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류수근 기자]대한유도회가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전 유도 국가대표 왕기춘(32)을 만장일치로 영구제명하며 사실상 퇴출 조처했다.
대한유도회는 12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체육회 대회의실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왕기춘의 징계 수위를 논의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 아울러 유도회는 유도 단급을 삭제하는 ‘삭단’ 징계도 함께 내렸다.
이날 공정위에는 위원 9명 중 8명이 참석해 만장일치로 왕기춘의 영구제명을 결정했다.
![왕기춘 징계 등과 관련해 12일 서울 대한체육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스포츠공정위원회 모습. [사진= 연합뉴스]](https://megaeconomy.co.kr/news/data/20200512/p179566212563815_926.jpg)
김혜은 스포츠공정위원장은 "왕기춘이 성폭행 여부와는 상관없이 미성년자를 상대로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은 사실과 이로 인해 유도인의 사회적 지위를 손상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가장 중징계에 해당하는 영구제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왕기춘이 영구제명되면 유도인으로 사회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한유도회 공정위원회 규정 제24조(우선 징계처분)에는 '위원회는 징계혐의자에게 징계 사유가 충분히 인정되는 경우에 관계된 형사사건이 유죄로 인정되지 않았거나, 수사기관이 이를 수사 중에 있다 해도 제31조 제2항에 따라 징계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규정을 근거로, 공정위는 왕기춘이 아직 법정 선고를 받지 않았음에도 행위 자체가 인정되는 만큼 징계 사유가 충분하다고 판단해 중징계를 결정한 것이다.
이날 왕기춘은 공정위에 서면으로 해명했으나 해명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유도회는 왕기춘에게 결정 내용을 통보할 예정이며, 왕기춘은 7일 이내에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재심의에서 징계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대한유도회로부터 만장일치로 영구제명된 '유도 영웅' 왕기춘. [사진= 연합뉴스]](https://megaeconomy.co.kr/news/data/20200512/p179566212563815_975.jpg)
왕기춘은 10대 시절부터 주목을 받으며 한 시대를 풍미한 대표적인 유도계 스타 선수였다.
2007년 리우데자네이루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73㎏급에서 금메달을 따내 당시 한국 남자 선수 역대 최연소 우승자 기록을 세웠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73㎏급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후 2009년과 2010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연속 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며 전성기를 보냈다.
그러나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은퇴했고, 이후에는 대구에서 유도관을 열어 생활체육 지도자와 유튜버 등으로 활동해왔다.
왕기춘은 선수로서의 명성과는 달리 유도장 밖에서는 인성 문제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2009년 나이트클럽에서 20대 여성을 폭행한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았고, 2014년에는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입소한 육군훈련소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다가 적발돼 영창 처분을 받은 뒤 훈련소에서 퇴영(비정상적인 퇴소) 조처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 1일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 뒤 수사를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은 다음 주 중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이날 유도회는 왕기춘에 대한 징계 수위 결정 이외에도, 지난달 17일 만취 상태에서 승용차를 후진하다가 경찰에 적발돼 음주운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여자 대표 A 선수에 대해 견책 처분을 내렸다.
유도회 공정위는 "음주 사실은 인정되나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A 선수가 주차장에서 약 1m 정도 후진하다가 경찰에 적발된 사실을 고려해 경징계인 견책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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