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바이든, 첫 대면 삼성반도체 평택캠퍼스서 "반도체 공급 동맹" 한목소리

정치 / 류수근 기자 / 2022-05-21 02:32:13
바이든, 방한 첫 일정 평택캠퍼스 尹대통령과 시찰...이재용 안내
尹 연설 4분 “경제안보동맹”…바이든 9분 연설서 중국 견제 메시지
바이든 “가치 공유 파트너와 협력해 공급망 회복력 강화가 중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0일 저녁 삼성 반도체 평택캠퍼스에서 첫 대면을 한 뒤 ‘반도체 공급망 동맹’에 한목소리를 냈다.

두 정상이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기지인 평택캠퍼스를 나란히 둘러보고 연설하면서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이 경제 안보와 글로벌 공급망 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반도체를 연결고리로 한미동맹의 범위를 군사·경제 동맹을 넘어 기술동맹으로까지 확대하자는 의지를 대내외에 선포한 셈이다.
 

▲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반도체 공장 내부를 함께 시찰한 두 정상은 이후 연단에 올라 공고한 한미동맹 관계를 부각하는 공동 연설을 한 뒤 함께 퇴장하며 이날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42년생으로 1960년생인 윤 대통령보다 18년 위다.

이날 환영 행사에서 호스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통역없이 영어로 “전세계에서 가장 크고 선진화된 제조 공장인 평택 반도체 캠퍼스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며 “삼성은 25년 전에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든 최초의 글로벌 기업으로, 이런 우정을 존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며 계속 발전시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는 모든 것의 엔진이 되고 있으며 성장을 이끌고 많은 기회를 만들고 있다”며 “사람들이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게 하고, 많은 지식의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며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두 정상은 이 부회장 소개로 연단에 올라 차례로 연설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후 한국을 첫 방문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연설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평택=연합뉴스]

먼저 마이크 앞에 선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공장 방문을 두고 “반도체를 통한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언급했다.

이어 평택 캠퍼스를 “한국 반도체의 심장”이라고 칭하며 “오늘 방문을 계기로 한미관계가 첨단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안보 동맹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평택 캠퍼스 방문은 반도체가 갖는 경제·안보적 의미는 물론, 반도체를 통한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한미정상 공동 연설 주요 내용. [그래픽=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또 “반도체는 자율주행차, AI(인공 지능), 로봇 등 모든 첨단 산업의 필수부품이자 미래 기술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며 “대한민국은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70%를 공급하면서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반도체가 우리 미래를 책임질 국가안보 자산이라 생각하며 과감한 인센티브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며 “바이든 대통령께서도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투자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의 제공뿐 아니라 미국의 첨단 소재·장비·설계 기업들의 한국 투자에도 큰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4분에 걸친 연설 동안 ‘협력’과 ‘합작’, ‘협업’, ‘파트너십’ 등의 단어를 통해 한미 반도체의 긴밀한 관계를 최소 6차례 직접적으로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4분)보다 2배 이상 긴 9분 동안 연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공장은 한미 양국 간 긴밀한 유대와 혁신을 상징한다”고 화답하며 “양국은 최고의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협력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투자에 거듭 감사를 표하며 이러한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반도체와 관련해서는 “한국은 세계 최첨단 반도체 생산복합 라인을 갖고 있다. 삼성이 주도하는 혁신이 놀랍다”며 “최첨단 반도체 제품을 삼성이 내놓고 있고 이런 회사들은 세계에 3개밖에 되지 않는다”며 추켜세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한국처럼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긴밀한 파트너와 협력해 우리가 필요한 것을 동맹과 파트너로부터 더 확보하고 공급망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과의 공급망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렇게 해야 우리가 함께 더 번영하고 우리 국민이 21세기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도록 우리의 장기적인 회복력을 강화할 수 있다”며 “그게 내가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으로 한국에 온 이유”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수십 년간 세계 미래의 정말 많은 부분이 이곳 인도·태평양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윤석열 대통령과 어깨에 손을 얹고 대화하고 있다. [평택=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한미동맹은 역내와 전 세계를 위한 평화와 안정, 그리고 번영의 핵심축”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역사의 변곡점에 섰다”며 “활기찬 민주주의는 세계 혁신의 원동력(파워하우스)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의 잔혹하고 이유 없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들에 경제와 국가안보를 의존하지 않으려면 주요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를 부각했다”고도 지적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가 기존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 등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첨단기술 분야를 주도해야 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평소 지론을 반영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특히, 가치 동맹을 고리로 한국을 향해 ‘반중 연대’에 적극 결합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한 부분이다.

두 정상의 연설 행사에는 미국 국적을 가진 삼성전자 직원 30여 명이 단상 위에 의자를 놓고 둘러 앉아 지켜봤고, 삼성전자 북미법인 부사장인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도 양국 수행원들과 연단 아래 앉았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탄 전용기 에어포스원이 20일 오후 경기 오산공군기지에 착륙하고(위 사진) 바이든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23분께 전용 공군기 에어포스원 편으로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했고, 박진 외교부 장관 등이 한국 정부를 대표해 바이든 대통령 일행을 맞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에 동행한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장관과 함께 기지 활주로에서 만난 미군 장병들과 잠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곧바로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으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 6시 11분께 공장 정문 앞에 대기하고 있다가 바이든 대통령을 직접 영접했다.

두 정상은 서로 악수한 뒤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인사말을 나눴고, 방명록 대신 반도체 재료인 웨이퍼 위에 검은색 펜으로 각자 이름을 썼다.

두 정상은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로 공장 내부를 시찰했다. 현재 가동 중인 1라인(P1)과 건설 중인 3라인(P3)을 주로 둘러봤다. 방진복을 입지 않고 정장 차림이었다.

▲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평택=연합뉴스]

이 부회장은 두 정상을 미국 반도체 기업 KLA 등의 장비가 늘어선 공장으로 안내했다. 미국은 생산시설이 부족하지만 설계, 장비 분야에서 앞서고 있어 삼성전자도 미국산 장비 없이 공장을 가동하지 못한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양산하는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반 세계 최초 3나노미터 반도체 시제품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시찰은 7시18분까지 22분 동안 진행됐다.

최고 수준 보안 시설인 반도체 공장 내부를 바이든 대통령 일행에게 공개한 것은 미국을 기술동맹으로 선언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일정에는 한국 측에서 박진 외교부·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최상목 경제수석, 왕윤종 경제안보비서관 등 100여명이 동행했다.

미국 측에서는 지나 러몬드 상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크리스토퍼 델 코르소 주한미대사 대리,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동아태 차관보 등 50여 명이 함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장에 도착한 지 약 2시간 만인 8시께 윤 대통령 환송을 받으며 숙소인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로 향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연합뉴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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