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사실상 해체 수순…정책은 기재부로, 감독은 금감위로 이관 추진

금융 / 윤중현 기자 / 2025-08-03 16:07:48
국정기획위 개편안 대통령실에 보고
위헌 소지·정책-감독 분리 가능성 등 쟁점 부각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국정기획위원회가 금융위원회의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과 통합해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직 개편안을 대통령실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금융위는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평가된다.

 

3일 정부 및 금융권에 따르면, 국정위는 최근 금융위의 금융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조직 개편안을 대통령실에 보고했다. 금융위가 주도한 6·27 대출 규제 조치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금융위 존치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국정위가 마련한 개편안 원안은 변함없이 유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연합뉴스]

 

국정위는 이달 14일 공식 활동을 종료할 예정이며, 개편안은 대통령실의 최종 검토를 거쳐 이달 중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대통령실이 다른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막판 쟁점으로는 ▲민간기관에 감독권을 위임하는 데 따른 위헌 소지 ▲정책과 감독 기능의 현실적 분리 가능성 등이 부각되고 있다.

 

우선 금융감독 권한을 민간기구에 부여하는 방안의 적절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다.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려면 독립적인 민간 금융감독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정부 및 학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방식이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실제로 법제처는 2017년 국무조정실·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과 함께한 정부입법정책실무협의회에서, 금융감독 권한을 금감원(민간기관)에 포괄적으로 부여하는 법안은 헌법 제66조 제4항 및 정부조직법 제6조에 위배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바 있다.

 

당시 논의는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금융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이관하고, 금감원에 감독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금융위원회 설치법 및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촉발됐다. 법제처는 금융사에 대한 제재, 인허가 등 고도의 행정 재량이 필요한 업무는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행정기관이 직접 수행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반면, 특별법을 통해 공법인인 금감원에 행정권을 직접 부여하는 경우에는 위헌이 아니라는 견해도 존재한다. 이미 금감원이 금융사 임직원 제재 등 침익적 행정행위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법률상 권한 부여를 통해 합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책과 감독 기능의 분리 가능성도 논쟁 대상이다. 산업 진흥과 건전성 감독이 분리돼야 정책 추진에 대한 견제가 가능하다는 입장과 함께, 두 기능이 본질적으로 밀접하게 연계돼 있어 분리 자체가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정책의 일관성을 해칠 수 있다는 반론도 팽팽하다.

 

설령 이번 조직 개편안이 확정되더라도 실제 금융위 해체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여러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금융위원회 설치법뿐만 아니라 정부조직법, 은행법 등 관련 법률을 ‘패키지’로 개정해야 하며, 개편 작업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른 행정·정치적 비용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금융위 설치법에서는 금융정책 기능 삭제와 함께 명칭을 ‘금융감독위원회’로 변경하는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하며, 은행법 역시 금융위의 금융정책 관련 권한 조항을 삭제하거나 조정하고, 감독 체계를 새로운 감독기관 및 소비자보호기구 체계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

 

법 개정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관인데, 위원장이 야당 소속인 만큼 정치적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조직 개편안에는 금융감독원 산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별도의 ‘금융소비자보호원(소보원)’을 신설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감독 및 검사 중심으로 운영돼 온 금감원이 소비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반영해, 해당 기능을 전담하는 독립 기관을 별도로 두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금감원 내부에서는 소보원이 감독권 없이 운영될 경우 실효성이 낮은 분쟁 처리 기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비자 보호 업무의 실질 강화를 위해서는 검사권 보장이나 감독기구와의 인사 교류가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실무진에서 개편에 대한 우려를 여러 차례 전달했지만, 사실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조직 내부에선 허탈감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오늘의 이슈

포토뉴스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