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하면 단숨에 재계 20위권 도약...부영, DL 이어 건설 그룹 위상
대우건설 인수전이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중흥건설그룹(이하 중흥건설)이 과감한 베팅으로 경쟁자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빅딜로 재계 20위권 도약이 가능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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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흥건설그룹 사옥 전경 |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지난 25일 본입찰에서 대우건설 인수가로 2조 3000억 원을 제시해 다른 인수 후보인 DS네트웍스 컨소시엄보다 5000억 원 정도 높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당초 시장 예상가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이번 매각 대상은 KDB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5%다. 29일 종가 기준으로 대우건설의 시가총액은 3조 4081억 원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치열한 인수전을 벌인 끝에 6조 4255억 원을 들여 지분 72.1%를 인수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문제와 함께 풋백옵션 이슈가 불거지면서 ‘승자의 저주’에 걸려 대우건설은 매각된 지 3년 만에 산업은행 품에 안기게 됐다.
이후 상당 기간 매각에 난항을 겪다가 지난 2018년 호반건설이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관련 3000억 원 가량의 해외 손실을 발견하고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당시 인수가는 대략 1조 6000억 원 안팎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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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우건설 을지로사옥 |
이번 매각 분위기는 그때와 다르다. 무엇보다도 대우건설의 재무적 건전성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매출액은 8조 1367억 원이며, 영업이익은 5583억 원을 기록했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대우건설의 올해 매출액 9조 6000억 원, 영업이익 8406억 원으로 추정한다”며 “수주잔고의 경우도 지난해 말 기준 역사적 최고 수준인 13조 5000억 원을 확보하며 타사 대비 가파른 이익 성장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산업은행 측도 지난 7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정항기 관리대표를 각자대표에 신규 선임하고, 정관을 손보는 등 매각 준비를 마무리하며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이르면 내달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연내 최종 매각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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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창선 중흥건설그룹 회장 |
한편, 만약에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최종 인수한다면 재계 순위에도 큰 지각변동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건설과 중흥건설은 올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그룹) 순위에 각각 42위와 47위에 올라있다.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한다면 단숨에 재계 20위권에 오를 수 있게 된다.
또한 건설업을 주력으로 하는 그룹 순위로 HDC(에이치디씨)를 가볍게 제치고 부영, DL 등에 이어 세 번째 위상을 차지할 수 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서도 대우건설은 8조 4132억 원으로 6위를 차지했으며, 동일 그룹인 중흥토건(2조 1955억 원)과 중흥건설(1조 2709억 원)이 각각 15위와 35위에 올랐다.
중흥토건은 중흥건설 창업주인 정창선 회장의 후계자인 장남 정원주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일찌감치 그룹에서 형제간 계열분리로 떨어져 나간 정 회장의 차남 정원철 사장이 맡고 있는 시티건설도 44위에 올라있다. 정 사장은 지분 100%를 보유한 시티글로벌을 정점으로 다수의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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