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형 림프절 병기 높고 35형 전체생존율 낮아…유전자형별 접근 필요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으로 발생하는 구인두암이 바이러스 유전자형에 따라 진행 정도와 생존율에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HPV 양성 구인두암 환자 4명 중 1명은 가장 흔한 16형이 아닌 다른 유전자형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유전자형에서는 림프절 병기가 높거나 전체생존율이 낮게 관찰돼 유전자형별 특성을 고려한 연구와 치료 전략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 |
| ▲ 차원재·진시연 이비인후과 교수. [사진=분당서울대병원] |
30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차원재 이비인후과 교수 연구팀은 2003년부터 2023년까지 병원에서 치료받은 HPV 양성 구인두편평세포암 환자 가운데 유전자형이 확인된 174명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는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진시연 교수가 제1저자로 참여했다.
구인두암은 목구멍 안쪽의 구인두에 발생하는 암으로, 편도암과 혀뿌리 부위에 생기는 설근부암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흡연과 음주가 주요 위험 요인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HPV 감염과 관련된 구인두암이 증가하면서 바이러스 유전자형에 따른 임상적 차이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HPV는 피부나 점막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로, 일부 고위험 유전자형에 의한 감염이 지속되면 암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 HPV 양성 구인두암 관련 연구는 가장 흔하게 검출되는 16형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전체 환자 174명 중 44명인 25.3%에서 16형이 아닌 다른 유전자형이 확인됐다.
유전자형별 분포를 보면 16형이 74.7%로 가장 많았으며, 33형 6.3%, 35형 4.6%, 58형과 18형이 각각 3.4%로 뒤를 이었다. 비16형 감염 환자 비중은 기존 서구권 연구에서 보고된 수치보다 높았으며, 동아시아 지역에서 관찰된 수준과는 비슷했다.
연구팀은 유전자형에 따라 환자의 임상적 특징과 치료 후 경과에도 차이가 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HPV 33형 감염 환자는 16형 감염 환자보다 진단 당시 림프절 병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림프절 병기는 암이 목 주변 림프절로 얼마나 퍼졌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다.
HPV 35형 감염 환자에서는 16형 감염 환자보다 전체생존율이 낮게 관찰됐다. 이는 HPV 양성 구인두암을 하나의 질환군으로 보더라도 바이러스 유전자형에 따라 환자의 상태와 예후가 달라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이번 연구는 단일 의료기관의 환자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특히 33형과 35형 환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유전자형별 예후 차이를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성별 분포에서도 특징이 확인됐다.
전체 분석 대상 174명 가운데 158명인 90.8%가 남성이었다. 이러한 남성 환자 비중은 특정 유전자형에 국한되지 않고 연구에 포함된 유전자형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가 남성에서도 HPV 감염과 관련 질환의 예방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올해 5월부터 HPV 국가예방접종 지원 대상이 12세 남성 청소년까지 확대되면서 백신의 예방 범위에 대한 논의도 제기됐다.
현재 국가예방접종사업에 사용되는 4가 HPV 백신은 6형과 11형, 16형, 18형을 예방 대상으로 한다. 9가 백신은 여기에 31형과 33형, 45형, 52형, 58형을 추가로 포함한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비16형 가운데 33형과 58형은 9가 백신의 예방 대상이지만, 35형은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9가 백신으로 예방접종 범위를 확대하면 더 다양한 고위험 HPV 유전자형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번 연구만으로 백신 전환에 따른 구인두암 발생 감소 효과를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다.
진시연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HPV 16형 외에도 33형 등 다양한 고위험 유전자형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확인됐다"며 "현재 국가예방접종사업에 사용되는 4가 HPV 백신이 9가 백신으로 전환된다면 예방 범위를 한층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차원재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최근 수술 기법과 방사선·항암치료가 발전하고 다학제적 접근이 정교해지면서 HPV 양성 구인두암은 전반적으로 좋은 치료 성적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연구가 HPV 유전자형에 따른 임상적 특징과 예후 차이를 보다 세밀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분당서울대병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이비인후과 분야 국제학술지 'Clinical and Experimental Otorhinolaryngology'에 게재됐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