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영업에서 기업금융강화 등 '수익다각화'모색
동남아시장 등 해외사업부문 확대…탈출구 전략 ↑
[메가경제=문혜원 기자] 금융지주사들의 올해 경영전략 공통 키워드는 '영업력 강화'에 방점을 찍은 모습이다. 최근 1분기 실적이 발표된 가운데 ELS사태 여파가 실적에 영향을 미치면서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침체 가운데 수익성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최고경영자(CEO)의 역량과 역할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메가경제는 각 지주사 간 하반기 전략 방향과 생존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KB금융그룹은 작년부터 불거진 ELS 손실 문제 관련 금융감독원의 자율배상지원정책을 받아들이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ELS배상 여파에 따라 순이익이 뒷걸음치면서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악재를 딛고 하반기 새 경영전략 관련 어떤 리더십으로 돌파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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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배상 여파에 따라 순익이 뒷걸음치면서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악재를 딛고 하반기 새 경영전략 관련 어떤 리더쉽으로 돌파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KB금융그룹 제공] |
◆ 1분기 실적 ELS배상 손실로 뒷걸음, 자본건전성 안정 유지
올해 1분기 실적에서 KB금융그룹은 신한금융에 밀려 '리딩금융'타이틀에서 밀려 났다. KB금융은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이 1조491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30.5% 줄었다. 같은 기간 1위를 차지한 신한금융의 순이익은 1조 3215억원으로 KB금융과의 순이익 격차는 2724억원이었다. 그 뒤로 하나금융(1조340억원), 우리금융(8245억원), NH농협금융(6512억원) 순이었다.
각 금융그룹 핵심 계열사인 은행 순위만 봐도 KB국민은행은 5대 시중은행 중에서 이 기간 꼴찌로 밀려났다. KB국민은행은 1분기 순이익이 3895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58.2% 급감했다. 신한은행(9286억원)은 3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하나은행은 8432억원으로 3위를 차지했으며, 우리은행이 7897억원, NH농협은행 4215억원이었다. 지난해 2위였던 KB국민은행이 5위로 내려간 셈이다.
이러한 순위 변동은 홍콩 H지수 ELS 손실 배상에 따른 비용이 결정적 이유였다. 배상액은 KB금융이 8620억원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많았다. 신한금융의 경우 2740억원의 충당부채 규모를 반영했다. 배상액의 경우엔 신한금융보다 약 3배에 달했다. 1799억원의 충당부채를 반영한 하나금융이 KB금융과 순이익 격차는 151억원에 그친다.
이렇듯 KB금융은 ELS배상 여파로 인해 전체 순익면에서는 뒤로 밀려났으나, 일회성비용을 제외한 당기순이익은 1조5929억원 수준으로 ELS 악재임에도 “견조한 이익체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자본건전성 부문에서도 비교적 안정세에 있다. 3월말 기준 그룹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0.63%, NPL Coverage Ratio는 158.7% 수준으로 여전히 양호한 손실흡수력을 보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BIS자기자본비율은 16.54%, 보통주자본비율(CET1비율)은 13.40%를 기록했다. ELS 고객 보상 비용 인식에 따라 전분기 대비 다소 하락했지만 견조한 수익성과 자본력을 기반으로 금융권 최고 수준의 자본 적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KB금융 이사회는 최근 업계 최초로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인 '배당총액 기준 분기 균등배당'을 도입했다. 1분기에 주당 현금배당금을 784원으로 결의했다. KB금융은 올해부터 분기 균등배당 시행을 필두로 주당 현금배당금 배당총액(분기별 3000억원 수준, 연간 1조2000억원 수준) 기준으로 산정, 연간 배당금액 총액 1조2000억원 수준을 최소한 유지 또는 확대를 원칙으로 이익규모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 '리테일영업' 효자 타이틀 → 기업금융 확대
KB금융이 그동안 리딩금융 자리를 굳건히 지킨 배경에는 전통 SOHO·SME·리테일(소매) 영업으로 인한 수익 확대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 실적 발표 역시 ELS배상액에 대한 실손 평가를 빼면 영업이익은 좋은 편이다. 이는 KB국민은행의 NIM 상승이 그 이유를 대신한다. 기업대출 성장 힘입어 국민은행 1분기 NIM은 1.87%로 전 분기보다 4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꾸준히 리테일영업으로 인한 은행 수익성 기여도가 커 핵심예금으로 꼽히는 저원가성 예금이 증가하고, 정기예금 등 고금리 예부적금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비용률이 하락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은행의 1분기 순이자이익은 2조552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조4404억원으로 전년 대비 13.6% 늘었다.
