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이석호 기자] 검찰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의혹을 받는 KT그룹의 본사와 계열사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마침 이날은 새 경영진 구성과 함께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KT가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마감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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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광화문 사옥 [사진=연합뉴스] |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16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KT 광화문 사옥과 KT텔레캅 본사, 관계자 사무실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KT는 구현모 전 대표 임기 중 KT텔레캅이 시설관리(FM) 일감을 외주화하는 과정에서 하청업체인 케이디에프에스(KDFS, 옛 굿모닝에프) 등 일부 회사에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올해 3월 시민단체인 '정의로운 사람들'은 구 전 대표 등 KT의 전직 임원들이 이 같은 의혹에 직접 관여해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주장하며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KT는 즉각 반박했다. 회사 측은 입장자료를 통해 "KT텔레캅의 관리 업체 선정 및 일감 배분에 관여한 바 없다"며 "정당한 평가에 따라 물량을 배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DFS의 지난해 매출액은 847억원으로 2020년(488억원)보다 73.6%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8억원으로 2020년(19억원) 대비 214.6% 급증했다.
반면 기존 하청업체 중 매출이 가장 높았던 케이에프앤에스(KFnS)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9.1%, 24.7% 줄어든 507억원, 18억원을 기록했다.
KDFS는 대주주인 황욱정 대표가 지분 42.25%를 보유하고 있다.
검찰은 KT텔레캅이 발주 물량 조정 기준을 무시한 채 KFnS 등 기존 업체에 불이익을 줬다는 혐의와 더불어 구 전 대표 등이 이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는 것으로 알려졌다.
KT 새노조는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초유의 KT경영공백 사태의 원인과 책임이 정권의 과도한 개입 문제에만 있는 게 아니라 곪을 대로 곪은 KT 내부 이권카르텔에도 있음도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와 별개로 KT 내부는 여전히 이권카르텔이 활개치는 분위기"라며 "먼저 가장 책임이 큰 구현모는 여전히 (법인등기상) 대표이사, 사내이사, 자문역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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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광화문 사옥 [사진=연합뉴스] |
한편 KT는 경영진 공백 상태에서 진행된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 접수를 이날 마감했다.
KT의 '뉴 거버넌스 구축 TF'는 사외이사 예비후보군으로 KT 주식을 6개월 이상 1주라도 보유한 주주도 추천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했다.
소수노조인 KT 새노조는 이번 사외이사 후보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 김종보 변호사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KT 소액 주주 운동을 주도하는 커뮤니티 운영자도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KT는 내달 말까지 신규 사외이사 선임을 마무리하고 새 이사회가 구성되는 대로 신임 대표이사 후보자도 7월께 확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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