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경영자’로 꼽히기도...어린이 재활병원 건립에 사재 털어
한국 게임 산업을 선도한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향년 54세로 세상을 떠났다.
국내 게임업계 벤처 창업 1세대의 주역으로 글로벌 게임회사 넥슨을 일궈내 성공신화를 썼던 그의 죽음에 각계각층의 애도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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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이사 |
넥슨의 지주회사 NXC(엔엑스씨)는 1일 입장문을 통해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엔엑스씨 이사가 지난달 말 미국에서 유명을 달리했다”고 1일 밝혔다.
이어서 “유가족 모두 황망한 상황이라 자세히 설명하지 못한다”면서도 “다만 고인은 이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최근 들어 악화된 것으로 보여 안타까울 뿐”이라고 전했다.
또 “조용히 고인을 보내드리려 하는 유가족의 마음을 헤아려주시길 간절히 바란다”며 자세한 설명을 피했다.
고인은 1968년 서울 태생으로 서울 광성고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에서 전산학과 석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 과정 중 1994년 자본금 6000만 원으로 넥슨을 창업했다.
당시 창업 멤버가 서울대 동기인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과 함께 국내 IT 벤처 1세대로도 불린다.
넥슨은 지난 1996년 세계 최초의 PC 온라인 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개발해 국내 불모지를 개척하는 동시에 흥행에도 크게 성공했다.
이후 고인의 탁월한 사업 수완이 발휘되면서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크레이지 아케이드‘,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서든 어택’ 등 흥행작을 확보하면서 국내 최대 게임업체로 승승장구했다.
특히 엔씨소프트, 넷마블과 함께 국내 3대 게임사인 ‘3N’으로 대표되면서 한국 게임 산업의 도약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20년에는 게임업계 최초로 매출 3조 원을 돌파하며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게임회사 반열에 올랐다. 2011년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한 넥슨의 현재 시가총액은 한화로 24조 원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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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주 NXC 대표 [사진=연합뉴스] |
고인은 외부 노출을 꺼리는 은둔형 경영자로도 손꼽힌다.
2005년 6월 넥슨의 대표이사를 맡았지만 1년여 만에 사임했다.
같은 시기에 대표이사를 맡았던 엔엑스씨(옛 넥슨홀딩스)에서는 중임을 거듭하다 지난해 7월 16년 만에 돌연 이재교 브랜드홍보본부장에게 자리를 넘기고 물러났다.
다만 배우자인 유정현 감사와 함께 등기 이사로는 남았다.
지난 2010년 9월 매입해 10년간 살던 제주도 서귀포시 타운하우스도 2020년 9월 매각했다.
2019년에는 넥슨의 게임 사업 매각을 전격 추진하다 철회하기도 했다.
그는 생전에 넥슨재단을 통한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 사업에 힘을 쏟았다.
넥슨재단은 넥슨코리아의 출연금과 고인의 사재로 올해부터 약 3년간 100억 원씩 병원 건립에 기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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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정주 넥슨 창업주, 하병필 경남도지사 권한대행 [넥슨 제공] |
한편, 이날 비보를 접한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일제히 애도를 표했다.
김택진 대표는 개인 SNS를 통해 “살면서 못 느꼈던 가장 큰 고통을 느낀다”며 “같이 인생길 걸어온 나의 벗 사랑했다. 이젠 편하거라 부디”라고 애통한 마음을 전했다.
남궁훈 카카오 신임 대표 내정자도 “업계의 슬픔이다”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정헌 넥슨 대표,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 등도 사내 공지로 고인을 애도하는 마음을 담아 글을 올렸다.
고인의 은사로 각별한 인연을 맺어온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도 비통한 심정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도 SNS를 통해 추모의 글을 올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트위터를 통해 고인의 공적을 치켜세우며 애도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페이스북에서 “큰 별이 졌다”면서 고인을 추모했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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