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 감축법'으로 中 압박 높여…韓 전기차‧배터리 업계 '긴장 속 주시'

자동차·항공 / 김형규 / 2022-08-10 17:32:31
IRA, 7일 상원 통과…하원‧대통령 승인 절차 남아
車 업계 중심으로 미국 내 반대 목소리도 나와

미국 상원이 배터리 업계에서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을 압박하기 위해 추진 중인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을 통과시키자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SK온 등 국내 전기차‧배터리 제조사들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가 아직 소재‧부품 수급을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인 데다 국산 전기차의 북미 공장 생산도 여전히 준비 단계에 있는 만큼 IRA가 실제 발효되면 한국 기업들의 타격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은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기차 구매 시 세액을 공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IRA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미국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에 3690억 달러(약 482조 원)를 투입하고, 전기차 제조사별로는 연간 20만 대까지 보조금(세액 공제)을 지급하던 한도를 없앤다는 내용을 담았다. 

 

IRA에 따르면 새 전기차 구매자에게는 7500달러(약 980만 원)의 세액이 공제된다. 만약 저소득‧중산층이 중고 전기차를 구매한다면 4000달러(약 520만 원)를 공제받을 수 있다.


이 법안의 핵심은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와 미국 내에서 생산(최종 조립)되지 않은 전기차를 세액 공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특히 리튬‧니켈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을 미국 혹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40% 비율 이상 공급받아야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 비율은 오는 2024년엔 50%, 2027년엔 80%까지 높아질 예정이다. 

 

또 배터리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 등 주요 부품에 대해 북미에서 50% 이상을 제조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다. 이 비율은 오는 2027년엔 80%, 2028년에는 100%로 확대된다.


현재 상원을 통과한 IRA는 오는 12일 하원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도 받아야 최종 발효될 수 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이 법안이 발효될 경우 중국산 배터리가 공급망을 잃으며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SK온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의 중국산 소재‧부품 의존도가 90%에 달할 정도로 높아 세액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아이오닉5‧EV6 등 전기차를 수출하는 현대차그룹의 경우 미국 현지 생산이라는 조건을 맞추지 못해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된다.
 

현대차그룹이 북미 생산 시설로 추진 중인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은 오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만약 IRA가 내년 발효된다면 2년여간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되는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로는 이에 대해 논의 중일 수 있지만 아직 미국 내에서도 법 발효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공식적인 대비책이나 입장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IRA는 전기차‧배터리 업계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법안이지만, 자동차혁신연합(AAI)‧전미자동차노조 등 미국 내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 전기차 제조사 역시 중국산 배터리 의존도가 높고, 한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 역시 배터리의 소재‧부품 다수가 중국산이라 불이익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지난 7일 존 보첼라 AAI 회장은 CNBC를 통해 “불행히도 (이번 법안의) 전기차 세금 공제 요건은 대부분의 차량 보조금 혜택을 사라지게 할 것”이라며 “이 법안은 오는 2030년까지 40~50%의 전기차 판매라는 우리의 목표도 위태롭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기회에 중국산 배터리 핵심광물‧소재‧부품 등 의존도를 줄일 필요성이 있다고 전문가는 강조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IRA에 대해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서 중국을 압박하고 시장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법안”이라며 “이번 일을 기회 삼아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 중국산 소재‧부품 의존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등 다른 국가로 공급망을 확대하고 정부 주도하에 배터리 소재‧부품 생산을 내재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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