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육아박람회 '태아·어린이보험' 판매 이면...저축성보험판매 '둔갑'

금융·보험 / 문혜원 / 2025-03-05 09:04:02
킨텍스 맘앤베이비엑스포 방문...보험 상담받아보니
"교육저축·자녀학자금1억" 종신보험 불건전영업 판쳐
GA사 중에선 DB손보·현대해상 명함으로 고객 유인
가입자 가입금액에 맞춰 상품권·순금 사은품 권유
동양생명, 꿈나무어린이보험을 저축성 둔갑 설명

[메가경제=문혜원 기자] # "교육저축, 태아 때부터 양육자금 마련하세요."

"20년 납 기준 30세에 해지할 경우 80% 환급율로 보험금을 돌려드립니다."

# "무해지상품이 3월에 사라진다고 하니 가입하고 싶으면 빨리 가입하세요."

# "자녀교육비 1억, 어린이보험 상담 받으세요."

 

메가경제는 지난 2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육아박람회를 방문해 단기납종신보험을 저축성 기능보험처럼 실제로 판매하는지 직접 상담을 들어봤다. 그 결과 대부분 어린이보험과 태아보험 등 장기성 위주의 종신보험을 저축성기능처럼 오인하게 설명하거나 판매하는 상황을 목도할 수 있었다. 

 

 

▲ 지난 2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박람회 현장에서 어린이, 태아보험을 판매하는 보험 판매부스. [사진=메가경제]

 

일부 GA사의 경우,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대형보험사 이름으로 판매부스를 만들고 명함도 해당 보험사 이름으로 넣어 소비자를 유인했다. 우선 DB손해보험 판매부스 안에 있는 A영업인의 경우 명함을 살펴보니 위에는 'DB손해보험'이라고 써져 있고, 밑에는 작게나마 GA사 소속 이름이 써져 있었다. 

 

A영업인을 통해 어린이 태아보험을 상담해봤다, 부스 테이블 위에는 '교육저축'이라고 별도로 써진 플래카드가 놓여있었다. 그는 DB손보의 태아보험 상품인 유해지 일반형을 소개했다. 20년납 기준, 자녀가 30세가 되어 유지해 해지할 경우 80% 환급율로 보험지급금을 돌려드린다는 플랜을 제시했다. 

 

A영업인은 "가입자가 한 달에 10만원씩 20년 납입해서 보험료를 내면 2400만원인, 보험 납입 시점에서 끝나고 30세 시점으로 해지할 경우 1600만원 정도 되니 목돈을 돌려 받는다 식으로 생각하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심지어 "무해지상품이 3월에 사라지니까 가입하고 싶으면 빨리 가입하셔야 한다"며 절판마케팅을 부추기는 듯한 말도 덧붙였다. 

 

또 다른 GA사의 판매부스에 방문해봤다. 이 곳은 '7년납 목돈만들기 플랜·10년 순이자', '전액비과세' 등을 써 붙인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었다. 한 영업인에게 다가가자 그는 NH농협생명의 '마이초이스종신보험'상품을 소개하며 주력적으로 판매하는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B영업인은 "사망보장인 종신보험"이라고 간략하게 말 한 뒤, 목돈마련을 주 포인트로 설명을 이어갔다. 

 

해당 GA사 설계사는 "상품의 피보험자 변경 기능을 강조하면서 부모 명의로 직접 종신보험에 가입하고, 납입기준 10년 기준일 때 종신보험을 증여하면 증여세를 아낄 수 있다"며 제안했다.

 

심지어 이 곳은 보험가입자가 가입금액에 맞춰 상품권(30만원 가입할 경우), 50만원 일 경우 순금 한 돈을 사은품으로 준다고 하면서 고객을 유인하기도 했다. 어린이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설계사가 상품권, 유모차 등 고가의 사은품을 제공했을 경우 금융감독원은 불법 행위로 간주한다. 이러한 행위가 적발될 경우 금감원은 이를 현행법상 '특별이익 제공 금지' 위반으로 판단하고, 위규 행위자에 대해 법상 최대 수준의 제재도 부과할 수 있다. 

 

다른 GA사의 경우 '부모급여 아동수당'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고객을 유인하고 있었다. 아동수당은 임신할 때부터 국가에서 나오는 지원금인데 이를 마치 종신보험에 포함시켜 저축성 형식으로 설명하며 판매하고 있었다.

 

해당GA사는 작년 10월 금융지주계열 보험사 명함 사칭으로 종신보험을 저축성으로 판매한 바 있어 관련 금융지주사 계열사와 소송에 휩싸인 곳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매년 열리는 육아박람회, 웨딩박람회 등 다양한 박람회서 무해지 종신보험 또는 단기납종신보험 등을 저축성처럼 오인하게끔 판매하는 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사진=메가경제]

 

박람회 끝에는 "자녀학자금 1억"이라는 플래카드를 크게 내걸은 곳도 있었다. 이곳은 GA사가 아닌 동양생명 자체 부스였다. 동양생명 소속 설계사라고 소개한 한 영업인 역시 어린이보험(저해지 종신보험)을 저축성목적인 것처럼 판매했다. 영업인은 사망보험금에 대한 언급은 했지만 해지환급금을 강하게 어필하며 저축성으로 권했다. 그는 주요 대학등록금 사례가 담긴 자료를 제시하면서 마치 이벤트를 제공하듯 자녀등록금, 교육비 등을 장기적으로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것처럼 오인하도록 판매하는 식이었다. 

 

임신·육아 관련 박람회에서 태아보험이나 어린이보험 등 종신보험을 저축보험이나 교육보험인 것처럼 판매하는 행태는 비단 오늘 일만은 아니다. 대부분 이렇게 판매하는 행위를 하는 곳은 GA사 설계사 조직들이다. 

 

문제는 이처럼 매년 열리는 육아박람회, 웨딩박람회 등 다양한 박람회서 무해지 종신보험 또는 단기납종신보험 등을 저축성처럼 오인하게도록 판매하는 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이다. 금융당국의 박람회 현장 단속부족 및 안일한 대응이 이런 불법 영업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GA사가 원수사인 보험사보다 수가 많아 영업 관리에 어려움이 있지만, 불완전판매 '온상' 으로 떠오른 박람회의 경우 보험사들도 현장 관리감독은 필수로 보인다"라며 "금감원 역시 상품에 대한 담보나 한도 등에 대한 강한 규제에 몰입하기보다 현장영업 감독을 강화해 모니터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판매하는 박람회 영업현장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로 신고와 민원이 들어올 시 현장감독을 할 수 있는 지 등 절차로 넘어간다"며 "해당 사항에 대해 위반 사항 여지가 커 보여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문혜원 문혜원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오늘의 이슈

포토뉴스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