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View] 기업 지불능력, 최저임금 기준 돼야

칼럼 / 류수근 기자 / 2019-03-01 19:13:17

정부가 최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발표하자 경영계와 소상공인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기업 지불능력’을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서 제외한 것 등이 화근이었다. 경영계를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제 5단체는 개편안 발표 직후 공동으로 입장자료를 내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 단체는 이밖에도 결정위원회의 공익위원 추천 때 노사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 구간설정위원회에 노사 참여가 배제된 점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여러 지적 사항 중에서도 경영계가 가장 강력히 반발하는 부분이 기업 지불능력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서 배제한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소상공인들도 분노를 드러내며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소상공인들보다는 타격이 덜할 것 같은 경영계조차 이 부분을 특히 주목하며 예민한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기업이 지불능력 이상으로 임금을 지급하면 중장기적으로 볼 때 기업의 존립 기반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경영계는 또 지불능력 범위 밖의 임금 지급은 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고용 부진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영계는 지불능력을 객관화하기 어렵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에 제시돼 있는 수익성·성장성 등의 자료만 기초로 삼아도 얼마든지 기업의 지불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지불능력은 전문가들 상당수가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당연히 들어갈 것으로 여겼던 항목이다. 실제로도 정부안 초안엔 이 항목이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노동계가 강력 반발하자 정부가 슬그머니 해당 항목을 삭제하면서 문제가 돌출됐다. 노동계는 지불능력에 대한 고려는 최저임금 제도의 기본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지불능력 제외 결정에 담긴 함의는 그리 단순하지 않은 듯 보인다. 일각에서는 지불능력을 임금 산정 기준으로 삼을 경우 이것이 지역별·분야별 최저임금 차등화의 빌미가 될 것을 정부가 우려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들은 그동안 최저임금 차등화를 앞장서서 주장해왔다. 물론 노동계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소상공인들 말고도 최저임금의 획일적 적용을 문제시하는 의견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저임금이 연이어 크게 오르면서 임시·일용직이 대거 일자리에서 밀려나고, 그 결과 저소득층 사이에서조차 소득격차가 심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웃 나라 일본만 해도 최저임금을 지역별로 차등화하고 있다. 그로 인해 도쿄에서는 최저임금이 시급 기준으로 1000엔이 넘지만 지방 소도시의 경우 900엔 미만인 곳이 수두룩하다. 올해 일본의 전국 평균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3%가량 인상된 874엔(약 8868원)으로 결정됐다.


1인당 국민소득이나 중위소득 대비 최저임금 비율 등을 감안하면 우리의 최저임금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이는 최저임금위원회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현실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급격한 상승에 따른 충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이다.


이를 위한 대안이 최저임금의 차등화다. 그 기준은 일본의 예처럼 지역이 될 수도 있고, 논의 결과에 따라 분야 또는 기업의 매출규모가 될 수도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차등화가 실현된다면 최저임금이 소상공인과 기업, 나아가 우리 경제에 가하는 충격은 훨씬 더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 지급능력을 최저임금 기준으로 삼는 것은 그 같은 과정으로 가는 첫 단계가 될 수 있다.


대표필자 편집인 류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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