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연속 무역적자에 수출 2년만에 감소 전환…무역수지 적자폭 67억달러로 확대

숫자경제 / 류수근 기자 / 2022-11-02 07:54:28
무역수지 적자 외환위기 이후 25년만에 최장기간 이어져
에너지 수입 42% 급증…대중 무역수지도 한달새 다시 적자로
이창양 장관 “무역적자 지속·수출감소 상황 엄중히 인식”
정부, ‘마이너스’ 수출 활로 찾기 위해 5개 신산업 분야 집중 육성
반도체산업에 1조원 재정 투입…해외 건설 연 500억달러 수주 목표

2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오던 우리나라 수출이 반도체 등 주력 품목 수출액이 급감하면서 2년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반면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수입 증가세는 지속되면서 무역수지는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긴 적자 기간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의 10월 수출입 통계를 발표했다.
 

▲ 월별 수출액 추이.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월별 수출 증감률 추이.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10월 수출은 지난해 동월 대비 5.7% 감소한 524억8천만달러로 집계됐다. 2020년 10월에 전년 대비 3.9% 감소한 이후 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 기록이다.

그러나 수입은 1년 전보다 9.9% 증가한 591억8천만달러로 증가세를 유지했다. 에너지 수입액이 40%가 넘게 늘어난 영향이 컸다.

▲ 10월 수출입 실적.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이로써 10월 무역수지는 67억달러(약 9조6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4월부터 7개월 연속 적자다. 이는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한 이후 25년여 만에 가장 길다.

10월 무역 적자 규모는 지난 9월(37억8천만달러)과 비교해 77.2%나 확대된 것이다.

산업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주요국 통화긴축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 영향으로 각국의 수입 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우리 최대 수출국가인 중국의 수입시장 위축과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가격 하락이 우리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 10월 15대 주요 품목별 수출액 및 증감률.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품목별 수출을 보면, 자동차·이차전지 수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지만 반도체·석유화학·디스플레이·무선통신 등 수출은 글로벌 수요둔화 등 영향으로 감소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세계적인 수요 약세, 가격 하락의 여파로 작년 동월 대비 무려 17.4%나 줄었다. 석유화학과 철강도 각각 25.5%, 20.8% 줄었다. 디스플레이는 7.9% 감소했다.

반도체의 경우 특히 지난 8월과 9월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8%, 5.7% 감소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감소 폭이 두 자릿수로 커졌다. 시스템반도체 수출은 10월까지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하면서 7월부터 45억달러 내외 수출규모를 유지한 반면,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수출은 7월 이후 감소세를 보인 데 따른 영향이다.

다만 2020년 이후 반도체 수출에서 시스템반도체 수출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로, 10월에는 시스템반도체 수출이 처음으로 메모리반도체 수출규모에 육박했다.

▲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 수출 추이.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10월 메모리반도체 수출은 44억7천만달러로 35.7% 감소한 반면, 시스템반도체 수출은 43억8천만달러로 17.6%가 늘었다.

반면 자동차(28.5%), 이차전지(16.7%), 석유제품(7.6%) 등의 10월 수출은 증가했다. 자동차와 이차전지의 수출액은 각각 49억2천만달러, 8억달러로 역대 10월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 10월 9대 주요 지역별 수출액 및 증감률.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지역별 수출액은 유럽연합(10.3%), 미국(6.6%)에서 증가했으나 중국(-15.7%)과 일본(-13.1%), 아세안(-5.8%), 중남미(-27.0%) 등에서는 감소했다. 대(對)미국 수출은 2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 속에서도 자동차·이차전지 등 수출이 증가한 미국·EU 등 선진시장 수출은 증가한 반면, 우리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수입시장 위축 등 영향으로 중국에 대한 수출은 감소했으며, 선진시장의 수요둔화로 그간 수출증가세를 견인해온 디스플레이 등 주요 품목 수출이 줄어든 대(對)아세안 수출도 감소세로 전환했다.

여기에다 글로벌 경기둔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 일본, 인플레이션에 따른 불안정성이 계속되고 있는 중남미 등에 대한 수출도 감소했다.

▲ 지역별 수출액과 수출증감률.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특히, 대(對)중국 수출은 최근 수요약세에 따른 가격 하락세가 관측되는 석유화학·반도체 등의 수출이 줄어듦에 따라 감소세가 지속됐다.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10월 무역수지는 12억5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대중 무역수지는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가 9월 흑자(6억9천만달러)로 전환했지만, 한 달 새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반면, 대(對)미국 수출은 미국 정부의 고강도 긴축정책에도 불구, 자동차 수요·생산 확대에 따른 자동차·차부품·이차전지 등 수출이 증가세 견인했다. 86억달러로, 지난해 10월(80억7천만달러)를 제치고 역대 10월 수출 1위를 기록했다.

▲ 월별 수입액 추이.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월별 수입 증감률 추이.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10월 수입은 여전히 증가세를 유지 중인 가운데 전년 대비 10% 가까이 늘었다.

3대 에너지원인 원유·가스·석탄의 수입액이 전년(109억3천만달러)보다 46억달러(42.1%)나 증가한 155억3천만달러로 집계돼 수입 증가세를 주도했다.

원유·가스·석탄 가격 모두 전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동절기 에너지 수급안정을 위한 조기확보 등의 복합적 영향으로 수입이 증가했다고 산업부는 밝혔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은 158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액(716억달러)이 같은 기간 무역적자(356억달러)의 2배를 웃돌았다.

▲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원의 수입액·증감액 추이.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산업통상자원부 이창양 장관은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 러·우전쟁 등으로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며 주요 기관이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단기간에 우리 수출을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원유·가스·석탄 등 주요 에너지 가격이 여전히 전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에너지 수입이 전년 대비 46억 달러 증가한 점이 무역적자 발생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그러면서 “무역적자 지속, 10월 수출 감소 등 최근 상황을 정부는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긴장감을 갖고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수출활력 제고를 총력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정부의 관계부처 합동 신성장 수출동력 확보 추진 계획.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는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어 반도체·이차전지 등 주력산업, 해외건설, 중소·벤처, 관광·콘텐츠, 디지털·바이오·우주 등 5대 신산업 분야를 집중 육성해 수출 활로를 찾기로 했다.

특히 대표 주력산업인 반도체의 경우 인력양성, 연구개발(R&D), 인프라‧사업화에 총 1조원의 재정을 투입해 지원하기로 했다.해외건설 분야에서는 연간 500억 달러 규모의 수주 목표를 세웠다.

연말까지 국토교통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수주 지원단을 구성하는 한편, 해외 건설업에 대해서는 주 52시간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제 활용 기한도 연 90일에서 연 180일로 늘려주기로 했다.

중소·벤처 분야의 경우는 이달 중 세제 지원 내용 등을 담은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2년 만에 수출이 감소로 전환됨에 따라 산업부는 이날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무역협회 등 수출지원기관과 반도체·자동차·정유·철강 등 업종별 협회와 함께 ‘제3차 수출상황점검회의’도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글로벌 경제여건 변화와 그에 따른 수출입 영향 등을 점검하고, 수출활력 제고,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애로 해소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하게 열렸다.

정부는 우선, 부처별로 산업진흥·수출지원 전담체계를 구축·강화하는 한편, 부처별 수출전략·지원계획을 수립하고 ‘무역투자전략회의’를 통해 이행현황 등을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아울러 KOTRA·무보 등 수출지원기관을 통해 전 부처 산하기관의 수출지원역량을 강화하고 수출지원기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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