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北 실질적 비핵화 상응 "담대한 구상" 제안...한일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계승"

정치 / 류수근 기자 / 2022-08-15 16:03:26
"北, 실질적 비핵화 전환한다면 대규모 식량·인프라 지원 등 단계별 제공"
"독립운동은 끊임없는 자유 추구 과정"...13분 분량에 '자유' 33번 언급
'3·1 독립선언·임시정부 헌장' 거론 "전체주의 국가 위한 독립운동 결코 아냐"
'공산세력 맞선 자유민주주의' 강조하며 "세계시민과 연대" 언급

윤석열 대통령이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전환 단계에 맞춘 ‘담대한 구상’의 구체적인 얼개를 밝혔다.

일본에 대해선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며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하겠다“고 말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1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전 세계의 지속 가능한 평화에 필수적인 것”이라며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지금 이 자리에서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담대한 구상’의 구체 방안으로 ▲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 국제 교역을 위한 항만과 공항의 현대화 프로젝트, ▲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 프로그램, ▲ 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 ▲ 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 등을 열거했다.

이날 제시한 ‘담대한 구상’은 지난 5월 10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밝힌 ‘담대한 계획’의 얼개를 제시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담대한 구상’의 구체 방안들은 국제적 고립과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에게는 하나같이 긴요한 분야들이다. 이같은 대북 경제협력 방안들을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단계별로 제공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와 관련해서는 “과거 우리의 자유를 되찾고 지키기 위해서 정치적 지배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대상이었던 일본은 이제,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일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며 “한일관계의 포괄적 미래상을 제시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하여 한일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 정부와 국민이 서로 존중하면서 경제, 안보, 사회, 문화에 걸친 폭넓은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고(故) 윤도중 지사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한 뒤 딸 윤추자씨에게 훈장증을 수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항일 독립운동에 대해서는 “3.1 독립선언과 상해 임시정부 헌장, 그리고 매헌 윤봉길 선생의 독립 정신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나라를 세우기 위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전체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은 결코 아니었다”며 “ 일제 강점기 시절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를 비롯해 모든 국민이 함께 힘써온 독립운동은 1945년 바로 오늘, 광복의 결실을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독립운동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그 이후 공산 세력에 맞서 자유국가를 건국하는 과정, 자유민주주의의 토대인 경제성장과 산업화를 이루는 과정,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과정을 통해 계속되어왔고 현재도 진행 중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를 찾기 위해 시작된 독립운동은 진정한 자유의 기초가 되는 경제적 토대와 제도적 민주주의의 구축으로 이어졌다”며 “이제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해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대하는 것으로 계승되고 발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광복절인 오늘 우리는 과거에서 미래를 관통하는 독립운동의 세계사적 의미를 다시 새겨야 한다”며 “역사적 시기마다 우리의 독립운동은 그 성격과 시대적 사명을 달리하며 진행돼온 역동적인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자유를 찾고, 자유를 지키고 자유를 확대하고, 또 세계시민과 연대하여 자유에 대한 새로운 위협과 싸우며 세계 평화와 번영을 이뤄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할 민족 역량을 키워내기 위해 국내외에서 교육과 문화 사업에 매진하신 분들, 공산 침략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신 분들, 진정한 자유의 경제적 토대를 만들기 위해 땀 흘리신 산업의 역군과 지도자들, 제도적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희생과 헌신을 해오신 분들이 자유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만든 위대한 독립운동가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건전한 재정 운용 방향과 민생경제 기조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공적 부문의 긴축과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을 최대한 건전하게 운용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확보된 재정 여력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데 쓰겠다”고 밝혔다.

또 “경제적 문화적 기초를 서민과 사회적 약자에게 보장하는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연대의 핵심”이라며 긴축재정으로 확보된 재정 여력을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두텁게 지원하는 데 투입하겠다는 기조도 재확인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기초생활보장 강화, 장애인 돌봄서비스 보강, 보호시설 청년자립 지원 등을 강화하며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밝혔다.

주거대책과 관련해서는 “수요 공급을 왜곡시키는 각종 규제를 합리화해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거 복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했다.

최근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 피해와 관련해서는 “재난은 늘 서민과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피해와 고통으로 다가온다”며 “더 세심하고 철저하게 챙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신속한 일상 회복을 위해 피해 지원과 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며 “수해, 코로나 재확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는 충분한 금융 지원을 통해 대출금 상환의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이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약과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도약은 혁신에서 나오고 혁신은 자유에서 나온다”며 “민간 부문이 도약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또 “과학기술의 혁신은 우리를 더 빠른 도약과 성장으로 이끌 것”이라며 “산업의 고도화와 기술 발전을 추종하는데 그치지 않고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독립운동은 끊임없는 자유 추구의 과정으로서 현재도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에 자유와 번영을 가져다준 우리의 헌법 질서는 엄혹했던 일제 강점기에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의 위대한 독립 정신 위에 서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함께 연대하여 세계 평화와 번영에 책임 있게 기여하는 것이야말로 독립운동에 헌신하신 분들의 뜻을 이어가고 지키는 것”이라며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우리에게 부여된 세계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자유'였다. 약 13분간 읽어내려간 경축사에서 ‘자유’는 총 33차례나 언급됐다.

이외에도 독립(18회), 국민(15회), 세계(12회), 평화(9회), 경제(9회), 민주주의(6회), 미래(6회), 혁신(6회), 세계시민(5회) 등 표현을 썼다.

이날 경축식의 타이틀인 '위대한 국민, 되찾은 자유, 새로운 도약'에도 ‘자유’가 들어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돌파할 ‘반전 카드’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보수 진영이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자유’를 집중 부각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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