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인수위원장 “정치인 검찰 수사 안 받는 것, 이해상충”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 “수사권 개정 문제점 악화시킬 것”
22일 박병석 의장 중재로 합의안 서명...‘부패·경제’ 검찰 직접 수사권 한시유지
28~29일 본회의서 처리 약속...민주, 내달 3일 국무회의 상정 목표
이른바 ‘검수완박’ 입법을 둘러싼 대치 정국이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극적 합의에 도달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이와 관련한 후폭풍이 거세지면서 여야 합의 후속 작업이 순탄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24일 여야 원내지도부가 서명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합의안과 관련해 자신의 SNS에 “우리 당의 의원총회에서 통과하였다고는 하지만 심각한 모순점들이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입법추진은 무리”라며 “1주일로 시한을 정해 움직일 사안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비록 민주당이 거대 정당의 힘의 논리로 협박의 정치를 하는 상황이라 권성동 원내대표께서 불가항력의 협상을 하시느라 수고하신 점은 존중한다”면서도 “내일(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협상안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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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24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여야 원내지도부가 서명한 '검수완박' 합의안과 관련해 "심각한 모순점들이 있는 상황"이라며 최고위원회를 통해 추진 여부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 21일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 저지를 위한 당 대표-중진의원 긴급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
권성동 원내대표가 협상에 나선 검수완박 합의안 내용을 두고 검찰은 물론이고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당내 일각에서 반발이 지속하는 가운데, 당내 ‘투톱’인 이 대표마저 반대 여론에 힘을 싣고 나서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이 대표는 이 글에서 “주말 내내 여러 법률가들과 소위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이번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논의에 대한 자세한 의견을 수렴했다”며 “저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을 포함해 일선 수사경험자들의 우려는 타당하다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어 “법률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 민주당 측의 주장을 따르자면 개정되어야 할 법안의 내용이 그 두 가지에 그치지 않는다”며 “현장에서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일선 수사인력들은 본인들의 경험과 우려가 입법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은 것에 분개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 법안은 더 이상의 추진 이전에 법률가들과 현장 수사인력들을 모시고 공청회부터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에 대한 입법 공청회 개최 요구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통한 정책 사안 논의 제안 등 두 가지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에 대해서 명확한 반대 관점을 가진 한동훈 후보자에 대한 질의를 통해 민주당이 입법 추진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면 민주당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제안일 것”이라며 “이것을 회피한다면 입법추진이 졸속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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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22일 오후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검수완박' 법안 중재안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박 의장,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
지난 22일 중재안 합의를 주도한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시 합의문에 사인하기 전 의원총회를 열고 동의를 구했지만, 사인 후엔 당 안팎에서 반대 의견에 직면해 있다.
특히 검찰의 선거·공직자 직접수사권을 경찰에 넘기기로 한 내용이 중재안에 담긴 것을 두고 역풍을 맞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인 방탄’ 중재안에 합의해준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에 노출된 모양새다.
이에 권 원내대표는 이날도 SNS에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의석수가 부족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고개를 숙이며 부정적인 여론 진화에 나섰지만 비난 여론을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 8일 원내지휘봉을 거머쥔 그로서는 보름여 만에 협상력과 리더십의 첫번째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준석 대표가 SNS를 통해 반대 의견을 밝힌 이날 앞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과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도 중재안에 공개 반대·우려 의견을 표명했다. 인수위와 원내지도부, 예비 행정부 간 이견까지 노출한 모양새다.
이날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안 위원장은 “정치인들이 스스로 정치인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받지 않게 하는 것이야말로 이해상충 아니겠나”라고 중재안에 담긴 검찰의 선거·공직자 수사권 박탈을 꼬집었다.
전날 한동훈 후보자는 입장문을 내고 “검수완박 중재안은 수사권 개정의 문제점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우려한다”고 밝혔다.
비난 여론이 적지 않자, 6·1지방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초 검수완박 법안을 무리하게 추진하려던 민주당을 향한 곱지 않은 민심이 국민의힘에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아직까지 직접적 입장 표명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럼에도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라고 비판하며 검찰총장직에 사표를 던지고 대선에 승리한 윤 당선인인 만큼, 이번 사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중재안을 둘러싼 당 안팎 반발 여론이 이어지고 ‘합의안 파기’ 목소리까지 점점 커질 경우, 윤 당선인이 결국 이번 사안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 여야, 금주 특위구성안 의결…중수청 관할·임명권 등 신경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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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석 국회의장 '검수완박' 중재안 8개항. [그래픽=연합뉴스] |
여야는 지난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안한 검찰개혁 입법 중재안을 전격 수용키로 합의한 뒤 당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합의문에 공식 서명했다.
이에 앞서 양당은 당일 오전 국회에서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총 8개항으로 구성된 박 의장의 중재안을 논의한 뒤 추인했다.
박 의장 중재안은 민주당이 요구한 대로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되 검찰 수사권을 당장 떼어내지 않고 한시적 유예를 두는 식으로 조율한 타협안이다.
작년 1월부터 시행 중인 현행 검찰의 6대 범죄 수사 범위 중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부터 삭제하고 ‘부패·경제’는 남기되, 이 둘도 중대수사범죄청(중수청) 등 새 수사기관이 출범하면 폐지하도록 했다.
민주당으로서는 검찰 수사권은 대폭 축소하면서 공언해온 4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할 수 있게 됐고, 국민의힘으로서는 보완수사권은 지켜내면서 ‘중수청’ 출범 전까지 시간을 확보했다는 설명이 가능했다.
박 원내대표는 의총 후 브리핑에서 중재안 수용 배경에 대해 ‘검찰 기소·수사권의 분리’ 원칙, 4월 임시국회서 법안 처리, 한국형 FBI(미연방수사국) 설립을 언급하며 “이 세 가지가 의장 중재안에 기본적으로 반영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시 권 원내대표도 의총 후 “민주당이 제출한 (기존) 법안은 직접 수사권뿐 아니라 보충수사권까지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었는데 (중재안은) 보완수사권과 2차 수사권은 유지하고 ‘6대 범죄’ 중에서 부정부패와 대형중대 범죄 2개 수사권은 검찰이 보유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여야 합의에 따라 검찰개혁 법안은 다음주 28∼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다음달 3일 열리는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에 상정해 공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중재안을 토대로 한 입법 과정에서 세부 내용을 놓고 여야 간 충돌이 재연될 여지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이준석 대표까지 최고위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소위 ‘검수완박’ 법안이 당초 중재안 합의 대로 처리돼 예정대로 국회 본회의를 무리없이 넘을 수 있을지 예측불허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검찰의 수사권을 넘겨받는 핵심 조직인 중수청의 관할 및 중수청장 임명권 등을 놓고 여야의 첨예한 대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도 지배적이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연합뉴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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