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신고 시스템 '헬프라인' 도입 등 내부 견제 고삐
기업금융 재건 목표는 추진하되 조직안정화 꾀 전략
지난해 4분기 순이익 '3조 클럽'입성…수익성 발굴 박차
[메가경제=문혜원 기자] 올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수장들이 새로 교체됐다. 이번에는 예상치 못한 파격적인 인사쇄신이 이뤄지면서 이들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해에는 금융사고 사건이 많은 만큼 은행장들은 내부통제에 고삐를 죄며 신뢰회복 청사진을 걸었다. 을사년을 맞아 새 은행장들의 신년 경영전략회의 통해 발표한 중점과제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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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완 우리은행장이 내부통제 위기 회복에 힘을 쓰며 실용성 중심 경영행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제공] |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연이은 금융사고로 인한 어수선한 상황에서 새로 리더자리로 올라 내부통제 면에서 내실을 다지는 등 조직쇄신에 열을 다하고 있다. 올해 취임하면서 '신뢰 회복'을 강조한 만큼 실용적 리더십을 발휘할 인물로도 주목받고 있다.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으로 타격을 입은 은행 이미지를 복구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니 만큼 올해는 영업 강화보다 내부통제 쇄신에 집중하며 안정적인 조직기반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2년차' 부행장 →젊은 세대교체형 은행장 '주목'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5대 은행장에서도 가장 젊은 나이로, 파격 교체된 은행장으로 꼽힌다. 그는 1968년생으로, 전임자인 조병규 전 행장보다도 3살 어리다. 5대 은행 수장 가운데서도 가장 나이가 젊다.
정 은행장은 임원(부행장)에 오른 지 1년밖에 안된 상황에서 차기 은행장 경쟁에서 지목됐다. 정 은행장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는 점도 부각됐지만. 무엇보다 기업금융 그룹장이란 면에서 우리금융의 '기업금융'재건 목표와 걸 맞는 리더로도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 은행장은 우리금융그룹의 손태승 전 회장에 대한 부당대출로 촉발된 리스크를 안고 우리은행 수장자리로 올라서면서 혼란한 상황을 봉합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는 내부통제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포지션을 내보이고 있지만. 동시에 기업금융 명가 '수행'에 맞는 실적 개선 등 무거운 과제를 맡게 됐다.
정 은행장은 국내외 영업 현장을 두루 경험한 '영업통'으로도 정평이 났다. 그는 1987년 포항제철고등학교와 1991년 경북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1995년 한일은행으로 입행했다. 이후 우리아메리카은행(현지법인) 부장, 종로3가지점장, 기관영업전략부장, 중소기업전략부장, 삼성동금융센터장, 테헤란로금융센터 본부장, 본점영업부 본부장을 거쳐 현재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맡았다.
중소기업금융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탁월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뛰어난 전략 마인드와 추진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형식에 얽매이기보다는 업무 효율과 진정성 있는 소통을 중시하는 실용형, 현장형 리더라는 평도 받았다.
자추위는 정 행장을 추천당시 "최근 불거진 내부통제 이슈 등을 감안해 조직 쇄신과 세대 교체에 주안점을 두고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최종 적임자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금융권 안팎에선 정 행장의 현장형 중심, 실용성 리더십이 우리은행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 행장의 꾸준한 성실함을 바탕으로 한 현장 경험이 직원들과의 소통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정 행장의 중소기업 금융 분야에서의 전문성은 우리은행에 꼭 필요한 원동력이 되므로 향후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뢰 회복'으로 '진짜 내부통제' 개혁 드라이브
정 행장은 지난달 취임 이후 임기를 막 시작하면서 막중한 경영업무에 대한 전반적으로 책임감을 가지게 됐다. 작년부터 불거진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가 올해 상반기에도 추가로 금융감독원이 발표하면서 뭇매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 행장은 외형성장보다 내실 성장에 다지기로 선언했다. 최근 우리은행은 윤리경영실을 신설하고 검사 출신 외부 법률전문가인 이동수 변호사를 영입해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높였다. 여기에 외부 전문업체 '레드휘슬'의 익명 신고 시스템 '헬프라인'을 도입하며 내부 견제 시스템을 한층 강화했다.
