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 주관사도 짭잘..."누가 이기든 승자의 저주"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 간 경영권 분쟁으로 금융·투자사들이 최대 2500억원에이르는 이자수익을 거둘것으로 예측된다. 증권사들은 공개매수에 따른 주관수수료를 비롯해 이들에게 자금 대출을 통해 이자수익도 거둘 것으로 보인다.
8일 업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고려아연·영풍정밀 공개매수에 나선 MBK파트너스·영풍은 2조5141억원, 고려아연 측이 3조955억원의 직간접적인 총합 5조5000억원가량을 차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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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각 사 제공] |
여기서 발생하는 이자 비용만 고려아연과 우군인 베인캐피탈, 제리코파트너스의 이자 비용은 1809억원, MBK파트너스는 700억원의 이자가 발생해 도합 250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영풍정밀 주식까지 더하면 영풍-MBK는 2064억원, 고려아연은 1183억원의 추가 자금이 투입된다. 영풍과 MBK, 고려아연은 증권사와 사모펀드, 은행들에게 필요 자금을 차입해 공개매수 자금을 충당할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은 영풍과 MBK의 딜 요청을 주관하면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영풍·MBK가 주당 공개매수가를 83만원으로 올리면서 1조5785억원을 연 5.7%로 9개월간 빌려주기로 했다. 만기 시 675억원, 만기가 연장되면 연 900억원에 가까운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또 공개매수 수수료 33억원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여기에 NH투자증권은 영풍·MBK 측의 영풍정밀 공개매수도 주관하고 있다. 주관수수료 11억원과 1365억원 차입금에 대한 이자수익으로 9개월 만기 시 58억원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IB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이 이번 딜을 통해 1000억원이 훌쩍 넘는 수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고려아연 백기사로 나선 베인캐피탈에 3437억원을 연 5.7%로 9개월간 빌려주기로 했다. 9개월 만기 시 147억원, 1년 기준으로는 196억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고려아연이 지난해부터 세 차례 공시한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도 맺고 있는 상태다.
미래에셋증권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주관을 맡으면서 주관수수료 23억원을 챙긴다. 메리츠증권은 고려아연에 1조원을 연 6.5% 금리로 빌려주면서 약 650억원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증권도 고려아연 측의 영풍정밀 주식 공개매수를 주관하면서 처음으로 공개매수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하나증권은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9900만원의 수수료와 약 25억원의 이자수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이자는 만기가 연장될 경우 연간 67억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
공개매수가 상향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의 차입금 조달 규모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공개매수 경쟁이 한층 격화되면 차입금 조달도 늘면서 증권사들의 이자수입도 한층 불어날 전망이다.
이렇듯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 간 경영권 분쟁이 5조원에 육박하는 ‘쩐의 전쟁’으로 격화하면서 이자수익을 챙기는 금융사 외에 누가 이기든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수·합병(M&A) 시장 전문가는 "(경영권 확보에) 고려아연은 차입금 증가로 재무구조 악화가 불보듯 하고 미래 사업 투자 여력은 줄어들 수 밖에 없고, MBK로써는 투자금 회수(엑시트)과정에서 수익금 축소가 불가피한 구조"라며 "누가 이기든 상당한 내상을 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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