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의 최대 예대금리차, 은행의 성과잔치 영업비법

칼럼 / 유원형 / 2019-02-12 20:04:50

'예대금리차'란 예금 및 대출 금리 차이로, 대출 금리에서 예금 금리를 뺀 것을 의미한다, ‘예대마진’이라고도 한다. 은행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므로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예대금리차를 둔다. 그래서 대부분은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높기 마련이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5년만에 최대로 벌어졌고 이에 따라 은행들이 사상 최대의 이자수익을 거둬들였다는 전망이 나왔다.


11일 한국은행의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 자료에 따르면, 잔액 기준 지난해 총대출 금리는 3.71%, 총수신 금리는 1.40%로, 예대금리 차이는 2.31%포인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지난 2013년 2.53%포인트 차이를 기록한 이후 가장 큰 격차다. 당시 총대출 금리는 4.72%, 총수신 금리는 2.19%였다. 2017년은 총대출 금리 3.48%, 총수신 금리 1.18%로, 예대금리 차이는 2.3%였다.



[사진= 연합뉴스]
대출의 벽은 높고 예금의 벽은 낮다. [사진= 연합뉴스]


예대금리차는 2011년 2.96%포인트로 단기 고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하다가 2015년 2.15%포인트로 바닥을 다진 뒤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이처럼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 금리 상승기에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빠른 속도로 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대출 금리는 2016년(3.35%) 대비 0.36%포인트 상승했으나 총수신 금리는 2016년(1.16%) 대비 0.24%포인트 올리는데 그쳤다.


2018년 예대금리차는 시중은행들이 연말에 정기예금 금리를 올린 덕에 그나마 2%대에 머물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자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정기 예·적금 금리를 올렸다.


은행들은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정기예금 금리는 2017년 12월 1.78%에서 지난해 12월에는 2.05%로 1년 사이 0.27%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2.35%포인트까지 벌어졌던 예대금리차가 2.31%포인트로 좁혀질 수 있었다.


예대금리차의 확대로 은행의 이자수익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은행의 누적 이자수익은 29조9천억원으로, 분기당 10조원 내외였다. 이 수치는 관련 통계가 쌓인 2008년 이후 최대치다. 이런 추세를 4분기까지 반영하면 은행들이 2018년 한 해 동안 거둔 이자수익만 무려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대마진차의 확대에 따른 이자수익 증가는 곧 성과급 잔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경제상황이 좋지 않았고 서민들과 자영업자들이 경기부진에다 늘어나는 부채에 허덕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달갑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출처= 통계청]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출처= 통계청]

통계청이 금융감독원·한국은행과 공동으로 전국의 2만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3월말 기준 가구당 평균 자산은 4억 1573만원, 부채는 7531만원이었다. 부채규모는 전년에 비해 6.1% 증가했고, 이중 금융부채는 72.3%(5446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8.0% 늘어났다.


전체 가구의 56.9%가 금융부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의 26.3%가 1년 전에 비하여 부채가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가구주 특성별로는, 40대 가구와 자영업자 가구에서 부채가 가장 많았다.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 중 9.8%는 지난 1년 중 원금상환 또는 이자지급의 납부기일을 경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납부기일을 경과한 이유로는 ‘소득 감소’가 27.9%로 가장 많았으며, ‘자금융통 차질’이 23.0%, ‘이자 또는 원금 상환 부담 상승’ 20.9% 등의 순이었다.


금융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가구 중 ‘원리금상환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가구는 67.3%로 전년에 비해 0.5%포인트 하락했지만,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 중 가계부채를 ‘상환이 불가능할 것이다’라고 응답한 가구는 5.7%로 전년에 비해 0.5%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출처= 통계청]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중 '부채 유형별 가구당 보유액 및 구성비'
[출처= 통계청]


2018년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해보다 0.2%포인트 감소한 18.1%였으나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2.6%포인트 늘어 69.5%였다. 예대금리차 최대와 이자수익 급증이라는 은행들의 성과와는 너무 대비되는 수치들이다.


가계부채 1500조 시대에 우리 국민들은 평균적으로 매달 몇 십만 원씩 이자를 내고 있다. 이런 현실과는 달리 대출금리는 곧바로 올리고 예금 이자는 천천히 올리는 식으로 예대마진 폭리를 취하며 배를 불렸다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단순히 외부의 질투라고만 치부할 수 있을까?


인터넷은행이 인기를 끄는 등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덩치 큰 시중은행들은 전통적인 전당포식 영업을 통해 손쉽게 예대마진을 올릴 게 아니라 수익 다변화를 통해 건강한 수익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 늦기 전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경제산업부장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유원형 유원형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오늘의 이슈

포토뉴스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