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준석 낸 가처분신청 일부 인용..."주호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직무정지"

정치 / 류수근 기자 / 2022-08-26 19:19:09
법원, 국민의힘 비대위 전환 무효 판단..."비상상황 아냐"
전국위 의결 중 ‘비대위원장 결의’ 부분 무효 판단
여권, 강력 반발 속 즉각 이의신청...주말 긴급의총
주호영號 17일만 좌초...다시 ‘권성동 체제’ 회기하나
이준석 측 “헌법파괴 행위에 내린 역사적 판결”
국민의힘 “가처분 인용, 정당 자율적 의사결정 침해”

법원이 26일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 대한 이준석 전 대표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국민의힘이 대혼돈에 빠졌다.

국민의힘은 때마침 25일부터 이틀간 연찬회를 갖고 “당정 하나”를 외치며 당정 결속을 도모했으나 연찬회가 종료되는 이날 이런 법원 결정으로 당 지도부가 중대 위기를 맞게 됐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황정수 수석부장판사)는 26일 “일부 최고위원들이 당 대표 및 최고위원회의 등 국민의힘 지도체제의 전환을 위해 비상 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이는 정당 민주주의에 반한다”며 이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주호영 비상대위원장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이준석 전 대표가 낸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사실상 받아들인 것과 관련해 국회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한 뒤 국회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지난 9일 당 전국위가 주 위원장 인선을 의결한 지 17일만, 지난 16일 상임전국위를 통해 비대위 구성까지 완료한지 10일만이다.

주호영호(號)는 출범 한 달도 채우지 못한 채 좌초 위기에 놓였고, 국민의힘은 한 순간에 리더십 진공 상태에 다시 내몰리게 됐다.

특히 이번 비대위 체제 전환에 당내 친윤계(친윤석열계)가 주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법원 결정에 따른 충격과 파장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은 다만 국민의힘을 상대로 최고위·상임전국위·전국위 의결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신청한 부분에 대해서는 당사자적격이 없다고 보고 심리 없이 각하했다.

재판부는 이날 결정문에서 당이 비대위를 둘 정도의 비상상황은 아니라며 “일부 최고위원들이 지도체제 전환을 위해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판단하며 이준석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당 대표가 자신을 자동 해임하는 당의 비대위 체제 전환에 반발하며 사법부 판단을 구한 초유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판단하며 ‘비상 상황’ 기준을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국민의힘 비대위 체제에 제동을 걸면서 이준석 대표는 일단 정치적 명예회복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결 중 비대위 결의 부분이 무효에 해당한다며 “전국위 의결로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된 주호영이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할 경우 당원권 정지 기간이 도과되더라도(지나더라도) 이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전국위 의결이 ARS 방식으로 이뤄진 것 등은 위법하거나 중대한 하자는 아니라고 봤으나, 국민의힘에 비대위를 둘 정도의 ‘비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민의힘 비대위 전환 조건을 규정한 당헌 96조 1항의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국민의힘 당헌 96조 1항은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안정적인 당 운영과 비상 상황의 해소를 위하여 비상대책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는 ‘당 대표 궐위’가 아닌 '사고'라고 당에서 결론을 냈고, 최고위원들이 8월 2일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한 상임전국위·전국위 소집 안건을 의결한 것 등에 비춰보면 기능이 상실되지도 않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전국위 의결 중 비대위원장 결의 부분은 당헌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정당의 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 민주적인 내부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당원의 총의를 반영할 수 있는 대의기관 및 집행기관을 가져야 한다는 정당법에도 위반되므로 무효”라고 결정문에 적시했다.

특히 최고위원이 일부 사퇴해도 운영이 가능하다며 기능 상실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당 대표 6개월 사고와 최고위 정원의 반수 이상 사퇴의사 표명이 비상 상황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으로 당 대표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전국위에서 최고위원 선출로 최고위원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당헌 27조 3항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궐위 시에는 30일 이내 전국위에서 후임자를 선출하게 돼 있으므로 결원을 보충하면 될 일이지, 당의 비상상황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이 전 대표 측 입장이었다.

