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검수완박 중재안, 잘됐다고 생각...사면은 국민 공감대가 기준"

정치 / 류수근 기자 / 2022-04-26 03:12:39
尹당선인·국힘 ‘재논의’ 입장과 반대…“가능하면 합의처리 하는 게 바람직”
”검찰 반발 이해하지만…검찰은 더 중요한 일 집중“ 중재안에 거듭 힘실어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사면 요구엔 일단 유보적...조국 사태엔 “송구스럽다”
“5월 9일 오후 6시 퇴근...마지막날 밤 청와대서 안 보내도 불편하지 않아”
“‘청와대 시대 끝’이 청산 의미 아냐...공과 과가 있는데 청산대상 맞지 않아”
"퇴임후 현실정치 관여·주목끄는 삶 원치 않아"

문재인 대통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법안 처리와 관련, 그간 견지해온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원칙적으로 강조하면서도 추진 과정에서 국민적 공감과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주요 인사들에 대한 사면론이 불거지는 데 대해선 “사면은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인 다음달 9일의 일정과 관련해선, “저는 5월 9일 18시, 업무를 마치는 퇴근 시간에 청와대에서 퇴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퇴임 2주를 남긴 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들과의 마지막 간담회에서 ‘검수완박’ 법안 처리 논란과 관련된 질문에는 박 의장의 중재안을 기초로 여야가 합의처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중재안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표시하면서 이날 국민의힘이 기존 입장에서 선회해 중재안을 재논의하자는 결론을 낸 상황이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와 정반대의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바람직한 방향이라도 그것을 추진하는 방법이나 과정에 있어서는 역시 국민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국회에서도 논의가 필요하고 가능하면 합의 하에 처리가 되면 더 좋고 검찰과 경찰 간에도 협의들이 필요하다”고 말해 민주당 측에서 제기되는 ‘단독처리’ 목소리에 대해서도 부정적 인식을 함께 나타냈다.

이어 “그런 점에서 박 의장의 중재로 이루어진 양당 간의 합의가 저는 잘 됐다고 생각한다”며 “수사권·기소권이 당장 완전히 분리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로서는 끝까지 가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불만스러울 수 있다. 반대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에 반대하는 분들은 그 방향으로 한걸음 더 나간 것이 불만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불만스럽더라도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서로 합의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의회민주주의에도 맞는 것이고, 또 계속해 나아가야 할 협치의 기반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검찰의 내부 반발에 대해선 “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며 “어쨌든 갖고 있던 권한이 축소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불만도 있을 수 있고, 그런 현상이 여러 가지 국민들에게 주는 불편 등을 걱정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이번 합의안에 따르더라도 검찰이 장점을 보였던 부패수사, 경제수사 부분은 직접 수사권을 보유하게 되고, 직접 수사권이 없는 부분도 중요한 사안들은 영장이 청구되거나 기소까지 가게 되기 때문에 영장을 검토하는 과정, 기소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를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검찰이 잘하는 일,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라며 “보다 가벼운 사건들은 경찰에 넘겨서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수사능력 부분은 앞으로 이번 합의안에 담긴 대로, 중대범죄수사청이 만약 만들어진다면 거기에 수사 검사와 검찰 수사관들의 수사능력, 검찰 일부의 특수수사 능력 등이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다소 불만스러운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후속 절차 과정에서 얼마든지 보완될 수 있는 것”이라며 “결국 수사권, 기소권 분리의 문제는 검찰과 경찰이 얼마나 협력해서 국민들을 위한 수사 효율을 높이고 공정한 수사를 이루게 하느냐 거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방향으로 검찰이 더 노력해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경남지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 등의 사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요청이 각계에서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하지만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면은 사법 정의와 부딪힐 수 있어 사법 정의를 보완하는 차원에서만 행사돼야 한다. 결코 대통령의 특권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그 분들의 사면이 사법 정의를 보완할 수 있을지, 사법 정의에 부딪힐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국민의 몫”이라며 “국민의 지지나 공감대가 여전히 우리가 따라야할 판단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이렇게 원론적으로만 답변드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답했다.

앞서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계 인사들은 갈등과 분열을 씻고 국민통합을 이루려면 양 진영의 상징적 인사들을 사면할 필요가 있다며 청와대에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에 대한 사면 탄원서를 전달했다. 아울러 건강 악화 우려 등을 이유로 정 교수의 사면도 요청했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사면을 단행한다면 임기 종료 전날이자 석가탄신일인 5월 8일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사면의 판단 기준으로 국민의 공감대를 꼽은 만큼 결국 석가탄신일 전까지는 국민의 여론을 살핀 뒤 최종적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임기 중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석열 현 대통령 당선인을 검찰총장에 기용했던 인사를 후회하는지, 조 전 장관에게 여전히 마음의 빚이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이미 여러 차례 드렸던 말씀이다. 공개적으로 드렸던 거 이외에 추가할 얘기가 있다면 나중에 회고록에서나 해야될지 모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인사와 관련해 때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그것이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던 점에 대해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더 깊은 이야기를 지금 이 자리에서 당장 대답하는 것은 그렇고 다음으로 미뤄두고 싶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인 5월 9일 일정과 관련해서는 오후 6시에 퇴근하고 나면 하룻밤을 청와대 바깥에서 보내고, 다음날 윤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한 뒤 KTX로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으로 내려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임기 첫날인 다음 달 10일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문 대통령은 특히 “마지막 날 밤을 청와대에서 보내지 않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며 “그날 밤 12시까지는 우리 정부의 책임이기 때문에 청와대 당직이 근무하면 되고 저는 업무 연락망을 잘 유지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 부분을 조금이라도 ‘신구 정권 간 갈등’, 그렇게 표현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퇴임 후 생활과 관련해서는 “퇴임하면 제가 잊혀진 삶을 살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그게 무슨 은둔생활을 하겠다는 건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다만 현실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특별히 주목 끄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는 그런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평범한 시민, 평범한 국민으로서 가고 싶은데 가보고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찾아가 먹기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보통사람처럼 살 것”이라며 “그렇게 하면 오며 가며 자연스럽게 국민들을 만날 수 있을 테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하루에 한 번씩 시골까지 찾아온 분들과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저는 그렇게 안 할 생각”이라며 “자연스럽게 우연히 만날 수는 있지만 특별히 일부러 만나는 시간을, 일정을 잡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또 “그밖에는 지금으로선 아무런 계획을 하고 있지 않다. 아무런 계획을 하지 말자는 것이 지금 저의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과 관련해선 “다음 정부가 출범하는 그 순간까지, 한반도 평화 또 한반도의 대화 분위기, 이런 것이 계속되고 다음 정부로 이어지게끔 하기 위한 그런 차원의 노력으로 봐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시대’가 막을 내리는 데 대한 소회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역사 또는 청와대 역사에 대한 부정적 평가 때문에 뭔가를 청산한다는 의미로 ‘청와대 시대’를 끝내는 것이라면, 그것은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의 성취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저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의 공과 과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성공한 나라라는 평가를 받는다”며 “그 역사를 청산의 대상으로 여긴다면 맞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이날 출입기자단 녹지원 간담회는 지난 2019년 10월 이후 약 2년 반만에 열렸다. 그 동안에도 기자간담회 등을 추진했으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추진하지 못했다.

하늘색 셔츠에 노타이 차림 정장의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단과 막걸리를 마시며 비교적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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