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2개월 연속 0.75% 인상 전망 속 일부 1%p 인상으로 분위기 전환
바이든, 물가 급등 발표에 “전체 유가하락분 미반영...구닥다리 통계”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나쁘다.” 미국 뉴스전문채널 CNN 기자의 리포트처럼 6월 미국 소비자물가가 41년만에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9.1%나 올랐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 9.1%는 1981년 12월 이후 최대폭이었던 5월(8.6%)을 뛰어넘은 최고치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8.8%보다도 0.3%p나 높다.
또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로는 5월에 비해 1.3%나 뛰었다. 지난 4월과 비교해 소비자물가지수가 1.0% 올랐던 5월보다도 상승 폭이 더 확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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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소비자물가 추이. [서울=연합뉴스] |
물가 급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대유행 등에 따른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6월 인상률은 전문가 전망치를 훌쩍 넘어섰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뺀 미국의 6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5.9%, 5월보다 0.7% 올라 상승 폭이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의 전년 동월 대비 근원 소비자물가지수에 비해서는 상승 폭이 다소 무뎌졌지만, 전월 대비(0.6%) 수치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CNN에 따르면, 6월 상승의 상당 부분은 휘발유 가격이 1년 동안 거의 60% 오른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인들은 지난 달 전국적으로 갤런당 5달러를 넘어서는 등 사상 최고 수준의 휘발유 가격에 맞닥뜨려야 했다. 전기와 천연가스 가격도 1년 전보다 각각 13.7%와 38.4% 올랐다. 전체적으로 에너지 가격은 작년 동월 대비 41.6% 상승했다.
에너지는 물론 모든 분야에서 증가세가 감지됐다. 식품 가격은 1년 동안 12.2% 급등했다. 계란 33.1%, 버터 21.3%, 우유 16.4%, 치킨 18.6%, 커피 15.8% 올랐다.
또한, 주택 월세는 5.8%, 신차 가격은 11.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9.1%나 올랐다는 노동부 발표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unacceptably high)”며 “시대에 뒤떨어진 통계(out of date)”라고 비판했다. 이어 “에너지만으로도 인플레이션 월별 증가분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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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
바이든은 “오늘의 데이터는 6월 중순 이후 주유소에서 약 40센트까지 가격이 내려갔던 거의 30일 간의 유가 하락의 전체 영향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밀과 같은 다른 상품은 이 보고서 이후 급격히 가격이 하락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인플레이션을 해결하는 것이 자신의 “최우선 과제(top priority)”라고 재차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적은 대표적인 물가 체감 품목인 유류와 밀 등이 6월 중순 이후 현재인 7월 중순까지 하락세를 이어가며 인플레가 완화되고 있는데 단순히 6월 수치만을 내놓는 것은 현실을 왜곡한다는 불만으로 읽힌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말 통화정책 회의에서 평소 인상률의 4배에 달하는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이라는 ‘초강수’를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시장에서 급속히 힘을 얻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연준이 26∼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단번에 기준금리를 1%포인트나 큰 폭으로 올릴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7월 회의에서는 0.5%포인트 또는 0.75%포인트 인상을 고려할 것이라고 금리정책의 방향성을 밝혔다.
이에 따라 그간 0.75%포인트를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 전망이 대세로 여겨졌는데, 이날 예상보다 더 뛴 물가 상승률이 발표되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한 번에 금리를 1%포인트 인상하게 되면 1990년대초 금리 인상을 발표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의 인상이 된다. 금리를 너무 갑자기 올리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연준으로서는 더욱 어려운 결정에 직면하게 됐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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