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 서울·강화·파주 장시간 영공 침투에도 격추 실패…9‧19합의 무력화 (종합)

국방 / 류수근 기자 / 2022-12-26 22:21:19
총 5대 남하, 1대 서울 북부까지 침투 후 돌아가…4대는 탐지서 소실
5년만에 무인기 영공 침범에 전투기·공격헬기 출격해 경고·격파사격 가해
100여발 사격에도 격추 실패…군 “국민 피해 고려해 민가 지역선 사격 안해”
MDL 넘어 북으로 유·무인정찰기 보내 북한군 정찰…대응출격 KA-1 추락
김포공항 1시간 2분, 인천공항 48분 민항기 이륙중단…합참 요청

장시간 우리 영공을 침범했지만 북한의 소형 무인기에 전투기까지 띄웠지만 격추에 실패하면서 대비태세에 ‘구멍’이 뚫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북한 무인기는 서울, 강화, 파주 영공에 들어왔다. 특히 서울까지 침투한 무인기는 남한 상공을 수시간 휘젓고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5분께부터 경기도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항적이 포착됐다.

북한 무인기는 총 5대가 식별됐다. 이 무인기들은 크게 1대와 나머지 4대로 구분되고, 이들의 출발 지점은 식별되지 않았으나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군은 파악했다.

 

 

▲ 2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과 관련된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먼저 포착된 1대는 김포와 파주 사이 한강 중립수역으로 진입해 곧장 서울 북부지역 상공까지 직진한 뒤 서울을 벗어났고 총 3시간가량 비행 후 북한으로 돌아갔다.

나머지 4대는 강화도 서쪽으로 진입해 강화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항적을 보였다. 군은 이 4대를 남측의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교란용으로 판단했다. 이 4대는 우리 군 탐지자산에서 소실된 뒤 항적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북한 무인기들의 정확한 복귀 시간을 추가로 분석한 결과, 오전부터 총 5시간여 동안 작전이 이어진 것으로 파악했다.

우리 군 조종사가 북한 무인기 1대를 육안으로 식별했는데, 날개 전장 기준 2m급으로 보였다고 한다. 나머지는 레이더로만 포착해서 형태가 파악되지 않았다. 육안 식별된 1대의 모습은 2017년 6월 인제 추락 무인기와 비슷한 형태로 보였다고 군 관계자가 전했다.

▲ 북한 무인기 5대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우리 영공을 침범해 군이 대응에 나섰으나 격추에 실패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6월 21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국방부 브리핑룸에 전시돼 있는 모습. [서울=연합뉴스]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은 5년 만이다. 2017년 6월 9일 북한 무인기가 강원 인제 야산에서 발견된 바 있다.

당시 이 무인기는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것은 물론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기지까지 내려와 일대를 촬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군의 조사 결과 해당 무인기는 전체 비행시간 5시간 30여분, 비행거리 490여㎞로 파악됐고 성주 촬영 이후 북상하다가 엔진 이상으로 추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추락한 북한 무인기는 폭 2.86m에 길이 1.85m였고 2014년 4월 백령도 인근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는 폭 2.46m에 길이 1.83m였다.

▲ 시간대별 북한 무인기 침투 상황. [그래픽=연합뉴스]

이번 북한 무인기 도발에 우리 군도 대응에 나섰다. 즉각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여러 차례 시행한 뒤 공군 전투기와 공격 헬기 등을 투입해 100여 발의 사격에 나섰지만 결국 격추에 실패했다.

사격은 헬기에서 20㎜ 기관총으로 이뤄졌으며, 대부분은 무인기를 겨냥한 조준사격이 아니라 레이더에 포착된 항적을 향해 발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무인기는 2m 이하 크기의 소형인데다 통상 하늘색이어서 전투기 조종사가 육안으로 식별 자체가 어려워 격추가 쉽지 않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아울러 민간 거주지 상공이어서 우리 군도 적극적인 작전을 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자는 격추 실패와 관련해 “민가, 도심지 등 있는 상공이다 보니까 비정상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 국민 피해를 고려해서 그 지역에서 사격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 26일 오전 11시 40분께 강원 횡성군 횡성읍 묵계리에서 공군 KA-1 경공격기가 추락해 군 당국이 수습하고 있다. 조종사 A(27)씨와 B(25)씨 등 2명은 무사히 비상 탈출해 소방당국에 의해 이송됐으며, 의식이 명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횡성=연합뉴스]

이유가 어찌 됐든 우리 군이 전장 2m급 북한의 소형 무인기를 상대로 한 작전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면치 못하게 됐다.북한 무인기가 우리 상공을 장시간 휘젓고 격추에도 실패하면서 군의 대비태세에 구멍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상황과 관련해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27일 현장 작전부대들을 방문해 작전 전반에 대한 조치 경과를 확인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날 무인기 대응을 위해 출격하던 공군 KA-1 경공격기 1대가 이륙하던 중 추락하는 아군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조종사 2명은 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무인기 침범에 따른 군의 대응 작전 차원에서 항공 당국이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에서 일시적으로 민간 항공기 이륙을 중단하는 조처를 내렸다가 해제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김포공항은 이날 오후 1시 8분, 인천공항은 오후 1시 22분부터 항공기 이륙이 일시 중단됐다가 오후 2시10분 일괄 해제됐다.

김포공항에선 1시간 2분, 인천공항에선 48분 동안 이륙이 중단됐다.국토부 관계자는 “항공기 이륙 일시 중단은 합참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 북한 주요 무인기. [그래픽=연합뉴스]

북한의 이번 도발은 우선 한반도의 긴장을 지속해서 고조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최근 몇 달 간 한미연합연습과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등을 트집 잡으며 탄도미사일 발사, 해상완충구역으로의 포 사격, 전투기를 비롯한 군용기의 대규모 출격 등으로 긴장을 끌어올린 연장선에서 이번 무인기 도발도 저질렀다는 해석이다.

특히 이번 무인기 침범 사태는 최근 지속돼 온 9·19 군사합의 무력화 행보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2018년 체결된 9·19 군사합의에는 MDL로부터 서부지역은 10㎞, 동부지역은 15㎞ 안에서 무인기 비행이 금지돼 있다. 그런데 이를 어긴 것은 물론이고 아예 MDL마저 넘어 영공까지 침범한 것이다.

북한이 먼저 MDL을 넘었고 남측이 상응조치로 북쪽으로 자산을 보냈지만 결국 남북 모두 9·19 군사합의에 따라 설정된 공중완충구역을 침범, 9·19 합의가 사실상 무력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무인기를 침투시켜 정찰 임무 등 군사 임무를 수행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지난 2017년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경북 성주 사드 기지까지 내려와서 일대를 촬영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선 연말 남측의 대비 태세를 떠보는 한편 남측에 혼란을 주려는 포석도 깔렸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연합뉴스 종합>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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