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강화에 관련 상품 거래대금 급감
삼성전자 신규 신용융자 52%·SK하이닉스 26% 증가…‘풍선효과’ 가능성 주목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발길이 빠르게 줄고 있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기본예탁금 강화 이후 규제 이전의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용거래는 늘면서 고위험 투자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현물 신용거래나 다른 레버리지 상품 등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는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국내외 상장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상장지수증권(ETN)에 처음 투자하려는 일반 개인투자자는 기본·심화교육 총 3시간에 더해 최소 5거래일에 걸쳐 총 5시간 이상의 모의거래를 이수해야 한다. 지난달 말 기본예탁금이 대폭 상향된 데 이어 신규 투자자의 진입 요건이 한층 까다로워진 것이다.
기본예탁금 규제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난달 31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신규 또는 추가 매수하려는 일반 개인투자자는 현금 3000만 원 이상의 기본예탁금을 갖춰야 한다. 기존 1000만 원에서 3배로 높아졌으며 주식·ETF·채권 등 대용증권 시가의 70%까지 인정하던 방식도 폐지돼 현재는 현금만 예탁금으로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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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 내용에 맞게 AI 이미지 제작 |
◊ 두 달 만에 시총 12조 육박…과열에 규제 속도
금융당국이 규제 수위를 잇달아 높인 배경에는 출시 직후 급격하게 몸집을 불린 단일종목 레버리지 시장이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특정 종목의 하루 등락률을 2배 안팎으로 추종한다. 기초자산이 하루 10% 오르면 약 20%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로 10% 하락하면 손실도 약 20%로 확대되는 구조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 27일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 이후 16개 상품의 시가총액은 상장 당시 4조 4000억 원에서 7월 15일 11조 9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날 하루 거래대금은 13조 원에 달했다.
특히 반도체주가 급등락하면서 투자자 손실 위험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금융당국이 집계한 5월 26일부터 7월 10일까지 연율화 기준 주가 변동성은 삼성전자가 96%, SK하이닉스가 113%에 달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달 16일 단일종목 상품의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광고와 이벤트성 마케팅을 제한했다. 이어 당초 8월 중 시행할 예정이던 기본예탁금 강화 조치를 앞당겨 지난달 31일부터 적용했다.
◊ 개인 1조 6719억 원 순매도…일평균 거래 10분의 1
규제가 본격화된 이후 단일종목 레버리지 시장은 빠르게 위축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본예탁금 규제가 강화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8일까지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종을 1조 6719억 원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반도체주가 반등하면서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평균 수익률은 54.44%, SK하이닉스 상품은 42.43%에 달했지만 개인은 오히려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거래 규모 감소는 더욱 뚜렷하다. 해당 ETF 14종의 출시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일평균 거래대금은 9조 2859억 원이었지만 기본예탁금 규제가 강화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8일까지는 9113억 원으로 감소했다. 일평균 기준으로 규제 이전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19일부터 모의거래 의무까지 추가되면서 신규 투자자의 진입 문턱은 한 단계 더 높아졌다. 다만 이번 조치가 거래대금을 다시 급격히 떨어뜨리기보다는 이미 낮아진 거래 수준을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거래 위축 자체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19일 조치로 거래대금이 다시 한 차례 급격하게 감소하기보다는 이미 크게 낮아진 거래 수준이 고착화되는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조치는 지난달 말 시행된 현금 3000만 원의 기본예탁금 요건이라는 분석이다. 모의거래는 신규 투자자의 진입 속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기존 투자자의 거래를 직접 제한하는 효과는 상대적으로 작다.
이 연구원은 “향후 거래대금이 규제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기는 어려워졌다고 본다”면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변동성이 다시 크게 확대되면 기존 투자자를 중심으로 단기적으로 거래가 증가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 레버리지 줄어든 사이 삼성전자·하이닉스 신용거래 증가
관심은 단일종목 레버리지에서 이탈한 위험투자 수요가 어디로 향하고 있느냐다.
코스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하루 평균 신규 신용융자 수량은 지난 7월 248만 7364주에서 이달 1~14일 378만 8924주로 52.3% 증가했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52만 6625주에서 66만 707주로 25.5% 늘었다.
전체 거래량에서 신규 신용거래가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규제 직전인 지난달 20~30일 평균 9.12%에서 이달 12.74%로 상승했다. SK하이닉스 역시 10.06%에서 12.28%로 높아졌다.
