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한국, 12년만에 16강 진출 "알라이얀의 기적" …김영권 동점골·황희찬 결승골로 포르투갈에 2-1 역전승

스포츠 / 류수근 기자 / 2022-12-03 05:21:28
조2위로 16강행…우루과이와 승점‧골득실차 동률에 다득점서 앞서
부상 털고 돌아온 ‘황소’ 황희찬, 천금 결승골로 16강 드라마 연출
베테랑 중앙수비수 김영권, 4년 전 카잔처럼 또 ‘기적’ 신호탄 쏴
'마스크 투혼 캡틴' 손흥민 “아직 끝난 것 아니야…또 하나의 기적을”

선수도 울고 팬들도 울었다. 마스크를 벗은 ‘캡틴’ 손흥민의 얼굴은 기쁨의 눈물에 흠뻑 젖었다.

말그대로 기적같은 드라마였다. 한국 축구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앞세운 강호 포르투갈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12년만에 월드컵 16강 진출의 쾌거를 맛봤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마지막 3차전에서 극장골에 진배없는 역전쇼를 연출하며 2-1로 이겼다.
 

▲ 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16강 진출에 성공한 대표팀이 기뻐하며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알라이얀=연합뉴스]

한국은 이날 포르투갈을 맞아 0-1로 끌려가던 전반 27분 김영권(울산)이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후반 46분 손흥민(토트넘)의 패스를 받은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역전 결승골을 터트렸다.

이로써 한국은 같은 시각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가나전에서 2-0으로 이긴 우루과이와 1승1무1패 동률을 기록하며 승점(4점)과 골득실 차(+0)까지 같아졌지만 다득점에서 4-2로 앞서며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은 승점 4점에 4득점 4실점, 우루과이는 승점 4점에 2득점 2실점이었다. 한국의 16강 진출은 2010년 남아공 대회 이후 12년 만이자 역대 세 번째(2002년·2010년·2022년)다.

▲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최종 순위. [그래픽=연합뉴스]

한국 선수들과 코치진은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관중석 쪽으로 달려가 그라운드에 다이빙을 하며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펼쳤고, 서로 물을 끼얹으며 16강 진출을 자축했다.

한국은 우루과이와 첫 경기에서 0-0으로 비긴 뒤 상대적으로 약체로 평가되던 가나에 2-3으로 일격을 당하면서 16강 진출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하지만 이날 포르투갈전 승리로 포르투갈(2승 1패)에 이은 H조 2위로 각 조 1, 2위가 나서는 16강 무대에 진출하게 됐다.

한국의 포르투갈전 역전골 소식에 한국 선수들과 우리 국민은 열광했지만 우루과이 축구의 ‘베테랑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와 우루과이 선수들은 16강 탈락의 눈물을 훔쳐야 했다.

▲ 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두며 조2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한 대표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알라이얀=연합뉴스]

한국의 이번 카타르 월드컵 목표는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 이를 위해 한국은 이날 포르투갈을 반드시 꺾고, 같은 시각 가나(1승 1패)와 우루과이(1무 1패)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절박한 처지였다.

FIFA 랭킹에서 포르투갈은 9위이고 한국은 이보다 17단계나 낮은 28위다. 역대 국가대표팀 간 경기는 2002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한 차례 맞붙어 박지성의 결승골로 한국이 1-0으로 이긴 바 있다.

이날도 FIFA 랭킹은 랭킹일 뿐 한국이나 포르투갈이나 축구공은 똑같이 둥글었다. 한국은 전반 5분 히카르두 오르타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27분 김영권(울산)이 동점골을 뽑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 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 김영권이 동점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알라이얀=연합뉴스]

베테랑 중앙 수비수 김영권(32·울산)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의 선제 결승골에 이어 이날 또 한 번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유럽의 강호를 상대로 득점포를 가동했다.

포르투갈 진영 왼쪽에서 이강인(마요르카)이 왼발로 차올린 코너킥이 상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무소속)의 등에 맞고 골문 앞에 떨어졌고, 공격에 가담한 김영권이 넘어지며 날린 왼발 발리슛이 포르투갈 오른쪽 골문을 열었다.

이후 한국과 포르투갈은 승부의 균형을 깨기 위해 공방을 펼쳤지만 정규 후반 45분까지 추가골을 빼내는데 실패했다.

극적인 역전골의 주인공은 부상으로 월드컵 조별리그 두 경기를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던 ‘황소’ 황희찬(26·울버햄프턴)이었다.

후반 20분 이재성(마인츠)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은 그는 후반 46분 손흥민(토트넘)이 포르투갈 수비수 다리 사이로 밀어준 감각적인 패스를 득달같이 돌진하며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득점 후 황희찬은 유니폼 상의를 벗어 던지며 환호했고, 선수들 모두가 뛰어와 감싸안으며 함께 기쁨을 나눴다.

