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내년 새 국제회계제도 도입 앞두고 자금 부담 가중
흥국생명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콜옵션 미행사 이후 해외채권 시장에서 한국물(Korean Paper)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거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해외채권 시장에서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고 여타 한국물 거래에도 파장이 우려된다.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내외 외화채권시장에서 흥국생명의 액면가 100달러 신종자본증권 거래 가격은 4일 72.2달러로, 지난 1일 콜옵션 미행사 공시 직전인 10월 말 가격(99.7달러)보다 28% 급락했다.
![]() |
▲ 흥국생명 [사진=연합뉴스 제공] |
그동안 한국물의 신종자본증권은 콜옵션 행사가 암묵적인 관행이었는데 상환 시기를 기약할 수 없게 되면서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이 여파로 다른 보험사와 은행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가격도 급락했다.
내년 8월 만기인 신한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은 10월 말 96.6달러에서 지난 3일 88달러로, 2024년 10월 만기인 우리은행 신종자본증권은 10월 말 87.5달러에서 4일 77.8로 하락했다. 2025년 9월 콜옵션 만기인 동양생명 신종자본증권은 10월 말 83.4달러에서 4일 52.4달러까지 떨어졌다.
거래도 저조하다.
한 증권사 담당자는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이전부터 한국물에 대한 유동성이 원활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매수·매도 호가가 있는 상황이었다면 콜옵션 미행사 이후에는 그것마저도 사라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서 흥국생명은 오는 9일로 예정된 5억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009년 우리은행 외화 후순위채 이후 처음이다. DB생명도 오는 13일 예정됐던 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를 미루기로 했다.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로 국내 보험사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것이라는 국제 신용평가사의 우려도 나왔다.
지난 4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이창윤 이사는 “금리상승에 이번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며 “향후 국내 보험사들의 신규 발행 및 차환을 통한 조달계획에도 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내년 새 국제회계제도(IFRS17)와 신지급여력(K-ICS) 비율 시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도 거듭 진화에 나서면서 관련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계약상으로는 스텝업을 하는 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니므로 채무불이행이라고 보진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시장 관행이 깨지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입장이 있다. 중요한 것은 금융당국이 아닌 투자자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레고랜드 사태로 국내 채권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역외시장마저 한국계 외화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가 많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자, 국내 금융사의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보험사가 자금 조달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결국 한국물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로 일반 해외채권 수요가 줄고 발행 금리도 더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채권전문가는 "이번 사태로 해외에서의 자금 조달시 더 높은 금리를 요구받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국내 자금조달도 어려운 상황인 만큼 금융사들은 국내외 채권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다각도로 자금 조달 방안을 고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메가경제=황동현 기자]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