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北 발사체, 무리한 경로변경에 기술적 문제 발생“
군, 인양물체 표면에 '점검문 13' 붉은글씨…나머지 잔해도 수색중
NSC "北발사, 안보리 결의 중대 위반…심각한 도발로 규탄"
유엔 사무총장 "北 군사위성 발사 강력 규탄…안보리 결의 위반“
'경계경보 오발령’서울시·행안부 엇박자에 대혼란…대응시스템 점검 시급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북한이 31일 새벽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군사정찰위성을 탑재한 것으로 보이는 우주발사체를 남쪽으로 발사했으나 실패했다. 추적에 나선 우리 군은 발사체 일부를 해상에서 인양하는데 성공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이날 오전 북한의 위성체 발사 도발과 관련해 발송한 경계경보 위급재난 문자가 오발령으로 정정되는 등 시민들은 큰 불안과 혼란을 겪었다. 이에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위기 대응 체계에 허점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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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발사한 이른바 우주발사체 일부를 해상에서 인양했다고 31일 밝혔다. 사진은 '북 주장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 표면에눈 '점검문-13(기구조립)'이라는 빨간색 글자가 적혀 있다. 1단 로켓과 2단 로켓 사이 원통형 연결단인 것으로 군은 추정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6시29분께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이른바 우주발사체 1발을 발사했으나 실패했다.
북한이 위성을 탑재했다고 주장한 발사체를 쏜 것은 2016년 2월 7일 ‘광명성호’ 이후 7년만이다.
합참은 “이 발사체는 백령도 서쪽 먼바다 상공을 통과하여 어청도 서방 200여km 해상에 비정상적 비행으로 낙하했다”며 “한미가 공조해 추가적인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어청도는 전북 군산 서쪽 60여km에 위치하고 있다. 합참은 북한이 발사한 우주발사체 일부가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낙하한 것으로 파악했다.
잠정조치수역은 서해에서 한국과 중국 어선에 한해 신고 없이 자유롭게 조업할 수 있도록 허용된 수역으로, 한국과 중국의 중간 해역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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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우주발사체 발사 현황. [그래픽=연합뉴스] |
정부는 이날 오전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합참으로부터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 관련 상황 보고를 받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실시간 보고도 이뤄졌다.
NSC는 이날 회의에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시도를 장거리 탄도미사일 도발로 규정하고 이를 규탄했다.
국가안보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NSC 상임위원들은 이번 발사가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자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도발임을 강조하고 이를 규탄했다”고 전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북한의 추가적인 발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계속 예의주시하면서 동맹 및 우방국들과 공조태세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이날 회의에는 조 실장을 비롯해 권영세 통일부 장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장호진 외교부 1차관, 김태효 NSC 사무처장,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이 참석했다.
북한은 위성발사체 발사 2시간 30여분 만인 이날 오전 9시 5분 발사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2단 엔진에 문제가 생겨 서해에 추락했다고 밝혔다.
군사우주개발국 대변인은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지만 사고가 발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전했다. ‘천리마-1’로 명명한 위성운반로켓의 신형 엔진과 연료에 사실상 기술적 결함이 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이른 시일 안에 2차 발사를 단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미리 통보한 정식 예고기간(5월 31일 0시∼6월 11일 0시) 첫날에 위성체를 호기롭게 쏘아 올렸다. 그러나 궤도 진입은 커녕 발사체가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서해에 추락하고 만 것이다.
북한이 발사 실패 사실과 원인을 신속하게 상세히 공개한 것은 위성 발사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줌으로써 발사 행위의 정당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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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 주장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 [합동참모본부 제공] |
우리 군은 북한이 위성발사체 도발에 나서자 이를 추적했다. 이어 북한이 발사체를 쏜 지 약 1시간 30분 만에 신속하게 낙하한 발사체 잔해 수거에 나서 일부 부유물을 인양했으며, 나머지 잔해물에 대해서도 수색·인양 작업을 진행 중이다.
부유물을 인양한 해역의 수심은 약 70m로 알려졌으며, 인양된 부유물은 1단 로켓과 2단 로켓 사이 원통형 연결단인 것으로 군은 추정했다.합참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연결단 표면에 ‘점검문-13(기구조립)’이라는 빨간색 글자가 적혀 있다. 또 낙하 시 또는 비행 중 충격에 파손된 듯 연결단 하단이 찌그러진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합참은 “군은 오전 8시 5분경 어청도 서방 200여 km 해상에서 ‘북 주장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식별하여 인양하고 있다”고 전했다.