신용잔액도 증가했다. 지난달 31일과 이달 14일을 비교하면 삼성전자의 신용잔액 수량은 8.2%, SK하이닉스는 7.6% 늘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가 급감한 시기에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용거래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셈이다. 다만 두 시장의 투자자를 개별적으로 추적한 자료가 아닌 만큼 레버리지 ETF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그대로 현물 신용거래로 이동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반도체주 반등을 예상한 투자자의 신용 매수가 늘어난 영향도 있을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일정 부분 풍선효과는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며 “레버리지 ETF를 이용했던 투자자의 목적이 단순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짧은 기간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데 있었다면 진입장벽이 높아졌다고 해서 그 투자 수요 자체가 곧바로 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체 수단으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현물과 신용거래를 비롯해 반도체 업종 레버리지 ETF와 지수 레버리지 상품 등이 꼽힌다.
이 연구원은 “규제 이후 단일종목 상품의 거래대금은 크게 감소한 반면 반도체 레버리지 ETF 등 일부 대체 상품의 거래 증가가 관찰돼 제한적인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며 “자금이 한 상품으로 일괄 이동하기보다는 현물·신용·업종 및 지수 ETF 등 여러 수단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해외 상품도 3000만 원 적용…우회 투자도 막았다
규제를 피해 해외 상장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 이동하는 것도 이전보다 어려워졌다.
기본예탁금 강화 대상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도 포함된다. 국내 개인투자자가 해외 상품을 신규 또는 추가 매수할 때도 현금 3000만 원 이상의 기본예탁금을 갖춰야 한다.
국내와 해외 상품에 동일한 요건을 적용한 것은 규제 강화 이후 투자 수요가 해외의 유사 상품으로 이동하는 우회 투자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반면 단일종목이 아닌 지수·업종 레버리지 상품은 이번 기본예탁금 강화 대상과 구분된다. 단기간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 수요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현물 신용거래뿐 아니라 반도체 업종이나 지수 레버리지 상품 등으로 분산되는지가 향후 규제 효과를 판단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 위험투자 줄었나, 투자수단만 바뀌었나
개인 자금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상품으로 향하는 흐름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31일 이후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미국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다수 포함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에서 이탈한 개인 자금이 모두 다른 고위험 상품으로 이동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
결국 이번 규제가 개인투자자의 위험선호 자체를 낮췄는지를 판단하려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뿐 아니라 신용거래와 업종·지수 레버리지 상품, 고변동성 종목의 매매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이 연구원은 “현재의 거래 감소만으로 개인투자자의 위험선호 자체가 크게 낮아졌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위험선호 후퇴라기보다 규제에 따른 강제적인 디레버리징과 투자수단 변경의 성격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고객예탁금 감소에도 신용잔고가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개인의 현금성 매수 여력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빚을 활용한 투자 비중이 높아지면 증시 조정 때 수급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고객예탁금 감소에도 신용잔고가 증가하면서 개인의 현금성 매수 여력은 약화되는 반면 레버리지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며, 이는 단기적인 상승 탄력보다 조정 시 수급 취약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의 규제도 이어진다. 19일부터 ETF·ETN의 시장가격과 실제 자산가치 사이 차이를 나타내는 괴리율에 대한 유동성공급자(LP)의 관리 의무 기준은 국내 자산 상품의 경우 기존 3%에서 2%로 강화됐다. 해외 자산 상품도 6%에서 5%로 낮아졌다. 투자유의종목 지정 절차도 기존 3단계에서 2단계로 단축된다.
오는 11월에는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최소 매매수량을 현재 1좌에서 20좌로 확대하는 방안도 예정돼 있다.
결국 규제 효과를 판단할 기준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 감소 자체가 아니라 개인의 위험투자 수요가 함께 줄었는지 여부다. 신용거래와 업종·지수 레버리지 상품으로 수요가 옮겨간다면 단일종목 상품의 과열을 진정시키는 것과 별개로 개인의 고위험 투자 수요가 다른 시장에서 이어지는 ‘풍선효과’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원은 “향후 개인의 신용융자잔고와 고베타 종목 매매 비중, 반도체·지수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며 “현재 단계에서는 개인투자자의 위험선호가 사라졌다기보다 규제로 기존 레버리지 수요의 표현 방식이 바뀌고 있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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