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박인서 기자] 과도규제, 역차별, 절차적 문제 등으로 전안법 논란이 뜨겁다. 설날인 28일 시행을 코앞에 두고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이 영세상인들의 거센 반발을 부르고 있다.
그동안 전기용품안전관리법과 품질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으로 구분했던 법령을 통합한 전안법이 시행되는데 모두 국가통합인증인 KC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유통되는 대부분의 전기제품, 생활용품이 기본적인 안전검사를 받지 않고 팔리고 있다는 데서 안전관리 강화차원에서 통합 제정된 전안법이다.
전안법이 시행되면 유아복이나 전기 공산품에만 적용됐던 KC인증 대상이 신체와 직접 접촉하는 모든 의류, 신발, 가방 등 잡화용품들로 확대 적용된다. 인증을 받지 않는 전안법 대상 용품은 제조부터 수입, 판매, 구매대행, 판매중개까지 일체 할 수 없게 된다.
전안업 문제 제기는 여기서 출발한다. 그동안 의류, 신발 등 기존 생활, 잡화용품들은 KC 마크 없이도 판매할 수 있어서 많은 영세업체들이 해외에서 대량으로 수입해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안법이 시행되면 몇 천원짜리 제품에서부터 중고제품까지 품목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천만원까지 인증비를 내고 KC 마크를 붙이고 업체 홈페이지에도 공지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기업들은 모두 인증을 받고 판매해오고 있지만, 인터넷쇼핑몰, 개인판매자들은 물론 소상인, 개인사업자수입상들은 인증을 받지 않아도 됐다. 경기 침체 속에 창업가, 소상인, 중소기업체들은 전안법 시행으로 이 부담을 이겨내지 못할 경우 사업을 접어야 하고, 수입판매하더라도 가격이 올라가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과도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종합몰 등 국내인터넷쇼핑사이트도 대부분이 전안법의 규제 대상이 된다. 흔히 보세판매업자들로 지칭되는 의류상인들이 전안법 시행으로 가장 큰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 직접 현지에서 구매하거나 ‘해외직구’로 구매할 때는 인증을 받지 않아도 되지만 이제 병행수입 또는 대행업체들도 인증을 받아야 한다. 전안법 시행에 대해 유통업계에서는 그동안 QR통관표시를 했는데 판매 제품마다 일일이 KC인증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 제품가격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전안법 시행의 역차별 문제도 제기된다. 아마존, 라쿠텐, 알리바바 등 해외 쇼핑사이트는 전혀 전안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KC인증도 제외다. 국내 정식수입업체와 해외 온라인쇼핑사이트 간에 동일 제품의 가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해외구매대행업계는 전안법이 국내사업자와 해외 온라인쇼핑사이트를 역차별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는 이유다.
또한 전안법에 반대하는 업체들은 전안법이 지난 19대 국회 때 정부가 발의한 법으로 전면 개정법률안에 해당돼 위원회의 의결로 생략하지 않는 이상 공청회를 개최해야 하지만 국회에서 공청회조차 거치지 않고 통과됐다며 절차적인 문제도 제기하며 정부에 민원제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전안법 시행으로 이제 모자, 귀걸이, 목걸이 등 길거리 악세사리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들도 인증이 필요하고 시장에서 파는 각종 ‘시장표’ 옷들도 인정을 받아야 한다. 도매점과 제조사에서 인증을 받지 않았다면 이 제품을 판매한 소매상도 처벌 대상이다. 중고판매도 마찬가지로 이를 어겼다면 처벌된다. 전안법이 강행되면 설날부터는 길거리 야시장이나 벼룩시장에서 KC 인증마크가 없으면 어느 것도 팔 수 없게 된다.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국가품질인증을 넓혀나가는 것은 바람직하나 공청회로 전안법 시행에 따른 예상 문제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가 생략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더불어 KC 인증이 과연 절대적으로 안전을 보장해주는 공인이냐 하는 것도 짚어볼 문제다. 종전 대기업들도 KC 인증을 받은 상태에서 판매한 물건이 문제가 됐던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결국 인증제품의 실제 책임은 판매자에게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에 인증의 신뢰도 또한 점검해봐야 하지 않을까. 해외직구라면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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