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일부 쟁점 충분히 소명하지 못해 아쉽다”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가습기 살균제 리스크’가 현실화 됐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 무죄를 뒤집고 양사의 유죄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양사는 천문학적인 배상안과 비도덕적 기업이란 낙인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 SK케미칼은 이번 재판과 관련해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일부 쟁점들을 충분히 소명 못한 것에 유감을 표명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는 11일 독성 화학물질인 CMIT와 MIT 등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판매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 홍지호·애경산업 안용찬 전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 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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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환경노출확인 피해자연합,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등 관계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인근에서 이날 예정된 가습기살균제 2심 선고를 치를 SK케미칼과 애경산업 관계자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홍 전 대표 등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CMIT·MIT 성분으로 가습기 살균제인 ‘가습기메이트’ 등을 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객관적·과학적 방법으로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내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어떠한 안전성 검사도 하지 않은 채 판매를 결정해 업무상 과실이 모두 인정된다"며 판결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5600여명의 피해자 중 1200여명이 숨졌다.
지난해 4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는 피해자 7000여명에게 최대 9240억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최종 조정안을 내놨다.
세부적으로 생존 피해자의 경우, 연령이나 피해등급 등에 따라 2500만~5억3500만원, 사망피해자는 나이에 따라 2억~4억원의 유족지원금을 받는다. 피해가 인정되지 않는 단순 노출확인자도 300만 원을 받도록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피해보상에 대입해 산출할 경우 양사는 수백액원 단위의 천문학적인 피해보상금을 지급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피해자 분들 정말 너무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계신다. 정신적 보상은 받을 수 없겠지만 경제적 보상이라도 꼭 받으시길", "당연한 결과인데 너무 오랜시간이 걸렸다", "이게 공정과 상식이지", "자국민이 천이백명이나 죽었는데 업체 대표가 1심 무죄 받았다는게 가당키나 하나" 등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전문경영인 뿐만 아닌 실질적인 지배자인 최대주주에게까지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의 시민은 “향후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월급사장 말고도 오너 일가까지 처벌 받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SK케미칼의 최대주주인 최창원 SK수펙스협의회 의장, 애경산업의 총수일가인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 그리고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등이 도의적인 배상 책임을 져야 햔다고 촉구하고 있다.
송운학 공익감시민권회의 대표는 "도의적 정치적 또는 배상의 책임은 주식회사에 있다. 최창원 의장은 2007년부터 SK케미탈을 이끌었고 또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고 메가경제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SK케미칼은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 단 재판 과정에서 일부 쟁점들에 대해 충분히 소명하지 못한 점은 아쉽게 생각하며, 이번 건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러운 심경이다"는 입장을 전했다.
SK케미칼은 이어 "법적 절차와는 별개로 피해자분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메가경제는 애경산업을 상대로 이번 재판에 대한 입장을 들으려 시도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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