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탐구] 짐 로저스가 한국경제에 준 '핫팁(족집게 조언)'

ESG·지속가능경제 / 이필원 / 2019-01-26 20:24:06

[메가경제 이필원 기자] 짐 로저스는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힌다. ‘투자의 신’으로 불리는 만큼 부자를 꿈꾸는 전세계 사람들은 그의 한마디 한마디와 움직임 하나하나에 눈과 귀를 집중한다.


세계적인 투자가인 짐 로저스가 23일 밤 KBS 1TV '오늘밤 김제동‘에 전격 출연했다. KBS가 방송 전에 보도자료를 통해 그의 출연 소식을 전했던 터라 그의 입에서 어떤 투자의 비법이 흘러나올지 미리부터 이목이 쏠렸다.


인터뷰 내용을 떠나 짐 로저스의 KBS 출연 자체가 빅뉴스였다. 그간은 해외 유명 방송에서나 볼 수 있었던 광경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공영 TV방송에서 30여 분이나 라이브 형식의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사실은 제작진의 섭외력과 대한민국의 경제적 위상이 어우러져 이뤄진 상징적인 이벤트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물론 짐 로저스의 입에서 구체적인 투자처가 나오기를 기대했던 사람에게는 덜 솔깃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말 속에는 전세계를 투자처로 삼는 세계적 투자가로서의 넓은 시야와 자신만의 분명한 투자철학이 녹아있었다.



[사진= KBS 1TV '오늘밤 김제동' 방송화면 캡처]
"한국은 정말 큰 기회가 있을 거예요." '투자의 신' 짐 로저스가 23일 밤 방송된 KBS 1TV '오늘밤 김제동'에서 힘주어 한 말이다. 그의 투자 혜안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KBS 1TV '오늘밤 김제동' 방송화면 캡처]


방송 도중과 방송 후, 짐 로저스에 대한 인상은 ‘역시 투자의 신 다웠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는 김제동과 인터뷰 내내 여유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새로운 어록을 탄생시켰다.


시청자들은 댓글을 통해 “한마디 한마디가 주옥같다” “아직도 저희보다 생각은 젊은 듯”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 “통일이 되면 짐 로저스의 말이 이루어지는 구나” 등의 의견을 남겼다.


이날 짐 로저스가 미래의 좋은 투자처로 밝힌 주제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통일 한국에 대한 투자이고 다른 하나는 농업에 대한 투자다.


특히 인터뷰 말미에 직접 우리말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말할 정도로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공개해 깊은 감명을 줬다. 이 땅에 사는 우리들이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통일 한국’에 대한 밝은 미래를 ‘투자의 신’이라는 짐 로저스가 주저없이 말하는 것을 보며 새삼 부끄러워진 한국인이 필자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남한과 북한에 엄청난 기회들이 오고 있다.” “조만간 한국은 가장 흥미로운 국가가 될 거다.” “통일하고 개방이 되면 앞으로 20년 동안 한반도가 세상에서 제일 주목받는 나라가 될 거다.” “북한에 미치도록 투자하고 싶다.”


짐 로저스는 통일대박론자라고 할 만큼 한반도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봤다. 그 근거도 밝혔다. 북한 방문 경험 등을 통해 5~6년 전부터 북한의 변화를 낙관적으로 바라보게 됐으며, 북한은 1981년의 중국과 같은 모습이라고 표현했다. 중국이 G2로 부상하는 데 초석이 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이 움트던 시절이었다.



[사진= KBS 1TV '오늘도 김제동' 방송화면 캡처]
[사진= KBS 1TV '오늘밤 김제동' 방송화면 캡처]


짐 로저스는 북한의 경제가 개방되면 남한의 자본과 경영기술, 북한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값싸고 숙련된 노동력을 두루 활용할 수 있고, 북한이 중국의 접경지역에 있어 남북 모두 미래가 밝다고 설명했다.


짐 로저스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철도 연결 사업 등이 재개된다면 우선 일자리가 생길 것이다. 철도나 리조트, 개성공단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일자리가 창출될 거다”라며 남북 경협 사업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투자를 경제적 측면에서도 설명해 눈길을 모았다. 북한은 수십년 동안 아무도 투자하지 않아서 매우 싸기 때문에 투자 위험도가 낮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49세 때 세계를 여행하면서 중국을 들러서 그 잠재력을 눈으로 확인하고 투자한 것이 지금 성공의 발판이 되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통일 한국에 대한 단순한 희망이 아니라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 리스크도 고려한 발언이었다.


짐 로저스는 지난 2015년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 라는 폭탄 발언으로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하지만 그가 직접 한국의 대표 공영TV에서 인터뷰를 통해 이를 재확인하니 실감이 났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한국의 대표적인 야당 대표주자들이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모인 자리에서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한다고 주장한 날이어서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사진= KBS 1TV '오늘도 김제동' 방송화면 캡처]
[사진= KBS 1TV '오늘밤 김제동' 방송화면 캡처]


짐 로저스는 북한을 제외하고 주목하고 있는 분야로 ‘농업’을 꼽았다. “농업도 지금 전세계적으로 엉망이라 전망이 아주 좋다”며 본인도 지금 “그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급성장 중인 아시아의 관광산업과 심각한 중국의 오염문제도 투자하기 좋은 분야라고 덧붙였다.