군은 발사체 수거작업이 완료되면 전반적인 성능과 외국 부품 사용 여부, 기술 수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비공개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보고를 통해 북한의 이번 발사 실패 원인을 무리한 경로 변경으로 인해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간사의 브리핑에 따르면 국정원은 보고에서 “과거에는 1·2 단체(추진체)의 비행경로가 일직선이었지만, 이번 발사는 서쪽으로 치우친 경로를 설정하면서 횡기동을 통해 동쪽으로 무리한 경로 변경을 하다가 기술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누리호 발사 성공에 자극받아 통상 20일이 소요되는 준비 과정을 수일로 단축하며, 새로운 동창리 발사장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급하게 감행한 것도 한 원인이 됐다"고 국정원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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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에 따르면 25일 발사에 성공한 우리나라의 누리호(KSLV-Ⅱ)와 31일 북한이 쏘아 올린 천리마-1은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우주발사체로 3단으로 구성된 점은 같지만, 이를 제외하면 구조와 연료 등 모든 면에서 다르다고 한다. [그래픽=연합뉴스] |
북한은 지난 25일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3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지 나흘 뒤 전격 위성 발사 예고 시기를 공식 발표했다.
북한의 이번 발사 실패는 한국의 우주개발 일정에 자극을 받은 나머지 기술적 준비를 완벽히 끝내지 못한 상태에서 경쟁적으로 발사를 서두른 영향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우주발사체’라는 북한의 주장을 확인했는지에 대해서는 “(북한이) ‘천리마-1형’이라고 하고 있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엔진 기반의 신형발사체로 평가하고 있다”고 유 의원은 전했다.
서해상에 추락한 정찰위성 ‘만리경 1호’에 대해서는 “길이 1.3m, 무게 300㎏급으로 해상도가 최대 1m 내외인 초보적 정찰 임무 정도만 가능한 소형 저궤도 지구관측 위성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북한의 이번 발사체 도발은 일단 실패했다고는 하지만 엄연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30일(현지시간) 밤 성명을 통해 “북한의 군사위성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논평했다고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전했다.
뒤자리크 대변인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어떠한 발사도 관련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반하는 것”이라며 이번 발사가 안보리 제재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발사체 도발에 나선 이날 이른 아침, 출근을 준비하던 시민들은 서울시와 행정안전부가 번갈아 보낸 ‘경계경보’ ‘오발령’ ‘경계경보 해제’ 문자에 큰 혼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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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31일 오전 서울시가 발송한 경계경보 발령 위급 재난문자(왼쪽). 이어 행정안전부는 6시41분 서울시가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이라는 문자를 다시 보냈고 서울시는 경계경보해제를 알리는 안전안내문자를 발송했다. [서울=연합뉴스] |
서울시는 이날 오전 6시41분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위급재난 문자를 보냈다.
실제 경계경보 발령을 전후해 요란한 민방위 사이렌이 울리는 등 갑작스런 상황에 시민들은 영문을 모른 채 어찌해야 할지 당황하며 불안에 떨어야 했다.
하지만 22분 뒤인 오전 7시 3분 행정안전부는 ‘06:41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이라는 내용의 위급재난 문자를 보내 서울시의 경계경보 발령을 정정했다.
이어 서울시는 오전 7시 25분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해 위급 안내문자가 발송되었습니다. 서울시 전지역 경계경보 해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일상으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전안내 문자를 다시 발송했다.
이와 관련해 행안부는 백령·대청면에 경계경보를 발령했는데 서울시가 서울시 전역에 오발송한 것이라고 설명한 반면, 서울시는 “백령·대청면에 국한한다는 내용이 없어 자체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모순된 문자 내용이 전달되는 과정에 행안부와 서울시 간에는 서로 연락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도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안보 위기 상황을 염두에 둔 우리의 소통과 대응 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국제 사회의 지속적인 경고와 우려는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북한의 도발은 멈출 기미가 없다.
북한이 추가 발사를 예고한 만큼 우리나라는 모든 도발 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면서 국제 공조 체제를 한층 치밀하게 갖춰나가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아울러 국내적으로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안보 위기 상황에서 소통과 대응 시스템이 빈틈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점검과 정비, 개선 노력이 더욱 시급해졌다. <연합뉴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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