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연료전지(fuel cell)가 100년 동안 군림해 온 내연기관에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다."
지난 2000년 10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그린피스 비즈니스 컨퍼런스’ 회장. 헨리 포드의 증손자로 포드자동차 회장인 빌 포드가 내연기관의 지배가 끝나가고 있다며 역사적인 발언을 했다.
이날 연설에서 빌 포드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환경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쳤으며 자동차 산업이 지구 온난화의 위협에 잘못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염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수소연료전지(hydrogen fuel cell) 자동차로 곧 대체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후 10년째가 되는 2019년 봄, 전세계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여겨지고 있는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규제를 높여가고 있고,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강구되고 추진되고 있다.
◆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2019서울모터쇼에서 공개된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사진= 메가경제DB]](https://megaeconomy.co.kr/news/data/20190401/p179565879799776_796.jpg)
지난 2015년,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주관한 파리 유엔기후변화회의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파리협정이 체결됐다. 모두 195개국이 채택한 파리협정에서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유지하고, 더 나아가 상승 폭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파리협정의 가장 큰 특징은 각국이 감축 목표를 작성·제출·유지할 의무와 해당 감축 목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자국내 대책을 취할 의무를 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가인 한국은 2030년까지 전망치 대비 37%의 감축을 목표로 세웠고, 유럽연합(EU)도 2005년도 온실가스 배출량의 30%까지 경감하고자 하는 파리협정에 의거해 국가별로 목표치를 내놓았다. 일본은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26% 삭감할 계획이다.
이산화탄소는 인위적으로 배출되는 전체 온실가스 양의 약 60%를 차지한다.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의 연소 및 추출, 처리, 수송 과정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리협정 후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려는 노력이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 등 서구 선진사회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에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수송 분야에서도 배기가스와 연비 규제를 강화하며 오염물질 배출량 감소에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발전 분야에 비해 수송 분야의 성과는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인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면 산업혁명 이후 급증해온 화석연료의 사용을 억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은 없을까?
◆ 수소가 열어갈 새로운 경제플랫폼 '수소경제'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미래산업의 메가트렌드가 바로 ‘수소경제(The Hydrogen Economy)’다. 아울러, 수소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핵심 장치인 ‘연료전지(수소연료전지)’이고, 그 연료전지를 이용해 수소로 전기를 발생해 달리는 수송수단이 ‘수소차(수소연료전지차·수소전기차)’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의 수소경제개념도 [출처= 산업통상자원부]](https://megaeconomy.co.kr/news/data/20190401/p179565879799776_790.png)
‘수소경제’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것은 GM(제너럴 모터스)이었다. 1970년 GM의 엔지니어들은 수소가 미래 에너지원으로 등장할 가능성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2년 미국의 행동주의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펴낸 책 ‘수소경제’(한국 번역판은 ‘수소혁명’)를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됐다.
제레미 리프킨은 ‘수소경제’에서 “수소는 우주에서 발견할 수 있는 원소 가운데 가장 가볍고 가장 보편적인 원소다. 수소를 에너지로 이용할 경우 ‘영구 연료’라고 표현해도 무방하다. 수소는 결코 고갈되지 않는다”며, “수소에는 탄소 원자가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도 방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수소’는 화석 연료 사용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서 지표면 온도도 상승해 지구 생물권에 심각한 위협을 준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지구와 인류를 살릴 주역으로 재주목받고 있다.
수소는 물, 화석 연료, 살아 있는 생명체 등 지구 어디에나 존재한다. 문제는 수소가 자유로운 상태에서 떠도는 것이 아니라 천연자원에서 추출해야 한다는 데 있다.
수소는 화석 연료 사용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서 지표면 온도도 올라가 지구 생물권에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다는 경악할 연구 결과들이 발표했다.
수소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18세기말 영국의 과학자 헨리 캐번디시였다. 하지만 수소를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주목한 인물은 존버든 샌더슨 홀데인이었다. 홀데인은 1923년 케임브리지 대학교 강연에서 수소 에너지를 미래의 에너지라고 예언했다.
홀데인은 논문에서 수소의 생산과 보관, 이용 방법을 소개했다. 홀데인은 당시 “액화수소가 지금까지 알려진 에너지 보관법 가운데 가장 효율적일 것”이라며 “액화수소 1㎏에서 석유 1㎏이 제공하는 열의 세 배를 얻을 수 있다”고 수소의 에너지 효율성을 주장했다.
◆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선도국가 도약’
정부는 지난 1월 17일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우리나라가 강점이 있는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수소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비전이었다.
추진방향은 크게 네 가지다. 민·관 역할 분담을 통해 △ 수송, 에너지(전기·열) 등 수소활용 확대로 세계시장 점유율 1위 달성, △‘그레이 수소’에서 ‘그린 수소’로 수소생산 패러다임 전환, △ 안정적이고 경제성있는 수소 저장·운송 체계 확립, △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 및 전 주기 안전관리 체계 확립이 그것이다.