익명신고 시스템 '헬프라인'이라는 제도는 은행 직원이 해당 채널을 이용해 아이피(IP) 추적이나 신원 노출에 대한 걱정 없이 내부 비위 등을 검사본부 소속 담당자에게 전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더불어 검사본부도 이 채널을 통해 익명의 신고자에게 처리 결과 등을 통지할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자체 신고 채널은 직원들이 익명성 보장을 의심해 이용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며 "내부자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외부 업체가 운영하는 채널을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우리은행은 내부통제전문역이란 직책을 조만간 신설한다. 내부통제전문역은 본점 영업조직의 실질적 내부통제 활동을 전담한다. 지금까지 영업점에서 자체적으로 수행되던 정기검사를 내부통제전문역이 제3자로서 수행해 감사의 실효성과 전문성을 높이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정 행장은 지난달 취임 일성으로 가장 먼저 '신뢰'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진짜 내부통제'가 되어야만 신뢰가 두터워질 수 있다"며 "직원들이 불필요한 업무는 줄이고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시간과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시스템과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 행장은 앞서 1월 조직개편에서 이러한 약속을 실현해보였다. 먼저 리스크관리그룹 산하 여신감리부를 여신감리본부로 확대하고, 여신리뷰팀 관할을 본부(본점), 영업점, 국외 등으로 세분화해 역할을 강화했다. 또 준법감시인 산하에는 자금세탁방지본부를 만들었고 준법감시실 내에 책무관리팀을 신설해 본부조직 내부통제를 점검하도록 했다.
아울러 '혁신경영 태스크포스팀(TFT)'도 본격 가동했다. 은행 경영기획그룹 산하의 이 TFT는 성과평가 혁신팀, 퇴직 인력 역량 활용팀, 정보기술(IT)·디지털 체계 고도화 팀 등 3개 팀으로 구성됐다.
이중 성과평가 혁신팀은 6개월마다 반복했던 직원 상대평가를 폐지하고 절대평가를 도입해 핵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가고 있다. 단기 실적에 집착하다 보면 내부통제 규정이 무시될 위험이 있다는 정 행장의 평소 지론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행장은 또한 영업점 현장을 직접 방문해 금고 단속에 나서는 제도도 만들었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은 영업현장 내부통제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지점장이 직접 금고 관리에 참여하기로 했다. 일상적인 금고 업무부터 지점장이 직접 점검함으로써 내부통제를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정 행장은 지난해 11월29일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로 선정됐을 당시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로 실추된 은행 신뢰 회복을 위해 내부통제의 전면적 혁신과 기업문화의 재정비에 우선적 목표를 두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내부통제를 강화하려면 '불필요한 업무의 축소'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 행장의 실용적 사고가 작동한 것으로 꼭 필요한 업무에 집중하고 남은 시간은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시간과 마음가짐'으로 신뢰를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 행장은 행장 후보 시절 "내부통제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현장에서 과부하를 줄이고 내부 통제에 집중할 시간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기업금융 명가 재건'목표 추진 그대로…수익성 개선 과제
정 행장은 전면적으로 조직쇄신을 통해 내부통제 회복에 우선적으로 경영업무를 추진하고 있지만 '기업금융 강화'의 담금질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다 21.3% 늘었지만, 타 경쟁사 보다 아직 뒤처지고 있는 수준이어서 글로벌 확장 및 신사업에 대한 수익성 발굴은 절실하다.
수익성의 대표 지표인 지난해 3분기 우리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1.40%로 1분기(1.50%) 이후 하락하는 추세다. 우리금융 측은 금리인하에 대비해 원화핵심예금 증대와 비은행 자회사 조달비용 감축을 추진하며 NIM 하방 압력에 적극 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은행 지난해 4분기 실적은 3조394억원으로 전년 대비 21.3% 증가했다. 실적은 개선됐지만, 여전히 다른 시중은행들과의 순이익 격차는 큰 셈이다. 같은 기간 다른 시중은행의 순이익은 ▲신한은행 3조6954억원 ▲하나은행 3조3564억원 ▲KB국민은행 3조2518억원 등이다.
정 행장은 지난 경험을 통한 노하우를 살려 ‘기업금융 명가 재건’ 등 영업력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정 행장은 지난달 취임 한 이후 첫 행보로 서울 중구 회현동 남대문시장상인회를 방문해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청취하고 은행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중소기업그룹장으로 재임하며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스마트카드결제 단말기 지원, 주말 시장 방문 고객에 본점 및 인근 지점 주차장 개방 등을 추진했다.
우리은행은 수출입기업을 대상으로 총 5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에도 앞장섰다. '경영안정 특별지원' 명목으로 회사당 최대 5억원까지 유동성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아울러 중소기업 특화 채널인 '비즈프라임 센터'를 현행 10곳에서 점차 늘려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작년에만 전국에 7곳의 센터를 개소한 바 있다.
현재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규모는 191조원으로 KB국민은행(186조원)을 앞서고 있다. 대기업(54조8000억원)보다 중소기업(136조원)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는 그의 성장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정 행장은 "우리은행 모태가 조선 상인을 위한 은행"이라고 운을 뗀 뒤 "우리나라처럼 수출입을 많이 하고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는 수출, 수입 쪽으로 강력하게 가야 한다"면서 "기업금융, 그리고 지금 힘들어하시는 개인사업자 쪽으로 모든 직원들이 중점을 두고 가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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