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격차 '쐐기', "바른 소비 시장을 형성 의무 '괄시'"
[메가경제=정호 기자] 에이스침대가 '무해성'을 강조하고 '미국 EPA 인증'을 내세워 도 넘은 광고를 해오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게 될 전망이다. 올해도 침대업계 매출 2위에 머무른 에이스침대의 생존 분투가 진행되는 가운데 나온 결과다. 일각에서는 에이스침대가 연구 비용을 줄이고 광고·마케팅 비용을 늘리고 있기에 공정위 제재로'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4월 초 에이스침대의 제재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덜미를 잡힌 것은 인체 무해 상품으로 홍보한 침대용 소독·방충제 '마이크로가드'다. 공정위는 이 제품과 후속 제품을 두고 시정 명령과 경고 조처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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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에이스침대> |
업계에서는 R&D 비용을 줄이고 판촉 비용을 늘린 '품질'이라는 에이스침대의 원칙이 다소 멀어진 결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공정위 제재 건은 에이스침대의 업계 간 경쟁에서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인체에 무해하다고 홍보 결국 '시정명령'
에이스침대는 지난 1월경 '표시 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위반 행위'로 시정 명령을 받았다. 에이스침대는 2005년과 2017년 사이 판매한 화학제품인 마이크로가드에 '인체에 무해한 원료'라는 문구를 게재했다. 이 문구가 허위·과장 광고로 비친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지난 27일 입장문을 발표한 에이스침대는 "공정위가 해당 제품이 관련 법령에 따른 사용 기준을 충족해 생산된 것임을 인정했고, 해당 제품이 사용시 그 성분의 노출 정도에 비춰 위해성도 없다는 외부기관의 평가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성분은 'GHS(Globally Harmonized System of Classification and Labelling of Chemicals·세계 화학물질 분류 라벨)' 기준에 따라 카페인보다 독성이 낮다"고 부연했다.
마이크로가드 카탈로그 및 제품 포장에 2015년 9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미국환경보호청(EPA)이 승인한 성분'이라고 표기한 사안도 '표시광고법 위반' 판결을 받았다. 재등록 적합 판정을 받은 디에틸톨루아마이드·클로록실레놀을 승인된 것처럼 사용해 소비자 혼동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처벌 수위는 '경고'로 그쳤다.
에이스침대 관계자는 "공정위는 '등록'이 아닌 '승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을 지적했을 뿐이며 그 사전적 의미를 고려할 때 소비자오인성도 미약하다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후속 제품인 '마이크로 에코'도 '표시광고법 위반 사항'으로 적발됐다. 에이스침대는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미국 EPA 승인 기체 성분이 진드기, 세균 등을 방지해준다"고 광고했다. 공정위는 이를 거짓·과장성이 있다고 내다봤지만 조사 개시 이전 광고 내용을 스스로 시정하고 실익이 없다는 점을 들어 '경고'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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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에이스침대> |
◆본질 잃은 에이스침대, 품질보다는 '홍보'
에이스침대의 공정위 제재는 제품보다 홍보에 치중한 영업 방침에서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풀이된다. 에이스침대는 2023년 시몬스침대에 1위 자리를 내줬다. 2022년까지만 하더라도 에이스침대는 3462억원, 시몬스 침대는 2857억원으로 매출 차이가 21.2%로 나타났다.
순위는 2023년 에이스침대 3064억원, 시몬스침대 3137억원으로 뒤집어졌다. 이번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에이스침대 3259억원, 시몬스침대 3295억원으로 매출 차이가 73억원에서 36억원으로 좁아졌다. 항후 공정위 제재 건으로 인한 저하된 신뢰도는 이 차이를 다시 벌릴 '쐐기'가 될 것으로 풀이된다.
주된 배경으로는 품질을 뒷전으로 한 에이스침대의 영업방침이 꼽힌다. 에이스침대는 꾸준히 늘어나는 매출 대비 연구개발(R&D)비용을 1%미만으로 책정하고 있다. 연구개발 비용은 매출 대비 2013년 0.73%를 기준으로 2014년 0.86%, 2015년 0.85%, 2016년 0.66%만 사용했을 뿐이다.
2017년에는 0.86%로 오르더니 다시 2018년 0.64%로 감소하고 2021년에는 0.47%까지 내려앉았다. 2022년에는 0.44%를 최하점을 찍더니 2023년 0.57%로 다시 늘렸다. 지난해 사용된 연구개발 비용은 0.58%정도다. 액수로 따졌을 때는 13억원에서 최대 17억원으로 크게 증가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는 불과 1억원을 늘린 18억원을 연구개발 비용으로 집행했다.
반면 광고선전비는 연구개발비용이 소수점 대에서 변화가 나타난 것과 대비되고 있다. 2021년 295억원이었지만 2022년 315억원으로 증액했다. 다시 2023년 293억원으로 낮췄지만 지난해 312억원 재차 증액했다. 시기마다 각각 6.78%, 6.48%의 증액이 이뤄진 셈이다. 에이스침대는 '침대는 과학'이라는 슬로건을 걸었지만 반대되는 행보를 걷고 있는 이유다.
결국 광고선전비에 치중된 에이스침대가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는 되려 악순환된 모습이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에이스침대는 이름과 규모에서 이름을 알려왔듯이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바른 소비 시장을 형성해야 한다"며 "정확한 정보 대신 현혹하는 문구로 소비자의 선택을 져버리는 것은 질타받아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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