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을 섬유 선두에서 신소재 리더로
부친 뜻이어 사회 공헌을 신념 삼은 효성웨이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대한민국 경제사에 길이 남을 거목,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최근 건강 악화로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숙환으로 영원히 눈을 감은 것.
조 명예회장은 1935년 11월 19일 경상남도 함안군에서 효성그룹 창업주인 고 조홍제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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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사진=효성그룹] |
한국경영학회에 따르면 조석래 회장은 선대 회장의 뜻을 받들어 현장경영을 통해 그룹 경영의 실무를 담당했다. 1981년 2월 효성 중공업 회장 취임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효성 그룹을 이끌기 시작했다. 창립 30 주년을 기념해 효성은 새로운 비전 수립과 더불어 사명 변경을 추진했다. 먼저 동양 나이론 주식회사는 주식회사 효성T&C로, 동양폴리에스터 주식회사는 효성생활산업으로, 효성B&H주식회사는 주식회사 효성미디어로 변경했다.
고인은 이 와중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 역량을 갖춘 사업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워가고자 1998년부터 2000년까지 그룹의 주력사인 동양나이론, 동양폴리에스터, 효성중공업, 효성물산을 ㈜효성으로 합병했고, 화학 부문의 우량 기업인 효성BASF와 한국엔지니어링플라스틱, 중공업 부문의 효성ABB는 매각하는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특히 자체 개발한 스판덱스 원사 글로벌 브랜드를 ‘크레오라(Creora)’로 확정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결국 조 회장은 2000년 구미공장 준공으로 세계 2대 스판덱스 메이커로 효성을 도약시켰다. 글로벌 진출도 활발해 같은 해 중국 절강성 가흥시에 현지법인을 설립, 2003년 총 1만 2000톤의 생산 규모를 갖춘 중국 최대 스판덱스 공장으로 성장시켰다.
효성은 2011년 국내 최초로 자체 기술을 활용한 고성능 탄소섬유 ‘탠섬(TANSOME)’을 개발한 데 이어 2013년 5월 전주에 연산 2000톤 규모의 공장을 짓고 양산화에 들어갔다.
탠섬은 2014년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현대차가 선보인 미래형 콘셉트 카 ‘인트라도’의 프레임, 루프, 사이드 패널에 첫 적용되면서 글로벌 시장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효성은 2013년 세계 최초로 최첨단 고성능 신소재인 폴리케톤 개발에 성공했다. 그 후 주식회사 효성은 2017년 9월 6일에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여 2018년 6월 지주회사와 4개 사업회사로 분할이 완료했다.
이처럼 조 명예회장은 섬유 산업의 거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효성그룹을 세계 최대 폴리에스터 생산 기업으로 성장시켰으며, '폴리에스터 섬유의 세계화'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하지만 그의 업적은 섬유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신 사업에 투자해 효성그룹의 미래를 설계했다.
2002년 11월 세계 최대 타이어 메이커 미쉐린과의 타이어코드 장기공급 계약 및 미국 버지니아주 스카츠빌 지역에 소재한 타이어코드 공장을 인수했다.2006년 9월에는 타이어 메이커인 미국 굿이어 (Good Year)와 공급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이 기업이 소유한 생산 공장 네 곳을
인수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조석래 회장의 탁월한 선견지명으로 효성그룹은 탄소섬유, 자동차 부품, 의료기기 등 신소재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평을 남겼다.
◆경제계의 리더, 사회 공헌의 선두주자
조 명예회장은 경제계의 리더로서도 존경받았습니다. 그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 또한, 사회 공헌에도 앞장섰다.
그는 평소 조홍제 창업주의 산업입국 정신을 이어받아 ‘효성웨이(Hyosung Way, 최고ㆍ혁신ㆍ책임ㆍ신뢰의 4가지 핵심가치)’를 강조하면서 사회공헌활동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효성은 2007년부터 저소득층 가정에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행사’, 2006년부터 ‘사랑의 쌀’ 전달, 2008년부터 백혈병·소아암 어린이를 위한 ‘사랑의 헌혈행사’를 진행해 왔다.
특히 본사가 위치한 서울 마포구에서 2011년부터 ‘희망나눔 페스티벌’ 후원, 2013년부터 의료비 교육비 등의 긴급 지원금 전달, ‘희망나눔 장학금’ 지원 등으로 지역과 나눔에 힘쓰고 있다. 2013년부터 ‘효성나눔봉사단’을 발족해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복지관, 장애아어린이집 등의 기관에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신입사원 입문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로 ‘사랑의 연탄배달’ 등의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효성은 장애인이나 탈북민 등 취약계층을 고용한 뒤 기증품을 판매하도록 해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자원의 선순환도 촉진하는 사회적 기업인 ‘굿윌스토어’를 최초로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문화예술 후원도 빼놓을 수 없다.
효성은 2014년부터 ‘온누리 사랑 챔버 오케스트라’를 후원하고 있으며 2005년부터 문화유산 보호활동, 소외계층을 위한 음악 티칭 클래스, 각종 전시회 및 음악회 후원 등 다양한 나눔활동을 진행해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문화예술후원 우수기관’으로 인증받기도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조 명예회장을 추모했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상징이다. 그는 섬유 산업의 거물에서 신소재 리더로 거듭나며 효성그룹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또한, 경제계의 리더, 사회 공헌의 선두주자로 대한민국 사회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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