![2019서울모터쇼에서 공개된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사진= 메가경제DB]](https://megaeconomy.co.kr/news/data/20190401/p179565879799776_243.jpg)
정부는 수소경제를 통해 자동차·선박 등 수송 분야와, 전기·열 생산 등 에너지 분야까지 다양한 새로운 시장과 산업창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수소의 생산, 운송·저장,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은 연관산업 효과가 크고 중소·중견기업의 투자와 고용창출이 가능한 미래 성장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미세먼지 저감,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등 친환경에너지 확산과 에너지원 다각화, 해외 에너지 의존도 감소 등 에너지 자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각 분야별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수소차 누적 생산량을 2018년 2천대에서 2040년 620만대(내수 290만대, 수출 33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에는 4000대 이상 신규 보급할 예정이다.
인프라의 핵심인 수소충전소의 경우 2018년 14개에 불과하지만 2022년에는 310개, 2040에는 1200개소로 늘릴 예정이다. 수소대중교통도 확대해 2040년에는 수소택시 8만대, 수소버스 4만대, 수소트럭 3만대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다.
◆ 연료전지의 활용과 수소 공급시스템
‘연료전지(수소연료전지)’는 화학 변화가 일어날 때의 에너지 변화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장치다. 수소와 산소에서 전기 에너지를 얻는 것으로, 미래의 에너지 문제와 공해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연료전지와 배터리는 서로 비슷하지만 큰 차이점이 있다. 배터리는 저장된 화학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하기 때문에 화학 에너지가 고갈되면 배터리는 버린다.

반면 연료전지는 화학에너지를 저장하지 않는다. 그 대신 전지에 주입되는 연료의 화학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한다. 따라서 재충전할 필요 없이 외부로부터 연료와 산화제가 공급되는 한 계속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연료전지의 원리는 1839년 영국의 물리학자인 그로브가 수소와 산소의 반응중에 발견했다.
연료전지는 수소 연료를 필요로 한다. 연료전지의 작동 원리는 전기 분해 과정과 반대다. 연료전지에 공급된 수소는 수용액에서 전자를 교환하는 산화와 환원 반응이 진행되며, 이 과정에서 수소와 산소가 물로 바뀌고 에너지가 전기 에너지로 전환된다.
수소차(수소연료전지차·수소전기차)는 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하는 차로, 차 내부에는 연료전지 스택, 모터, 배터리, 수소탱크 등이 탑재돼 있다. 연료전지에서 발생된 전기가 모터와 배터리로 공급되고 물은 외부로 배출된다.
발전용 연료전지는 중앙집권식 송전시스템을 보완할 친환경 ‘분산전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고 도심지에 소규모로도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발전용 연료전지를 재생에너지 활용 수소 생산과 연계하여 2040년까지 15GW 이상으로 확대하고 수출산업화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가정·건물용 연료전지도 2040년까지 2.1GW(약 94만가구)를 보급하고, 연료전지의 활용을 수소차 외에도 수소선박, 수소열차, 수소건설기계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정부는 수소 생산 및 공급시스템 조성 계획도 세웠다. 부생수소와 추출수소 등 ‘그레이수소’를 초기 수소경제 이행의 핵심 공급원으로 활용하되, 장차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를 얻는 ‘수전해’를 비롯, 해외생산과 수입 등을 통해 이산화탄소가 없는 ‘그린 수소’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린수소 비중을 2018년 13만톤 수준에서 2040년 526만톤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한 수소 저장방식을 현재의 저용량?기체에서 고효율?액체 등으로 다양화하는 한편, 전국적인 파이프라인 공급망과 원활한 수소 유통체계 구축을 통해 2040년까지 수소가격을 ㎏당 3000원 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 수소경제가 넘어야할 '미지의 산'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주요 추진목표 [출처= 산업통상자원부]](https://megaeconomy.co.kr/news/data/20190401/p179565879799776_921.png)
신재행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추진단장은 MBC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가 진행한 ‘경제콘서트’에서 “수소의 생산·저장·이송 부문은 일본이나 유럽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 수준이 낮다. 반면 활용 단계인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 발전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앞서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한 “생산·저장·이송 분야 기술은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고, 기술이 앞서 있는 분야는 계속 선두를 유지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라고 분석했다.
‘로드맵’은 어디까지나 청사진에 불과하다. 수소의 생산부터 저장과 이송, 그리고 활용단계까지 아직 완성됐다고 할 수 있는 단계는 거의 없다. 기술과 가격, 안전성, 인프라 구축 등 ‘수소경제’가 넘어야할 산은 너무나 많다.
수소차에 부정적인 전문가들은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오염이 발생한다거나, 전기차보다 열효율이 낮다거나 하는 등의 문제점도 지적한다. 무엇보다 수소차의 필요성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는 것을 꼬집는다.
그럼에도 ‘수소’가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에 비해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전기차에 비해 고용면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부정하기 어렵다.
앞에 놓인 장벽이 얼마나 크고 높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수소경제’를 성공시켜야 이유가 아닐까? 연료전지를 앞세운 수소경제의 미래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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