▲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국민의힘 측에서는 당 대표 2년 임기 중 6개월 정지는 '궐위'에 준하는 상황으로 봐야 하고, 최고위도 구성원 9명 중 일찍 사퇴한 김재원 최고위원 외에도 배현진·조수진·윤영석·정미경 최고위원 등이 사퇴해 ‘4인 이하’가 됐으므로 기능 상실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선출직 최고위원이 거의 동시에 여러 명 사퇴했다면 후임자를 선출해 보충할지, '비상상황'으로 보아 비대위를 둘 것인지는 정당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며 '정당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정당 내부의 의사결정은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고 한 이같은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당 자율성의 범위를 벗어났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헌 96조 ‘비상 상황’을 “당 대표 또는 최고위가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게 되고 당헌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위 기능을 회복할 수 없거나 회복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비상상황에 준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당 대표 궐위나 최고위원회의 기능상실과 같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중대한 일이 발생해 당의 의사결정 등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어야 한다고 정의했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8월 5일 상임전국위에서 당의 현 상황을 '비상 상황'으로 보는 유권해석을 내렸던 터라 비상상황이 맞는다고 주장했으나, 이 또한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임전국위는 최고위 기능 상실이나 비상상황의 의미에 대한 정의나 설명 없이 당 대표 사고와 최고위원 사퇴가 비상상황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했는데, 이는 해석이 아닌 적용에 관한 의견에 불과하고 그 전제에 해당하는 해석이 없어 효력에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상임전국위가 당헌 96조 해석뿐 아니라 비대위 설치까지 결정한 결과가 되었는데 당헌에 비대위 설치의 주체는 명시되지 않았으나 100인 이내로 구성되는 상임전국위에 비대위 설치 결정 권한이 없음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정당의 내부 의사결정이라도 정당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했는지 여부는 사법적 판단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 등을 따라 “정당의 활동은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장되는 것이고 정당은 정치적 조직체인 탓에 그 내부조직에서 형성되는 과두적, 권위주의적 지배경영을 배제해 민주적 내부질서를 확보하기 위한 법적 규제가 불가피하게 요구된다”고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전 대표 측은 이날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 결과 직후 가진 이 매체와의 통화에서 “사필귀정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이른바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원내대표 간 ‘문자 유출 사태’ 이후 당에서 비대위 출범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대가라는 뜻이다.

이 전 대표측 변호인단도 입장문을 내 “사법부가 정당 민주주의를 위반한 헌법파괴 행위에 내린 역사적인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당장 이 전 대표는 비대위 출범 후 잠정 보류해왔던 전국 당원 만남 행사에 재돌입, 징계 종료 때까지 정치세를 불리며 내년 1월 대표 복귀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 집행 정지를 결정, 비대위 체제 전환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이번 결정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국민의힘은 재판부 결과에 대해 사실상 불복 입장을 밝히며 “정치적 결정”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가처분 결정 소식이 전해지자 당 지도부와 율사 출신 의원들이 대책을 숙의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날 오후 “정당 의사결정에 대한 과대한 침해”라며 사실상 불복으로 해석되는 원내 대변인의 공식 반응이 나왔다.

곧이어 주 비대위원장은 오후 입장문을 통해 “매우 당혹스럽다”며 “국민의힘이 비상상황이 아니라는 오늘의 가처분 결정은 납득할 수 없다”며 “정당의 내부 결정을 사법부가 부정하고 규정하는 것은 정당자치라는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 신청을 제기했으며,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서울고법에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이 이날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해 비대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주호영 비대위 체제’는 정상적으로 활동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예상치 못한 대혼란 속에서 당장 시급한 지도부 공백 해소를 위해 ‘권성동 대행’ 체제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지만, 당 일각에서 지도부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국민의힘은 주말인 27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당 일부에선 이미 이 사태가 발생하게 된 데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당이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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