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강혜명·오희진·이다미 '3명의 안나볼레나' 이젠 '고막여친' 됐다

문화 / 민병무 기자 / 2021-08-04 18:07:23
라벨라오페라단 ‘오페라 하이라이트 콘서트’ 성황
이재식·이현재·석상근 등 19명 출연 감동 선사

한 명이 아니고 세 명의 안나 볼레나가 무대에 올랐다. 지난 2015년 국내 초연된 도니제티 오페라 ‘안나 볼레나’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강혜명, 그리고 올해 5월 6년 만에 다시 공연된 ‘안나 볼레나’에서 주인공을 열연한 오희진과 이다미 등이 아리아 배틀을 벌였다.

‘고막 여친’ 세 사람이 쏟아내는 노래는 감동의 분수가 되어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냈다.

 

▲ 테너 이재식, 소프라노 강혜명, 소프라노 김효주, 바리톤 석상근(왼쪽부터)이 라벨라오페라단의 ‘오페라 하이라이트 콘서트Ⅱ’에서 ‘라보엠’에 나오는 4중창을 부른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라벨라오페라단 제공]

 

강혜명은 벨칸토 오페라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곡 중 하나인 벨리니 ‘노르마’의 ‘Casta Diva(정결한 여신)’를 불렀다. 신탁을 받기 위해 달에게 기도를 바치는 여사제의 경건한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냈다. 그리고 푸치니 ‘라보엠’의 ‘Mi chiamano Mimi(내 이름은 미미)’에서는 썸을 타는 로돌프에게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은 사랑과 봄, 꿈과 환상을 표현하는 ‘시’라며 살포시 속내를 드러내는 여인이 되기도 했다.

오희진은 ‘안나 볼레나’에 흐르는 ‘Al dolce guidami(내가 태어난 아름다운 성으로)’를 들려줬다. 간통죄를 뒤집어 쓴 뒤 사형이 확정되자 정신착란에 빠진 비련의 왕비가 토해내는 절규는 절절했다.

이다미는 수년간 수도원 동굴 속에 숨어 살며 신에게 마음의 평화를 달라고 간청하는 베르디 ‘운명의 힘’의 ‘Pace, pace mio Dio(신이여 평화를 주옵소서)’에서 애절한 마음을 선보였다.

 

▲ 소프라노 강혜명이 라벨라오페라단의 ‘오페라 하이라이트 콘서트Ⅱ’에서 ‘노르마’에 나오는 아리아 ‘정결한 여신’을 부르고 있다. [사진=라벨라오페라단 제공]


‘역시 라벨라오페라단’이라는 이름값을 그대로 증명했다. 지난 31일(토)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한 라벨라오페라단의 ‘오페라 하이라이트 콘서트Ⅱ : 이탈리아 오페라의 정수’는 코로나19 때문에 우울한 관객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선사했다.

강혜명·오희진·이다미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성악가 19명이 출연했다. 거기에 더해 지휘자 양진모가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춰 퍼펙트 연주를 들려줬고, 연출 안주은의 빈틈없는 무대 구성도 빛을 발했다. 메조소프라노 여정윤은 사회를 맡아 깜끔한 진행을 이끌었다.

 

▲ 라벨라오페라단의 ‘오페라 하이라이트 콘서트Ⅱ’ 출연자들이 ‘투란도트’에 나오는 ‘아무도 잠들지 마라’를 합창하고 있다. [사진=라벨라오페라단 제공]

콘서트 오프닝곡과 피날레곡이 전하는 메시지는 강렬하고도 묵직했다. 베르디 ‘운명의 힘’ 서곡을 통해서는 비록 팬데믹 상황이지만 ‘음악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오페라인들의 운명적 소망을 대변했다. 또한 푸치니 ‘투란도트’의 ‘Nessun dorma(아무도 잠들지 말라)’를 출연자 모두가 합창으로 부를 땐 지금의 고난과 싸워 반드시 이기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읽혀졌다.

 

테너 이재식은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의 ‘Di quella pira(타오르는 불길이여)’에서 파워 보이스를 과시했고, 테너 이현재는 푸치니 ‘라보엠’의 ‘Che gelida manina(그대의 찬손)’에서 아름다운 미성으로 여심을 저격했다.

바리톤 석상근은 친구와 아내의 배신에 치를 떨며 복수를 다짐하는 베르디 ‘가면 무도회’의 ‘Eri tu(너였구나! 내 명예를 더럽힌 자가)’를 불렀고, 베이스바리톤 우경식은 보스의 화려한 여성 편력을 고자질하는 모차르트 ‘존 조반니’의 ‘Madamina, il catalogo e questo(카탈로그의 노래)’를 멋지게 소화했다.

이밖에도 소프라노 김효주·고민진·서지혜·김연수·최영신·홍선진, 메조소프라노 신성희·여정윤, 테너 권희성·원유대, 바리톤 우범식, 베이스바리톤 양석진 등이 듀엣과 중창 등을 선보이며 후끈 분위기를 달궜다.

 

▲ 브릴란떼 어린이 합창단이 풍선을 들고 키즈 오페라 ‘푸푸 아일랜드’의 메인 테마송인 ‘푸푸송’을 부르고 있다. [사진=라벨라오페라단 제공]

천사들의 합창도 눈길을 끌었다. 브릴란떼 어린이 합창단이 풍선을 들고 키즈 오페라 ‘푸푸 아일랜드’의 메인 테마송인 ‘푸푸송’을 들려줬고, 비제 ‘카르멘’에 나오는 ‘Coro dei Monelli(교대하는 병정들)’에서는 귀엽고 앙증맞은 발동작까지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푸푸 아일랜드’는 오는 8월 27일부터 9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지난해에 이어 다시 공연된다.

한편 이번 ‘오페라 하이라이트 콘서트Ⅱ’는 대한민국 최초 오페라 다큐멘터리인 ‘오페라도 즐거워’에도 담긴다. 이 다큐멘터리는 오페라 저변 확대를 위해 제작되고 있는 프로젝트로 내년에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메가경제=민병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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