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이슈분석 <상>] 금메달 3개에 가려진 한국 양궁의 땀…기록은 여전히 세계 정상급

스포츠 / 박선영 기자 / 2026-10-08 17: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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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종목 중 9개 메달·신기록 잇따라…선수들 경기력은 정상권 유지
정의선 양궁협회장 현장 지원…전용주 실업양궁연맹 회장도 선수층 뒷받침

[메가경제=박선영 기자]「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양궁은 금메달 3개를 포함해 10개 세부 종목 중 9개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 수는 과거 대회보다 줄었지만, 여러 종목에서 입상하며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을 보여줬다. 경쟁국들의 기량이 높아지는 가운데 금메달 숫자만으로 한국 양궁의 현주소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할까. 


이번 기획은 대회 성적뿐 아니라 선수들의 준비 과정과 실제 경기 기록, 협회의 지원 체계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마련했다. 두 차례에 걸쳐 한국 양궁의 경쟁력과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를 짚는다. 먼저 국가대표 선발 과정과 선수들의 훈련, 대한양궁협회와 한국실업양궁연맹의 지원 활동을 살펴본다. 이어 인도를 비롯한 경쟁국의 성장과 달라진 국제 양궁 판도를 분석하고, 2028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을 앞둔 한국 양궁의 과제를 짚는다.」


▲ 지난 2일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다목적광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양궁 리커브 남자 단체전 대한민국과 인도의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김우진, 이우석, 김제덕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 금메달은 줄었지만…10개 종목 중 9개 시상대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에 그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2002 부산 대회 이후 가장 적은 금메달에 여자 리커브는 아시안게임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그러나 세부 기록을 살펴보면 한국 양궁의 경기력이 전반적으로 무너졌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10개 종목 가운데 9개에서 메달을 획득했고, 여러 종목에서 예선과 본선 평균 기록 1위를 차지했다. 아시안게임 신기록도 잇따랐다.

8일 양궁계 등에 따르면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를 획득했다. 당초 목표했던 금메달 5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리커브와 컴파운드 전반에서 메달권 경쟁을 이어갔다.

리커브 남자 단체전에서는 김우진·이우석·김제덕이 정상에 올랐다. 이우석은 남자 개인전까지 제패하며 2관왕을 차지했고, 컴파운드 남자 개인전에서는 김종호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리커브의 금메달 획득 실패는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나 경기 결과와 별개로 선수들이 보여준 기록은 여전히 아시아 정상권이었다.

대한양궁협회가 제공한 기록 분석 자료에 따르면 한국 남자 리커브 단체는 예선에서 2064점을 기록해 전체 1위에 올랐다. 인도는 2039점으로 2위였다. 본선 평균에서도 한국은 56.92점으로 인도의 55.83점을 앞섰고 최종 금메달까지 차지했다. 여자 리커브 단체 역시 예선에서 한국이 2040점으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인도는 1962점으로 6위였다. 본선 평균에서도 한국은 54.64점으로 인도의 54.38점보다 높았다.

하지만 결승에서는 인도가 승리했다. 한국이 대회 전반에서 높은 기록을 유지하고도 결정적인 승부에서 금메달을 놓친 것이다. 이는 한국 양궁의 경기력 자체가 크게 떨어졌다기보다 높은 기록을 실제 승리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보완할 부분이 있음을 보여준다.

◇ 강채영·김제덕 등 정상급 기록…신기록으로 저력 입증

개인전에서도 한국 선수들은 상위권에 포진했다. 남자 리커브에서는 김제덕이 예선 693점으로 2위, 이우석이 687점으로 4위에 올랐다. 인도의 디라지 보마데바라가 698점으로 예선 1위를 기록했지만 본선 평균에서는 이우석이 28.59점으로 디라지의 28.33점을 앞섰다. 김제덕은 본선 평균 28.63점으로 기록 순위 1위에 올랐고 이우석은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했다.

여자 리커브에서도 강채영이 예선 695점으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오예진은 예선 678점에 이어 본선 평균 29.22점으로 기록 순위 1위에 올랐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 선수들의 아시안게임 신기록이 잇따랐다. 강채영은 여자 리커브 개인 720라운드에서 685점을 기록해 종전 681점을 넘어섰다. 남자 리커브 단체에서는 김우진·이우석·김제덕이 2064점을 합작해 기존 2048점을 경신했다.

여자 단체에서도 강채영·이윤지·오예진이 2040점으로 종전 2038점을 넘어섰다. 강채영·김제덕이 출전한 리커브 혼성단체 역시 1378점으로 기존 1368점을 갈아치웠다.

컴파운드에서도 기록 경신이 이어졌다. 최용희·박정윤은 혼성단체 팀매치에서 160점(X-11)을 기록했고, 강연서는 18세 이하(U18) 여자 개인 15발에서 150점(X-6), 720라운드에서 701점을 쐈다. 최용희·최은규·김종호가 나선 남자 단체 24발에서도 239점의 아시안게임 신기록이 나왔다.