▲ 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16강 진출에 성공한 대표팀 황희찬이 태극기와 함께 미소짓고 있다. [알라이얀=연합뉴스]

첫 월드컵이던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선 득점이 없었던 터라 이날 역전골은 그의 월드컵 본선 첫 득점이다. 자신의 A매치 50번째 경기에서 터트린 10번째 골이다.

황희찬은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상으로 카타르에서 대표팀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우루과이와 1차전(0-0 무), 가나와 2차전(2-3 패)에서 모두 벤치를 지켰다.

그는 이날 포르투갈전에서도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려 출전 가능성에 물음표가 달렸다. 그러나 황희찬은 특유의 스피드와 힘을 활용해 포르투갈의 측면을 파고들며 필요한 순간에 해결사 역할을 아낌없이 해냈다.

황희찬은 이날 최고의 활약으로 경기 최우수선수인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Player of the match)에 뽑혔다.

▲ 2022 카타르 월드컵 한국 역대 월드컵 본선 진출 및 성적. [그래픽=연합뉴스]

황희찬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1, 2차전에서 뛰지 못해 동료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있었는데, (동료들이) 열심히 뛰어줘 고마웠다”며 “3차전에선 더 다치더라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하겠다는 각오로 준비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자랑스러운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랑스럽다”며 “팬들께도 자랑스러운 순간을 선물해 드릴 수 있어 기쁘다. 자랑스럽다는 말이 가장 많이 떠오른다”고 소감을 전했다.

황희찬은 “우리가 16강에 갈 자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기에 마음 편하게, 믿으면서 기다렸다”며 “16강에 올라오는 팀은 모두 강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이기는 것이다. 기쁨과 자랑스러움을 드리는 게 목표”라며 승리를 다짐했다.

이날 동점골로 4년 전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카잔의 기적’에 이어 또 한 번의 귀중한 득점으로 ‘기적’을 예감케 한 김영권은 경기 후 취재진에 “4년 전보다 지금이 훨씬 좋다”며 “그때는 경기는 이겼지만 16강에 오르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 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이 16강 진출을 결정짓는 역전골을 성공한 뒤 손흥민과 포옹하고 있다. [알라이얀=연합뉴스]

이번 조별리그 내내 ‘마스크 투혼’을 불사른 ‘캡틴’ 손흥민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생각한 대로 어려운 경기였고, 처음에 실점해서 더욱 그랬다“며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 발 더 뛰고 희생한 덕분에 이런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도 최선을 다했지만 이런 결과를 얻지 못했는데 이번엔 결과까지 얻게 돼서 너무 기쁘고,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세 번째 월드컵 출전에 처음 16강에 오르게 된 데 대해서는 “이 순간을 상당히 많이 기다려왔고, 선수들이 분명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주장인 제가 부족한 모습을 보였는데 선수들이 커버해줘서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 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가 끝난 뒤 황희찬의 역전 결승골을 어시스트한 손흥민이 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알라이얀=연합뉴스]

16강전 각오에 대해 손흥민은 “16강이 저희에게 목표였고, 다가오는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 축구는 결과를 아무도 모른다”며 “저희가 가진 것을 며칠 잘 준비해서 또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또 다른 승리를 다짐했다.

아울러 그는 “벤투 감독님의 마지막 경기를 벤치에서 같이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드린다”며 벤투 감독에 전하는 기쁜 마음도 감추지 못했다.

경기 막판에 마스크를 벗은 것에 대해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사실 벗으면 안 된다. 이제 수술한 지 한 달 정도 된 것 같은데, 뼈가 붙는 데는 최소 석 달은 걸려서 이제 실처럼 살짝 붙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인데, 저는 이렇게 해야 하는 위치고, 제가 좋아서,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한 거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 순간 벗었다고 해서 이제 완전히 벗고 경기를 해도 되는 건 아니다. 아직도 엄청난 리스크를 갖고 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16강에 진출하는 걸 상상했을 텐데, 막상 가니까 어떤가’라는 질문에는 “너무 좋지만, 끝난 게 아니잖아요. 저희가 16강을 항상 얘기했지만, 더 나아갈 수 있다면 그러기 위해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16강을 항상 얘기했는데, 이제 더 나아가고자 노력하겠다”며 “내일부터 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또 하나의 기적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 VIP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한국의 16강 진출 소식을 듣고 있다. [알라이얀=연합뉴스]

벤투 감독은 직전 가나전에서 경기 종료 뒤 심판에게 항의하다 레드카드를 받아 이날은 벤치에 앉지 못한 채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이후 16강 진출을 확정하자 그 대신 지휘봉을 잡은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H조 2위로 16강에 진출한 한국은 6일 오전 4시에 카타르 도하의 스타디움 974에서 FIFA 랭킹 1위이자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브라질을 상대로 외국대회 첫 8강 진출을 노린다. <인터뷰 출처=연합뉴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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