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끈 달아올랐던 ‘탈모 급여화’…공론화 중단에 제약주 기대감도 ‘냉각’

제약·바이오 / 주영래 기자 / 2026-06-29 15:25:50
국민참여 토론회 취소…건보 재정·형평성 논란에 속도조절
유유제약·JW신약·현대약품 등 수혜 기대주 '찬물'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으로 급부상했던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확대 논의가 국민 공론화 절차 중단으로 일단 제동이 걸렸다. 탈모 치료비 부담 완화를 기대했던 환자들과 시장 확대를 점쳤던 제약업계 모두 허탈한 분위기다.


29일 보건복지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7월 4일 열 예정이던 ‘모두의 토론회’를 취소했다. 당초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는 국민참여단 200명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통해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적용 확대를 첫 번째 의제로 다룰 예정이었다. 그러나 행사 개최를 앞두고 일정이 철회되면서 논의는 사실상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확대 논의가 국민 공론화 절차 중단으로 제동이 걸렸다. [사진=챗GPT]


이번 논의의 출발점은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였다. 이 대통령은 당시 탈모 치료제와 비만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 가능성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앞서 2022년 대선 과정에서도 탈모 치료 지원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어, 대통령 발언은 관련 시장에 강한 정책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시장 반응은 빨랐다. 탈모 치료제와 관련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제약·바이오 종목들이 급등했고,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두타스테리드·피나스테리드 계열 경구제 시장이 건강보험 편입 여부에 따라 빠르게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복지부가 하반기 국민 의견 수렴과 토론 절차를 예고하면서 급여화 논의는 단순한 정치적 발언을 넘어 실제 정책 검토 단계로 진입하는 듯했다. 하지만 건보 재정 부담과 우선순위 논란이 커지면서 공론화 첫 단추부터 멈춰 선 모양새가 됐다.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곳은 제약업계다. 탈모 치료제 급여화가 현실화될 경우 환자 접근성이 높아지고 장기 복용 수요가 확대되면서 기존 치료제 보유 기업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유제약은 대표적인 수혜주로 거론됐다. 회사는 국내 27개 제약사에 두타스테리드 성분 의약품을 수탁 생산·공급하고 있다. 두타스테리드 수탁 매출은 2021년 90억원에서 2025년 120억원으로 늘었고, 유유제약이 수탁 생산한 제품의 시장 점유율도 2022년 19%에서 2025년 32%까지 상승했다.

JW신약도 피나스테리드 성분 ‘모나드정’, 두타스테리드 성분 ‘네오다트정’, 미녹시딜 성분 ‘마이딜 5% 액·폼’ 등 경구제와 외용제를 아우르는 탈모 치료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어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현대약품 역시 미녹시딜 성분 ‘마이녹실’과 경구용 탈모 치료제 ‘다모다트’ 등을 보유한 기업으로 수혜 기대가 반영됐다.


그러나 토론회 취소로 정책 추진 속도에 제동이 걸리면서 제약업계의 기대감도 한풀 꺾이게 됐다. 급여화 가능성만으로 주가가 먼저 움직였던 만큼, 향후 관련 종목의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환자 입장에서도 이번 결정은 아쉬운 대목이다. 두타스테리드·피나스테리드 계열 탈모 치료제 처방 환자는 2021년 80만7018명에서 2025년 131만7150명으로 늘었다. 5년 새 6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탈모가 단순 미용 문제가 아니라 취업, 대인관계, 심리적 위축과 맞물린 사회적 질환이라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특히 청년층은 건강보험료를 내면서도 탈모 치료비는 대부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급여 확대 논의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다만 현행 건강보험 체계에서는 원형탈모나 지루피부염 등에 따른 병적 탈모 일부에는 급여가 적용되지만, 유전성 탈모나 노화성 탈모는 비급여로 분류돼 있다. 정부가 급여 확대 범위와 대상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재정 부담과 형평성 논란은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았다. 의료계와 재정 당국 안팎에서는 건강보험 재정이 한정된 만큼 중증·희귀난치성 질환, 필수의료 분야에 우선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탈모가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생명과 직결된 질환보다 우선순위를 높게 둘 수 있느냐는 논란이다.

실제 탈모 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경우 재정 부담은 적지 않다. 지난해 전문의약품 공급액에 본인부담률 30%를 단순 적용하면 건강보험 재정에서 약 1797억원이 투입돼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본인부담률을 50%로 설정해도 약 1284억원 안팎의 재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결국 대통령 발언으로 불붙었던 탈모 급여화 논의는 공론화 토론회 취소와 함께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정부는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재논의 일정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정책 기대감에 들떴던 제약업계에는 찬물이 끼얹어졌고, 치료비 부담 완화를 기대했던 청년 탈모 환자들의 기대도 다시 유예됐다. 대통령의 한마디에서 시작된 탈모 급여화 논의가 반년 만에 ‘정책 실험’이 아닌 ‘정책 해프닝’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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