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의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 주장을 놓고 정치적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발언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며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하자 뒤이어 나타난 현상이다. 그가 대권 꿈을 지닌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보자면 그의 발언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려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그랬듯이 그 역시 정치인으로서 사회의 중요한 현안에 대한 나름의 입장과 철학을 지녔을 수 있다. 일부의 시각대로 그의 주장에 정치적 이해타산이 배어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그렇더라도 그의 주장을 정치적 야심에서 비롯된 포퓰리즘으로만 치부하는 건 합리적이지도 민주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현재 여권 내부에는 송 의원의 입장 표명을 튀는 행동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은 듯하다. 거기엔 송 의원의 주장을 순수하지 못한 것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도 숨어 있는 것으로 비쳐진다.
![고리 원자력 발전 4호기. [사진 = 연합뉴스]](https://megaeconomy.co.kr/news/data/20190227/p179565869125592_935.jpg)
송 의원이나 그에 동조하는 일부 여당 의원들에겐 여권 내의 그 같은 시각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칫 여권 내부에서 왕따가 될 위험을 느낄 수 있어서이다. 분위기 탓인지 실제로 송 의원의 주장에 동조 의사를 나타내는 의원은 많지 않다. 비문(非文) 계열로 분류되는 최운열 의원이 “좋은 화두를 던졌다”며 긍정의 뜻을 표했을 뿐이다.
최 의원의 말대로 송 의원의 주장은 국가 발전을 위한 중요한 화두가 될 수 있다. 해당 주제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든 소정의 절차를 거쳐 국민투표에 부치든 국론을 모아가는 과정을 요하는 우리사회의 중차대한 이슈다.
청와대는 과거 원전 문제가 이미 공론화위의 논의를 거쳐 정리됐다고 주장하지만 다수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앞서 공론화위가 신고리 5, 6호기 건설 문제와 함께 원전 정책 전반을 다룬 건 맞다. 그러나, 탈원전 결론을 내렸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신고리 5, 6호기 건설 재개에 찬성한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논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찬성률이 높아졌다는 점을 유의미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오늘날 원전 문제는 여러 나라에서 국가대계 차원에서 다뤄지고 있다. 타이완에서는 시행착오 끝에 정치 지도자의 탈원전 공약이 철회됐고,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한동안 탈원전 노선을 걷다가 다시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탈원전 사례로 독일을 자주 거론하지만 그들은 이웃 나라에서 전기를 얼마든지 수입해 들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이 60여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원전에 대한 의존도는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 간다면 향후 10년 안에 10기의 원전이 가동을 멈추게 된다. 원전의 신규 건설은 더 이상 시도되지 않는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이 23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고도 정책의 연착륙이 가능할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를 발전 자원으로 더 많이 활용하겠다고 하는데, 이상론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태양광은 발전 효율성 등에서, 풍력은 가격 경쟁력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석탄이나 석유 등 화석연료는 가격을 논하기 이전에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문제도 탈원전 정책의 재고를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원전의 적극적 활용은 난제 중의 난제가 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전기차나 수소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각종 지원 정책을 펴고 있지만, 그들 산업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관련 분야의 학자들 중엔 전기차나 수소차가 결코 친환경차가 아니라는 주장을 펴는 이들이 많다. 적어도 환경 차원에서 바라보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전기차나 수소차는 매연 배출 단계를 앞당긴 기계장치일 뿐이라는 게 그 이유다. 즉, 전기차, 수소차에 쓸 전기를 생산하는 단계에서 얼마나 많은 오염물질이 발생하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처럼 다량의 화석연료를 태워 생산한 전기로 전기차, 수소차를 작동한다면 환경 오염은 해결난망의 과제로 남게 된다. 논리적으로 전기차 등이 친환경차가 되려면 발전 단계의 오염물질 발생부터 최소화해야 한다. 아직은 그 대안으로 원자력 만한 것이 없다.
원자력이 위험하다는 주장엔 누구나 동의한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 되는 점은 원전은 화석연료와 달리 환경적 관리가 가능한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이다. 그 기술을 키우고 육성해가는 것 또한 중요한 국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대표필자 편집인 류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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