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수출 전년 대비 14% 급감 "2개월째 감소"… 무역수지 8개월 연속 적자행진

숫자경제 / 류수근 기자 / 2022-12-02 06:47:03
8개월 연속 적자는 IMF 이후 25년만에 최장 기록
반도체 29.8% 감소…D램‧낸드플래시 등 가격하락
자동차 수출은 31% 증가…월간 역대 최고 실적
중국 수출 25.5% 감소…2개월째 대중 무역수지 적자
3대 에너지원 수입액 전년 동월 대비 27.1% 증가

우리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제품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은 감소하고 수입은 여전한 증가세를 유지하며 무역수지가 8개월 연속 적자의 늪에 빠졌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긴 적자 기간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2년 1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1월 수출은 519억1천만달러로 전년 동월(603억3천만달러)보다 무려 14.0% 감소했다. 반면 수입액은 589억3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달(573억6천만달러)보다 2.7% 증가했다.
 

▲ 2021년 이후 월별 수출입 증감률.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이에 따라 11월 무역수지는 70억1천만달러(약 9조1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11월 무역적자 폭은 10월(67억달러)과 비교해서도 확대됐다. 지난해 11월(30억9천만달러 흑자)과 비교하면 1년 새 한 달의 무역수지가 101억 달러나 악화한 셈이다.

특히,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10월(12억5천만달러), 11월(7억6천만달러) 두 달째 이어졌다.

▲ 무역수지 현황.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무역수지는 지난 4월부터 8개월 연속 적자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5년 1월∼1997년 5월 연속 적자 이후 25년여 만에 최장 기간 적자 지속이다.

올해 1∼11월 누적 수출액은 6290억5천9백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8%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같은 기간 수입은 6716억2천만달러로 21.2%나 급증했다.

▲ 2021년 이후 월별 무역수지.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이에 따라 1~11월 누적 무역적자는 425억6천1백만달러에 달해 이미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연간으로 보면 종전 최대 적자인 1996년 기록(206억2천400만달러)을 훌쩍 넘어선 상태다.

산업부는 수출감소와 무역수지 악화의 주된 요인으로, 주요국 금리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 영향으로 각국의 수입 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과 원유·가스·석탄 수입단가 모두 전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을 꼽았다.

▲ 1~11월 누계 기준 수출입 실적.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최근 수출 증가세 둔화는 우리나라처럼 에너지 자원을 수입에 의존하면서 제조업 경쟁력을 갖춘 중국‧일본‧독일 등 수출강국을 중심으로 관측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10대 수출국가 중 한국‧미국(에너지 수출비중 11%, 2021년 기준)을 제외한 8대 국가의 월 기준 수출증가율은 6월 이후 둔화하는 추세다.

11월 수출액의 경우, 2020년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2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으나 10월에 전년 동월 대비 5.7% 줄어 2020년 10월(-3.9%) 이후 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데 이어 두 달 내리 줄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이던 2020년 3∼8월 이후 처음으로 2개월 이상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 11월 15대 주요 품목별 수출액 및 증감률.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수출 부진은 무엇보다 한국 수출의 대표 품목인 반도체 부문에서 실적이 30%가량 감소한 것이 결정적인 타격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11월 수출 증감률을 15대 주요 품목 중 자동차(31.0%), 석유제품(26.0%), 차부품(0.9%), 이차전지(0.5%) 등 4개 부문만 증가했다.

특히 자동차 부문은 54억달러어치를 수출하며 월간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자동차 반도체 수급개선과 SUV·친환경차 등 고단가 차종의 수출확대로 미국과 중동에 대한 수출이 늘어나며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약세 등의 영향으로 우리 수출 주력인 반도체(-29.8%)를 비롯해 11개 품목의 수출액이 감소했다.

선박(-68.2%), 컴퓨터(-50.1%) 수출은 큰 폭으로 감소했고, 바이오헬스(-27.3%), 석유화학(-26.5%), 가전(-25.0%), 섬유(-20.0%), 무선통신(-18.7%), 디스플레이(-15.6%), 철강(-10.6%) 수출도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일반기계도 1.7% 줄었다.

▲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 수출 현황.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반도체의 경우, D램·낸드플래시 등의 제품가격 하락으로 메모리반도체 수출이 줄어들면서 11월 수출은 지난 달(-17.4%)에 이어 내리 감소했다. 지난해 10~12월 3.71달러였던 D램 고정가는 올해 10~11월 2.21달러까지 떨어진 상태다.

최근의 수출 감소는 IT 전방수요 약세와 그간의 재고누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으로,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설비투자 축소계획과 공급량 조절 등에 따라 내년 하반기 이후 차츰 개선될 것으로 산업부는 기대했다.

지역별로 보면 9대 주요 지역 중 미국(8.0%), CIS(4.6%), 중동(4.5%), 유럽연합(EU‧0.1%) 4개 지역은 증가했으나, 중국(-25.5%), 중남미(-19.1%), 일본(-17.8%), 아세안(-13.9%), 인도(-5.9%) 5개 지역은 감소했다.

▲ 11월 9대 주요 지역별 수출액 및 증감률.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특히, 우리 최대 시장인 대중국 수출이 큰 폭의 하락률을 보이며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다.

부동산 침체, 제로 코로나 정책 등의 영향으로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대(對)세계 수입이 3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는 중국의 상황이 우리 수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11월 3대 에너지원인 원유·가스·석탄의 수입액은 155억1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달(122억1천만달러)보다 33억1천만달러(27.1%)나 급증하면서 무역수지 적자에 큰 영향을 미쳤다.

▲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원의 수입액·증감액 추이 .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원유·가스·석탄 수입단가 모두 전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동절기 에너지 수급안정을 위한 조기확보 등의 복합 영향으로 수입이 증가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올해 1∼11월 3대 에너지원 누적 수입액은 1741억달러로 전년 동월(999억달러)보다 거의 배 가까이 증가했다. 1~11월 누계 3대 에너지원 수입 증가액은 748억 달러로, 같은 기간 전체 무역적자 426억 달러를 300억 달러 이상 웃돌았다.

산업부 이창양 장관은 “에너지 위기에 따른 인플레이션 등으로 세계경기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수요약화로 제품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반도체·석유화학·철강 등 수출이 줄어들며 11월 수출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화물연대 운송거부까지 작용하며 11월 수출이 전월보다 감소폭이 확대된 가운데, 운송거부가 장기화될 경우 생산차질 등이 발생하면서 12월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장관은 “한국의 높은 대외경제 의존도를 감안할 때, 우리가 마주한 글로벌 복합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수출활력 제고가 중요하다”며 “정부는 지난달 ‘제1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발표한 바와 같이 주요 시장별 맞춤형 수출전략을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도체·이차전지 등 주력산업별 맞춤형 수출지원방안을 착실히 이행하고, 무역금융·마케팅 등 전방위 지원을 확대하고자 한다”며 “부처와 기관별 수출지원협의회를 중심으로 모든 정부부처, 유관기관 수출지원 역량을 결집해 총력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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