이러한 기록은 금메달 3개라는 결과만으로 한국 양궁의 경쟁력을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선수들의 기량과 기본적인 경기력은 여전히 정상급이라는 점이 수치로 확인됐다.

◇ 올림픽 3관왕도 탈락…대표 선발부터 치열한 경쟁

대표 선발 과정도 주목할 부분이다. 한국 양궁은 과거 국제대회 성적이나 선수의 이름값보다 당해 선발전 결과를 중시하는 방식으로 국가대표를 선발한다. 세계 정상급 선수라도 선발전에서 밀리면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2024 파리올림픽 여자 양궁 3관왕 임시현이 여자 리커브 국가대표 선발 경쟁에서 탈락했다. 올림픽 정상에 올랐던 선수조차 다시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할 만큼 대표팀 진입 문턱이 높았다.

국가대표 선발 이후에도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놓고 경쟁이 이어졌다. 최종 출전 선수들은 국내외 대회와 반복적인 실전 훈련을 통해 경기력을 점검했다.

대한양궁협회는 지난 7월 20일부터 24일까지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비 스페셜 매치'를 진행했다.

단순한 자체 평가전이 아니었다. 실제 아시안게임 경기 환경을 최대한 재현해 선수들의 현장 적응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진천 양궁장에는 대회 공식 디자인을 적용하고 표적 뒤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과 발사대, 선수 입장구 등을 설치했다.

선수 소개와 경기 안내는 영어와 일본어로 진행했고 관중의 박수와 환호 등 경기 집중력을 흔들 수 있는 소음까지 구현했다. 선수들은 개인전 토너먼트와 남녀 단체전, 혼성 단체전을 실제 국제대회 방식에 맞춰 반복했다.

대회에 앞서 열린 현대 양궁 월드컵 4차 대회에서도 한국은 금메달 2개와 동메달 3개를 획득해 종합 1위에 올랐다.

이처럼 대표 선발부터 실전훈련까지 체계적인 준비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를 선수들의 노력 부족이나 선발 방식의 실패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 정의선 협회장 현장 응원…숙박·식사·훈련 환경까지 지원

대한양궁협회의 지원도 선수들의 경기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협회와 현대자동차그룹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현지 경기 환경을 점검하고 선수들이 경기 외적인 문제에 신경 쓰지 않도록 지원체계를 마련했다.

지원 범위는 훈련시설뿐 아니라 숙박과 식사, 휴식 등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까지 이어졌다.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도 일본 현장을 찾아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격려했다. 정 회장은 선수들에게 그동안 준비한 자신을 믿고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결과와 관계없이 선수단을 응원했다.

한국 양궁이 국제무대에서 오랫동안 경쟁력을 유지해 온 배경에는 선수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국가대표 선발과 훈련, 국제대회 지원으로 이어지는 체계가 자리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러한 지원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금메달 감소를 곧바로 협회의 지원 부족으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 전용주 실업양궁연맹 회장, 국내 선수층 유지 뒷받침

국가대표 경기력을 떠받치는 또 하나의 축은 국내 실업양궁이다. 전용주 한국실업양궁연맹 회장은 국내 대회 운영과 선수 지원을 통해 실업선수들이 지속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업양궁연맹은 회장기 대회 등을 개최해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실전 감각을 유지하고 정상급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김우진(청주시청), 이우석(코오롱), 김제덕(예천군청), 강채영·이윤지(현대모비스), 오예진(광주은행), 김종호(현대제철) 등도 실업팀을 기반으로 훈련과 국제대회 출전을 이어왔다.

선수들은 태극마크를 달기 전부터 소속팀에서 훈련하고 국내 대회에서 경쟁한다. 이러한 과정이 국가대표 선발전으로 이어지고 국제대회 경기력의 토대가 되는 구조다.

전용주 회장을 비롯한 한국실업양궁연맹 회장단은 지난 7월 진천국가대표선수촌을 방문해 아시안게임 대비 스페셜 매치를 참관하고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격려했다.

선수단에는 격려금과 물품도 전달했다. 국가대표뿐 아니라 실업선수들이 지속적으로 훈련하고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는 것은 한국 양궁의 두꺼운 선수층을 뒷받침하는 기반이다.

◇ 결과에 대한 평가와 선수들의 준비 과정은 구분해야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양궁이 목표했던 금메달 5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자 리커브가 처음으로 금메달 없이 대회를 마친 점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10개 종목 가운데 9개에서 메달을 획득했고 여러 종목에서 경쟁국을 앞서는 기록과 신기록을 작성했다는 사실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림픽 3관왕도 탈락하는 치열한 선발전과 실제 경기장을 재현한 반복 훈련, 협회와 실업양궁계의 지원을 거쳐 대회에 나섰다는 점에서 선수들의 준비 과정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한국 양궁이 이번 대회에서 확인한 것은 성적에 대한 아쉬움과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정상급 경기력이다.

금메달 숫자만으로 선수들의 노력을 평가하기보다 높은 경기력을 어떻게 결정적인 승리로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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