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황성완 기자] 지난해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가 미국의 반도체 관세 압박 속에서도 올해 2분기 영업이익 9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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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이천 본사 [사진=연합뉴스] |
◆ HBM 3E 12단 제품, 전체 HBM 3E 매출 절반 이상 차지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025년 2분기 예상 매출은 20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9조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 66%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가 역시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다고 평가한다. 그 중심에는 고성능 AI 반도체에 최적화된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기술력과 공급 선도력을 바탕으로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현재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추격에 나선 상황이다. 특히 미국 마이크론은 최근 HBM 3E 12단 샘플을 엔비디아에 공급하며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다만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이미 대량 생산과 품질 안정성에서 한 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HBM 3E 12단 제품 출하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해당 제품이 전체 HBM 3E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HBM 비중 확대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지속되고, 연내에는 차세대 제품인 HBM4 생산도 예정대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디램(DRAM) 부문은 HBM 매출 비중 확대와 수급 밸런스 개선에 힘입어 전체 이익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NAND 부문은 출하량은 늘었지만 가격 약세로 인해 이익 개선 폭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연구원은 "예상보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며 환율이 30원 이상 하락했고, 이에 따라 영업이익 추정치가 약 3000억원 가량 조정됐다"면서도 "미국의 관세 우려에 따른 선제적 물량 출하가 확인되면서 DRAM과 NAND 출하량 전망치는 각각 15%, 25%로 상향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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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이천 사업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
◆ 美 관세 변수 여전…현지 투자 확대 카드로 대응
1~2분기 연속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 중인 SK하이닉스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행정부가 8월 1일부터 반도체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은 관세 카드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자국 내 생산 및 투자를 유도하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에 앞서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다. 총 39억달러(약 6조원)가 투입된 이 공장은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SK하이닉스의 첫 미국 내 반도체 후공정 생산기지다.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주 투자 결정은 사실상 ‘탈중국’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함으로써 향후 미 정부의 보조금 지원 대상에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고, 정치적 리스크도 완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 공장을 통해 미국 내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고,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와의 협력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AI칩 ‘H20’의 공급을 재개하도록 허가하면서, 해당 칩에 탑재되는 4세대 HBM(HBM3)의 주요 공급사인 SK하이닉스가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이미 HBM 시장에서 기술력과 생산능력 측면에서 확고한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다"며 "미국의 관세 압박과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AI 반도체 핵심 부품 공급사로서의 위상은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나증권은 전날 SK하이닉스에 대해 ‘매수(BUY)’ 의견을 유지하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29만원에서 35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15일 종가 기준(29만8500원)으로 약 17%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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