2공장을 향후 국내외 생산거점에 기술을 확산하는 ‘마더 플랜트’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매일유업도 제조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AI 전환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매일유업은 비교적 일찍부터 공장 내 에너지와 생산 데이터를 디지털화해왔다. 스마트팩토리 구축업체의 공개 사례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전력·용수·가스·스팀 등의 사용량을 IoT로 수집하고 EMS(에너지관리시스템), POP(생산시점관리), MES 등을 연계해 생산 데이터를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구축 당시 전년 대비 인시 생산성이 5.2% 높아지고 생산량은 10.07% 증가한 것으로 제시됐다.
현재 매일유업은 이를 AI 제조로 확장하기 위한 산업 차원의 협력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 6월 출범한 ‘K-푸드 스마트제조 얼라이언스’에는 CJ제일제당과 매일유업, 팔도 등 주요 식품기업 15곳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들은 생산·품질·위생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이를 AI와 결합해 식품공장 전반의 AX(AI Transformation)를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식품업계가 AI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제조업 특유의 ‘1% 싸움’이 자리하고 있다. 같은 제품을 대량생산하면서 맛과 중량, 색상, 온도 등 품질 편차를 최소화해야 하고 원재료 가격과 에너지 비용, 인건비 부담도 동시에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AI가 설비 고장을 사전에 예측하고 불량 발생 가능성을 낮추거나 공정의 병목을 찾아낼 수 있다면 작은 개선도 대규모 생산에서는 상당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K-푸드 수출이 확대되면서 AI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해외 수요가 갑자기 늘어도 생산량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동일한 품질을 유지해야 하고, 여러 국가에 생산거점이 생길 경우 국내 공장의 제조 노하우를 데이터와 알고리즘 형태로 복제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식품기업 간 경쟁이 단순한 ‘스마트공장 보유 여부’를 넘어 얼마나 많은 생산 데이터를 축적하고 AI가 이를 얼마나 정확하게 판단해 실제 생산공정을 움직이도록 하느냐로 옮겨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식품공장에서 AI는 더 이상 사람의 업무를 보조하는 프로그램에만 머물지 않는다. 신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먼저 계산하고, 기계가 고장 나기 전에 정비 시점을 알려주며, 불량이 발생하기 전에 공정을 조정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손맛’과 ‘레시피’가 지배하던 식품 제조 현장에서도 결국 AI를 얼마나 잘 가르친 공장을 갖느냐가 원가와 품질, 글로벌 생산 경쟁력을 가르는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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