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의 창] 금융노조 선거 정치·권력화 변질...지도부 본질은 어디로?

기자의눈 / 문혜원 / 2024-05-27 16:30:54
윤석구 하나지부 위원장 당선 이후 상대편 이의제기로 갈등격화
김형선 기업은행 위원장과의 이전투구 양상...정치적 행태 비판
선거위 당선 무효 공표...가처분 소송 제기"법적 다툼 공방 예고"

[메가경제=문혜원 기자]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진(秦)나라 시대에서 유래한 고사성어가 있다. 이는 '사슴(鹿)을 가리켜 말(馬)이라고 하다'라는 뜻으로 억지를 부려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는다는 뜻이다.

 

요즈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위원장 선거 관련 내홍을 겪는 분위기를 보면 ‘지록위마’가 떠오른다. 그동안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금융 노동자에 대한 본질은 ‘신뢰’라고 강조했는데 현재 노조 간부들의 모습은 어느 순간 파벌 싸움으로 인해 이런 뜻과는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금융노조 집회 현장. [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금융노조 위원장 선거가 치러진 뒤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내홍이 지속되고 있다. 윤석구 하나은행지부 위원장이 최종 투표결과에서 김형선 IBK기업은행 위원장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으나 상대편 김 위원장이 선거 과정에서 윤 위원장의 선거포스트에 올린 이력 문제를 삼기 시작하면서부터 갈등이 격화됐다. 김 위원장은 금융노조 제27대 임원보궐선거 부정선거대책반(대책반)을 꾸리고 "외환카드 입사인데 외환은행으로 적었다"라는는 부분에서 '허위 이력'이라 주장했다. 

 

윤석구 위원장 측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한다. 허위 이력 관련해서는 "사실과 다르다"라는 주장이다. "외환은행 입행이라는 경력기재 사항은 하나은행 인사기록부와 재직증명서상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으로 선거 규정에 별도 경력 기재의 기준을 정해 놓지 않은 이상 허위 작성이라 주장하는 것은 궤변"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노조 선관위는 이의 제기 관련 검토 중이라고 밝히다가 며칠 뒤에는 윤 위원장의 이력에는 "문제가 없다"라는 판단을 내렸다. 선관위는 "재직증명서상 명확히 2002년 7월 29일 (외환은행) 입행으로 표시된 것을 확인하고 이의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며 "20년 이상 근무한 은행원이자 하나은행지부 위원장 자격으로 금융노조 위원장 선거에 출마해 조합원의 직접 투표로 당선됐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런데 상황이 다시 며칠 만에 뒤바뀌었다. 대책반에서 윤 위원장의 보궐선거기간 동안 지부원 대상 비타민 지급을 하기로 약속한 것을 두고 '선거 기간 금품 제공 금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윤 위원장은 보궐선거(4월22~24일)를 앞둔 지난달 15~16일과 같은 달 18~19일 하나은행지부의 전국 분회장 노동교육에 참석해 '가정의 달을 맞아 최고급 비타민을 조합원에게 지급할 것'을 공표하고 일부 물품을 지급한 바 있다. 

 

금융노조 안팎에서는 '이 금품 제공'부분 관련 갑론을박이 커지는 상황이다. 대다수 지부가 노사합의 과정에서는 사측에서 금전혜택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데, 윤 위원장의 경우도 이러한 노사 간 행사에 참여했을 뿐, 선거기간을 대비해 일부러 지부장들에게 물품을 제공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모든 은행들이 연초에 계획하는 일이며, 금융노조 선거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 

 

실제로 선관위는 선거기간 동안 법무법인 오월과 노무법인 필을 통해 '사용자 개입' 및 '금품 제공' 관련 법률의견을 의뢰한 결과 "해당 사안은 선거관리규정 제 35조 2호(사용자개입) 및 제 5호(선거관련 물품제공)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률검토 결과를 받은 바 있다.

 

선관위가 이렇듯 법률자문서에 의뢰를 한 내용이 있음에도 무리하게 당선무효를 결정한 것이다. 윤석구 위원장 측은 선관위의 중립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하지만 박홍배 전 금융노조 위원장 사퇴 후 직무대행을 맡았던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이 재선거를 추진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현재 양 측간의 갈등으로 인해 금융노조 업무는 정지된 상황이다. 새로운 집행부 선출을 위한 선거를 30일 이내에 치러야 하지만 법적 공방으로 확대하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노조 선거 역사상 이렇듯 당선인에 대한 흠집내기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선관위의 과도한 행위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선관위 구성인 중 4명이 박홍배 전 위원장과 가깝다는 말들이 나오면서 금융노조가 '서로 라인 챙기기'에만 몰입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노조는 본래 금융 근로자들을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어느새  금융노조 내 몇몇 지도자들의 행위는 '정치, 권력화'로 변질됐다는 질타가 나오고 있다.

 

사슴과 말은 엄연히 다른 동물인데, 사슴이라고 우긴다고 해서 말이 될 수 있겠는가. 노조 내부에서 '사실'보다는 '권위'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조합원들조차 정확한 상황을 판단하기어려워지고 멀쩡한 사슴이 말이 돼버리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당락을 좌우할 정도의 큰 문제가 아니라면 현재 노조원들이 힘을 합해 조직을 위해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상황으로 대처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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