이날 짐 로저스는 자신의 두 가지 투자 철학도 설명했다. 하나는 변화가 일어나는 곳에 투자하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투자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똑똑한 사람들을 많이 아는데 그 사람들 말을 들었다가 많이 실패했다”며 남들이 좋다는 핫팁(족집게)을 쫓기 보다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으면 은행에 돈을 그대로 둔 채로 기다리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그는 최고의 투자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대학 교수시절 경험담을 통해 전했고, 49세와 59세 때 두 차례 세계여행 경험을 통해 여행의 중요성을 전했다. 투자 아이디어를 사무실에서 회의하며 얻는 것보다 세계 여행을 하며 얻은 것이 많았다는 경험담은 새길 만했다.



[사진= KBS 1TV '오늘도 김제동' 방송화면 캡처]
[사진= KBS 1TV '오늘밤 김제동' 방송화면 캡처]


돈에 대한 그의 생각도 인상적이었다. “돈 있는 사람들도 뭘 할지 모른다면 불행한 거다”라며 “돈을 벌고 있다면 멈추지 마라. 하지만 돈보다 다른 것들이 중요하다”며 “저는 가족이 제 인생에서 돈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60의 나이가 돼서야 첫 딸을 얻게 됐다는 짐 로저스는 지금 두 딸의 ‘딸바보’로 살아가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며 만면에 행복미소를 띄우기도 했다.


이날 짐 로저스가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전한 메시지는 감동적이면서도 우리에겐 뼈아프게 들렸다.


“한국에 정말 큰 기회가 있을 거다”라고 재차 강조한 그는 “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공무원이 되기를 원한다. 하지 마라. 민간 기업에서도 일해라”고 공무원바라기의 한국 세태를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이 되려고 하지 마라. 빚을 만들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라.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지 신경쓰지 말고 부모님, 친구들, 선생님 말도 듣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라. 그럼 성공할 거다”라고 자율적인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아울러 “만약에 성공하지 못해도 신경쓰지 마라. 행복하면 되는 거니까“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 것도 당부했다.


“요즘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이나 다른 국가로 이민가고 싶어 한다. 한국에 있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한국 현실을 진단한 짐 로저스는 “배우는 게 많으니까 집을 떠나는 건 좋다. 하지만 꼭 한국으로 돌아와야 한다. 지금 미국에 있는 한국 분들은 돌아오라. 왜냐하면 한국이 굉장히 역동적으로 변할 거기 때문이다.”


이날 짐 로저스가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한 말이다. 통일 한국에 대한 남다른 비전이 담긴 어록이었다.



[사진= KBS 1TV '오늘도 김제동' 방송화면 캡처]
[사진= KBS 1TV '오늘밤 김제동' 방송화면 캡처]


이날 KBS 1TV ‘오늘의 김제동'에서 짐 로저스는 통일 한국과 관련해 ’매우 낙관적(very optimistic)' ‘매우 흥미롭다(very exciting)' 같은 긍정적 단어를 반복했고 한반도의 미래를 ’큰 기회(great opportunities)‘로 표현했다. 또한, ‘핫팁을 믿지 마세요(Don't listen to anybody's hottips)' '부채를 줄여라(Keep your debt down)' '세상을 봐라(See the world)' 등 쉽지만 귀에 쏙쏙 들어오는 표현들로 투자의 달인 다운 여유와 철학을 설파했다.


“내가 말했듯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말라. 만약 성공하고 싶다면 아주 싸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에 주목하라. 저평가 되어 있지만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곳에 투자한다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날 짐 로저스가 투자 철학을 정리해 준 말이다. 이 투자 조건에 해빙무드가 감싸고 있는 남한과 북한의 통일 미래는 적합하다는 확신을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짐 로저스는 지금 전세계가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갔다고 진단했다. 한반도에도 대북 제재조치 등 남한과 북한에 존재하는 ‘불확실성(uncertainty)'도 읽었다.


그러면서 한국의 과도한 부채 문제도 지적했다. 한국에 민간과 공공부문 할 것 없이 부채가 너무 많다며 이같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대비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속도를 좀 줄이고 부채를 줄여라” “부채가 많은 사람들이랑은 거래를 하지 마라”는 조언이 그것이다. 정부도 귀를 귀울여야할 대목이다. 이처럼 짐 로저스의 화법에는 평범한 듯하면서도 냉철한 분석과 해법이 담겼다.


현재 국내외 상황은 그 어느 하나도 녹록지 않다. 경기전망 등 모든 경제지표들이 긍정과 낙관보다는 부정과 비관적으로 기울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 상황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 변화하는 만큼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회도 생길 것이다. 짐 로저스의 이날 어록이 한반도에서 족집게처럼 맞아떨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다가올 기회를 잡을 준비를 철저히 해야 될 때가 아닐까 싶다.


짐 로저스의 ‘통일 대박론’이 가까운 미래에 최고의 ‘핫팁(족집게 조언)’으로 재조명받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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