하지만 ELS사태로 인한 은행의 비이자이익 핵심 구성 요소 중 하나로 꼽히는 고위험 편드 판매에도 제동이 걸리면서 새 수익원 발굴이 과제로 떠오른다.
이에 따라 KB금융은 최근 계열사 통해 마진이 큰 자산관리 부문 사업 확대 및 기업금융 관련 대출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소매형 소호(자영업자) 대출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량 지역에 있는 기업 위주의 영업을 늘려 수익다각화를 모색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한국 경제의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로 이어지면서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어나게 돼 기업발 부실대출이 증가하고 있어 은행권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점은 해결 과제로 꼽힌다. 5대 은행의 올해 1분기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0.35%로 집계돼 작년 12월 말 대비 0.04%p 상승했다. KB국민은행의 1분기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0.23%로, 1년 전보다 0.07%포인트 올랐다.
이종민 KB국민은행 부행장은 지난달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가계대출은 명목GDP 성장률 수준으로 관리하고, 기업대출은 건전성을 고려한 우량자산 위주의 성장 기조를 유지하면서 6% 내외 성장을 도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계열사 비은행 강화 …해외투자 등 수익다각화 모색
KB금융은 중요 계열사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비은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양 회장은 취임 당시 "M&A보다 계열사 간 시너지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한 바 있다. 갖고 있는 비은행 계열사를 통해 리딩금융 지위를 공고히 하는데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양 회장은 취임 당시 계열사 중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비은행 강화를 꾀한다는 내용을 담은 경영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그도 그럴것이 양 회장은 2021년 1월 KB금융지주 부회장에 선임되기 전까지 KB손해보험 대표를 거쳐 KB금융 보험부문 부문장을 지낸 이력을 갖고 있다.
양 회장은 지난 달에는 "투자운용, 자산관리(WM), 보험, 글로벌 4대 영역에서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KB손보는 KB금융 보험계열사에선 선두지만 손보업계 중에서는 메리츠화재보다는 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작년 12월 말 누적 순익은 KB손보가 전체 손보사 중 4위를 차지했지만 지난 9월 말에는 5위였다.
수익 다각화 타개책으로는 글로벌 사업 부문 강화 모색도 요구된다. KB금융은 2020년 이후 햇수로 5년 동안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주요 경영 목표 중 하나로 내세워 왔다. 윤종규 전 회장이 공들여 왔던 KB 인니 부코핀 은행 정상화에도 힘써야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부코핀은행(PT Bank KB Bukopin Tbk.)은 지난해 말 기준 영업이익은 5456억원, 순손실은 2613억원을 나타냈다. 영업이익과 순손실 모두 전년 보다는 개선됐지만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순손실 958억 원을 냈다.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순손실 2725억 원, 8021억 원을 봤다. 과거 부실에 빠졌던 부코핀은행의 이미지를 쇄신해야하는 과제가 남은 셈이다.
또한 보험계열사인 KB라이프생명이 푸르덴셜생명 인수합병(M&A) 후 연 순이익 4조원 첫 돌파, 분기배당 정례화 등을 달성하고도 덩치에 비해 해외 부문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KB금융 글로벌 순익을 따져보면, 올해 1분기 26억원(19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1분기 당기순이익 1036억원(7500만달러)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KB국민은행은 현재 동남아 등 신흥시장과 유럽 등 선진국 간에 투트랙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해외 12개 국가에 해외지점 9개, 해외법인 5개 네트워크를 보유 중이다.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서는 리테일, SME(중소상공인)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홍콩, 싱가포르 등 선진국에는 투자은행(IB), 자본시장 등 홀세일 업무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KB금융은 연초 조직개편에서 글로벌 사업의 안정과 성장을 위해 글로벌 부문을 금융지주 전담 조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양 회장은 최근 "고성장이 예상되는 동남아시아 시장과 ‘투자안정성이 높고 국내 고객의 해외 투자 선호도가 높은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진출을 추진하는 투 트랙 전략을 더욱 고도화 하겠다"면서 "KB금융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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