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이필원 기자]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들의 설날은 오늘이래요.’
올해도 여지없이 설날의 아침이 밝았다. 설날은 민족 최대 명절로 한해를 여는 반가운 날이다. 온 가족이 모여 조상께 차례를 지내고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고 떡국을 먹고 조상의 묘소를 찾아 성묘를 한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주는 세뱃돈에 두둑해진 주머니를 보며 연중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 설날의 유래
설날의 역사는 오랜 옛날로 거슬러올라간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백제·신라 때 이미 설맞이 행사를 했다는 기록이 있고, 고려시대 때에는 정월대보름과 함께 9대 명절에 포함됐다고 한다. 그리고 조선시대에 이르러 한식·단오·추석과 함께 4대 명절이 됐다.
![설 연휴 첫날인 지난 2일 서울역 KTX 승강장에 귀성객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고향길에 오르고 있다. [사진= 주현희 기자]](https://megaeconomy.co.kr/news/data/20190205/p179565858680570_649.jpg)
설날이라는 말의 유래는 다양하다. 새로운 한 해가 ‘낯설다’고 해서 ‘설’이라고 했다거나, 한 할 더 먹게 되니 ‘서럽다’며 ‘설’이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새해에 몸가짐을 조심하라는 뜻의 ‘삼가다’에서 ‘설’이 비롯됐다는 설도 있다. 한 해를 새로 세운다는 뜻의 ‘서다’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설날은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뜻으로 ‘첨세병’이라고도 불렸다.
설날에는 떡국을 먹는데 순백의 떡과 국물을 마시며 새해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긴 가래떡에는 긴 모양처럼 무병장수의 의미가, 떡국을 동그랗게 써는 이유에는 엽전처럼 재물이 풍족해지길 기원하는 의미가 담겼다고 한다.
‘꿩대신 닭’이라는 속담의 유래가 떡국에서 비롯됐다는 것도 흥미롭다. 원래 떡국은 꿩고기로 만들었는데 꿩고기가 구하기 어려워 닭고기를 사용하면서 생겼다는 것이다.
세뱃돈 주는 풍습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기록으로 확인되는 역사는 1925년 최영년이 쓴 ‘해동죽지’에서 소개한 게 처음이다. “옛 풍속에 세배를 한 어린이에게 세배갑을 건넸다”는 기록이 있지만 최영년이 ‘옛 풍속’이라고 언급한 것을 보면 세뱃돈 풍습은 1925년보다 훨씬 이전부터 내려온 전통일 것으로 짐작된다.
◆ 편의점 화투 매출 줄고 충전기 매출은 늘어
풍습은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지만 현대의 설날 풍속도도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설날이면 가족이 둘러앉아 화투놀이를 하곤 했는데 그 모습도 예전같이 않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4일 편의점 CU(씨유)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설과 추셕 연휴 3일간 화투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명절 대비 매출이 매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년보다 2014년에 7% 매출이 감소한 것을 비롯, 2015년에는 3.1%, 2016년에는 9.7%, 2017년에는 1.4%, 2017년에는 5.6%의 매출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화투는 2011년까지만 해도 명절 기간 매출이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할 만큼 잘 팔렸다.
명절 연휴 기간의 화투매출 감소는 1~2인 가구 증가로 명절에 모이는 가족 수가 줄어든데다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대표적인 명절 오락이었던 고스톱의 인기가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 대신 최근에는 게임과 영화 등 다른 문화콘텐츠로 설날 명절 오락이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씨유에 따르면 귀성·귀경길 게임과 동영상 시청 등이 증가하면서 휴대폰 충전기 수요는 해마다 늘고 있다. 설날 집을 나서면서 미처 충전기를 챙기지 못한 사람들이 편의점에 들러 충전기를 구매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4년 29.5%, 2015년 20.6%, 2016년 46.4%, 2017년 54.4%, 2018년 23.4% 등으로 해마다 두 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했다.
◆ 휴게소 인기 1위...음료는 ‘아메리카노’, 간식은 ‘호두과자’
명절 때 귀성길과 귀경길은 설렘과 부담감이 공존한다. 어느 고속도로를 가나 차량이 몰리면서 정체를 빚기 일쑤다. 이때 온가족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명소가 바로 휴게소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가장 인기 많은 음료와 간식은 무엇일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후삼 의원이 4일 한국도로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음료는 ‘아메리카노’였고, 간식은 ‘호두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설 이후 1년간 도로공사가 운영하는 휴게소에서 아메리카노는 927억100만원의 매출액을 올려 가장 많이 팔린 품목이었다. 이어 커피음료 완제품이 840억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640억원의 매출액을 올린 호두과자였다. 호두과자는 음료가 아닌 간식류로서 최다 매출을 올렸다.
4~6위는 국밥류(414억4800만원), 비빔밥(322억7200만원), 과자 완제품(317억8900만원)이 각각 차지했고, 7위부터 10위까지는 떡꼬치(270억3200만원), 핫도그(243억5000만원), 어묵우동(233억2900만원), 유부우동(221억7600만원) 순이었다.
◆ “취업·결혼은 언제?” 설에 묻지 않으면 안되나요?
해마다 설 연휴만 되면 미혼 남녀들이 듣고 싶지 않은 말들이 있다. 취직·결혼·연봉 등과 관련된 질문은 해마다 명절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최근 2년간 명절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5일 밝힌 내용에 따르면, 미혼남녀들은 명절에 부모나 친척으로부터 “돈을 얼마나 버니” “취직은 언제 하니” ‘결혼은 안 하니“ 등의 말을 들으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추석 직전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추석 명절이 스트레스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남성의 17.1%가 ’취업, 연봉 등의 문제로 간섭을 받아서‘를 꼽았다. 여성의 경우는 ’연애·결혼 등의 문제로 잔소리를 들어서‘(12.6%)가 4위, ’취업·연봉 등의 문제로 간섭받아서‘(5.8%)가 5위로 나타났다.
미혼남녀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명절 풍경은 어떨까? 2017년 추석 설문조사 결과에서 25.1%가 ‘명절마다 가족과 여행을 가는 모습’이라고 답했다고 듀오는 전했다.
이래저래 전통의 최대명절 설 연휴도 거센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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